세컨찬스라이브러리 :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롱블랙 프렌즈 K 

경기 포천시 일동면 한나무봉 자락.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가는 좁은 꼬불길을 지나자, 매끄러운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이 나타납니다. 삼각뿔 지붕을 얹은 세련된 외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목재 천장이 따뜻한 느낌입니다.

“산자락에 UFO가 떨어진 것 같죠?” 마중 나온 선생님이 말을 걸었어요. 이곳은 ‘세컨찬스 라이브러리Second Chance Library’. 사단법인 ‘세상을품은아이들(이하 세품아)’과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세운 도서관이에요. 세품아 생활관, 축구장과 나란히 붙어 서 있어요.

누가 이렇게 외진 곳에 도서관을 세운 걸까요. 엄윤미 이사와 김정민 실장, 그리고 박새미 CM을 도서관에서 만났어요.


엄윤미 도서문화재단 씨앗 이사, 김정민 씨앗 콘텐츠랩 실장, 박새미 세품아 CM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욱이*는 귀 뒤부터 목까지 긴 흉터가 있어요. 13살 때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가 칼로 그은 상처입니다. 자전거를 50대 훔쳐 들어온 세환이는 유독 크게 말해요. 엄마에게 뺨을 맞은 뒤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거든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세품아의 생활관에는 이런 남자아이들 30여 명이 살고 있어요. 열세 살부터 스무 살까지. 모두 크고 작은 상처들을 가지고 있어요. 상처 말고도 아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는 겁니다. 절도나 폭행 등으로 법원의 6호 처분을 받았죠.

6호 처분. 소년원에 갈 정도의 중범죄(8~10호 처분)는 아니고, 정신질환을 앓는 것(7호 처분)도 아닙니다. 소년원행은 아니니 처분을 받으면 집에 돌아가죠. 하지만 마땅히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돌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