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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살인』 제프 구델 : 우리가 앞당긴 건, 여름이 아닌 죽음이다


롱블랙 프렌즈 K 

오늘부터 5일간 롱블랙은 여러분과 사유의 세계로 떠나려 합니다. <사유로, 떠나다> 위크를 준비했어요. 다섯 가지 생각에 잠시 머물며 쉬어가세요. 

사유 여행을 함께할 첫 번째 가이드는 제프 구델. 23년간 폭염이란 화두를 던져온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우리가 앞당긴 건 여름이 아니라, 죽음”이라고 말해요.


제프 구델 기후 저널리스트 

올해 6월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6월로 기록됐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뜨겁게 달아올랐어요. 환경에 관심 없는 이들마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제프 구델과 화상으로 만난 7월의 어느 날도 바깥 날씨는 끓어오르고 있었어요. 이곳 서울도, 그가 사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도 말이죠. 오스틴은 여름 평균 온도가 34도가 넘는다고 해요. 창밖을 잠시 바라보던 구델이 말했죠.

“오전 10시도 안 됐는데 벌써 바깥의 열기가 느껴지네요.”

『The Heat Will Kill You First (더위는 당신을 먼저 죽일 것이다)』. 23년간의 폭염 탐사 기록을 담은 구델의 책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 2023년에 출간됐어요.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죠. 한국어판의 제목은 『폭염 살인』이에요. 조금 공격적인가요?

“누군가를 겁주려는 제목이 아니에요. 폭염이 ‘누군가의 문제’나 ‘우리의 문제’가 아닌, 바로 ‘당신의 문제’라는 걸 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당신은 이미 폭염의 시대에 발 들였어요. 그것도 무방비한 상태로. 이제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해야만 하죠.”


Chapter 1.
최전선의 기후 저널리스트, 폭염을 사유하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구델은 캠핑과 하이킹을 즐겼고 사슴과 오리를 사냥했어요. 자연과 함께 컸지만, 환경에 별 관심은 없었어요. 기술을 좋아해 고등학생 때 애플에서 테크니컬라이터technical writer로 일했죠. 1980년 출시된 ‘애플 3’ 컴퓨터의 매뉴얼을 쓰기도 했어요. 

글쓰기가 적성에 맞았습니다. 특히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쓰는 걸 잘했어요. 기자가 되기로 하죠.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파헤치는 게 즐거웠거든요. 구델은 “애플이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어요.

“태어나길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많았어요.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제가 어릴 때부터 끝없이 ‘왜’라고 질문해댔다고. 스토리텔링을 좋아하고, 궁금한 건 많고, 질문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어요. 기자가 천직이었죠.”

그의 질문이 폭염과 기후로 향한 건 2001년. 뉴욕타임스에서 미국 석탄 산업에 관한 탐사 보도를 하면서였어요.

미국이 석탄을 쓰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이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구델. 취재하며 마주치는 모든 장면이 충격의 연속이었어요. 석탄 광산에서 쓰러지는 광부들, 파괴되는 자연… 그 종착지는 기후 변화였어요. 지구는 화석 연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로 달궈지고 있었죠. 

이 보도 이후 구델은 ‘기후 저널리스트’가 됐어요. 세상에 알려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기후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23년 동안 기후에 관한 이야기를 파헤쳐왔죠.

“기후 변화가 우리 세대의 가장 큰 기삿거리라는 걸 깨달았어요.”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제프 구델. 그는 23년 동안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 에너지 문제를 세상에 알려온 기후 저널리스트다. ⓒ롱블랙

가깝지만 낯선 위험

2018년 여름, 제프 구델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피닉스시에 있었어요. 사막 도시라 낮 기온은 44도에 달했죠. 취재 미팅에 늦어 열다섯 블록을 달렸어요. 15분을 쉬지 않고 달렸죠. 겨우 도착한 순간, 머리가 핑 돌면서 심박수가 요동치더래요. 땀은 비 오듯 옷을 적셨고 피부는 되려 차가워졌죠.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어요. 폭염의 위험을 온몸으로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구델은 너무 놀랐어요. 기후 저널리스트인 그조차도 폭염의 위험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단 걸 깨달았거든요. 

“당시 저는 18년 차 기후 저널리스트였어요. 그런 저조차 폭염이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던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더더욱 모를 게 분명했죠. 폭염이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지 알려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폭염 살인』이란 책이 시작됐죠.”

2023년 6월 18일, 제프 구델의 집앞 도로 온도는 화씨 132.3도(섭씨 55.7도)를 기록했다. 2023년 6월은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이었다. ⓒ제프 구델

Chapter 2.
가난한 동네가 더 덥다, 계급이 된 온도

사람들은 왜 폭염을 과소평가할까요? 더위의 위험은 눈에 잘 안 보이거든요. 게다가 약자부터 조용히 습격하죠.

“폭염의 비극은 취약 계층에게 훨씬 더 위험하단 겁니다. 에어컨과 함께 지내는 이들은 폭염으로 목숨을 위협받지 않아요. 조금 불편할 뿐.”

구델은 폭염의 위험을 뒤쫓다 만난 한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이름은 세바스찬 페레즈Sebastian Perez. 페레즈는 2021년 4월에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넘어갔어요. 오리건주의 한 포도 농장에서 일을 시작했죠. 고향에 부인과 함께 살 작은 집을 하나 사겠다는 꿈을 품고.

38세의 페레즈는 짙은 갈색 눈에 다부진 체격의 남성이었어요. 하지만 그의 강인함도 40도의 기온과, 10시간의 농장 일에는 속수무책이었죠. 그는 미국에 도착한 지 고작 두 달 뒤인 6월 26일 토요일 오후, 뜨겁게 달궈진 포도밭에서 숨을 거뒀어요. 

구델은 “실내 온도가 오늘날의 계급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페레즈를 죽음으로 몬 폭염은 북미에서만 약 2주 동안 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 갔어요. 

이 폭염이 덮쳤을 때, 오리건주 빈민가 렌츠Lents의 기온은 51.1도였어요. 같은 주의 부자 동네 윌래밋하이츠Willamette Heights는 37.2도. 곳곳에 조성된 공원과 녹지가 열을 식혀주었습니다. 위협적인 폭염 속에서도 부자들은 15도 더 시원하게 지낸 거예요.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의 사람들이 위험했다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겠죠. 하지만 폭염은 약자들을 먼저 덮쳐요. 이들은 정치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굳이 앞장서서 이들을 보호하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폭염의 위험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겁니다.”

구델이 방문한 카리브해의 섬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 해수면 상승으로 카리브해의 수많은 섬들이 물에 잠기고 있다. ⓒ제프 구델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이제는 이야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폭염이 일상이 되고 있잖아요. 폭염 일수가 매년 최대치를 기록하죠. 이 위협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어요. 

더위를 제대로 겪지 않았던 이들일수록, 더위에 무지합니다. 더 위험하죠.

“‘내’가 더위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거예요.”

35도. 공기가 습한 상황에선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최대 기온이에요. 35도가 넘으면 우리 몸은, 스스로 없앨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열을 발생시켜요.

몸이 달아오르면 열을 식히기 위해 피부로 피가 몰려요. 뇌에 피가 부족해지면서 시야와 판단력이 흐려지죠. 열사병에 걸린 이들이 산에서 길을 잃거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이유예요. 체온이 40.5도가 넘으면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나요. 41.6도를 넘기면 세포가 망가지고, 죽음에 이릅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을 마시면 도움은 돼요. 탈수 상태에선, 땀이 나지 않아 열을 식힐 수 없거든요. 하지만 물이 체온을 바로 낮춰주진 않아요. 

열사병을 빠르게 치료하는 법은 단 하나. 심부 체온*을 빠르게 낮추는 겁니다. 찬물 샤워를 하거나, 얼음이 담긴 욕조에 들어가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요.
*몸 안쪽의 체온. 

“책에서 일부러 더위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했어요. 한 평론가는 ‘호러 소설’ 같다고 했죠. 그보단 ‘폭염 시대의 생존 지침서’가 더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폭염 살인』의 원제는 『The Heat Will Kill You First』다. 구델은 “폭염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Back Bay Books

Chapter 3.
대탈출은 시작됐다 

기후 온난화 문제는 미래의 재앙처럼 여겨져왔어요. 그러나 우리는 이미 ‘폭염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 해에 폭염으로 사망하는 사람만 48만9000명에 달해요.

“지난 1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10년이었습니다. 2023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죠. 과학자들의 예상이 빗나갈 정도로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어요.” 

에어컨의 시원함을 누리는 이들의 일상도 이미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위험은 ‘식량 위기’. 요즘 치솟는 식료품 물가를 실감하고 있지 않나요? 폭염 속 식물은 메말라 버리거나, 개화 시기가 바뀌어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해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의 21%가 줄었습니다. 

두 번째는 ‘질병’. 이집트숲모기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어요.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모기죠. 그보다 더 위협적인 건, 서로 다른 종끼리 만나 생기는 새로운 바이러스예요. 

“폭염은 지구상의 생물에게 ‘죽음’ 혹은 ‘이주’를 강요하고 있어요. 지난 20년간 생물 4000종을 추적한 결과, 70%가 더 서늘한 곳으로 서식지를 옮겼습니다. ‘야생의 대탈출’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서로 만난 적 없던 동물들이 마주치고, 바이러스를 옮기죠. 팬데믹은 다시 올 거예요.”

사람들도 탈출 중이에요. 전 세계 정치 분쟁의 중심에 있는 이민자들. 이들을 고향 땅에서 쫓아낸 원인 중 하나 역시, 폭염입니다. 

“흉작이나 물 부족 문제가 사람들을 고향에서 쫓아내고, 분열과 전쟁을 일으키고 있어요. 그야말로 모든 생명체가 살기 위해 이동 중이죠. 더 무서운 건, 지금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이, 기후 변화의 첫 챕터도 아닌 머리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구델은 폭염을 이민자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물들이 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Pixabay

Chapter 4.
에어컨은 냉각이 아닌 망각의 기술

올여름, 벌써부터 에어컨을 많이 틀지 않았나요? 2050년 전 세계의 에어컨은 45억대가 넘을 걸로 예상돼요. 휴대폰처럼 필수품이 되었죠. 

40도를 넘나드는 텍사스에 사는 구델도 에어컨을 씁니다. 에어컨을 안 틀고 책을 써보려 했다가 금세 포기했다고요. 

그는 에어컨을 쓰지 말라고 주장하지 않아요. 다만, 에어컨이 ‘마법의 해결책’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에어컨은 열을 없애지 않아요. 진정한 의미의 냉방 도구가 아니라 열의 위치를 바꾸는 도구죠. 열을 실내에서 실외로 빼낼 뿐, 궁극적으로 열을 없애진 못해요.”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기도 하죠. 전 세계 건물에 사용되는 전기 중 20%가 에어컨에 쓰여요. 더위를 식히기 위해 또 화석 연료를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모든 사람이 에어컨을 쓸 수 있지도 않습니다. 전기조차 쓰지 못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7억5000만 명이에요.

“에어컨이 폭염의 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소외됩니다. 에어컨을 산이나 바다에 설치할 수도 없잖아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의 폭염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죠. 

그 결과 (죄 없는) 타인과 다른 종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는 조금도 생각지 않고 미래를 망가뜨리는 방법을, 해결책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에어컨이 폭염의 해결책이란 생각은 환상입니다. 정전만 발생해도 에어컨은 무용지물이 돼요. 한 연구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정전이 발생하면, 48시간 만에 1만3000명이 사망하고 80만 명의 응급 환자가 생겨난다고 해요. 속수무책이죠.

구델이 집 근처 산책로를 거닐다 만난 아기 거북이. 구델은 “에어컨이 소수의 인간만을 위한 해결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제프 구델

더위를 피하는 법을 잊은 사람들

구델은 심지어 에어컨을 ‘망각의 기술’이라고 불러요. 인류로 하여금 폭염에 대응하는 법을 모조리 잊게 했거든요. 

“에어컨이 생기기 전 건축가들은 그늘, 통풍, 단열, 엷은 색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어요. 시원한 바람은 안에 잡아두고, 오후의 뙤약볕은 피하도록 건물의 방향을 잡았죠. 지금 우리가 사는 건물은 죄다 에어컨 설치를 가정하고 설계됐어요. 에어컨이 없으면 오븐이 되고 말죠.”

그는 몇 주 전 인도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에어컨 없이 인간이 얼마나 지혜롭게 더위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고 왔다고 했죠. 42도의 날씨에 에어컨이 없는 건물에 들어갔는데도 그리 덥지 않았다고 해요. 16세기 전통 방식으로 실내에 연못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액체가 증발할 때 주위의 열을 흡수해 시원해지는 원리예요. 

에어컨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조금 더워도 잘 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어요. 이제 사람들은 아주 조금만 더워도 참지 못하죠.

“에어컨의 문제는 사람을 편리함에 중독시킨단 거예요. 이제 사람들은 22도의 실내 온도가 아니면 생활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조금 더워도 괜찮다는 걸 잊었을 뿐.”

14세기에 지어진 인도 델리의 계단식 우물. 가뭄이 올 때 물을 저장하고,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쉼터가 되는 곳이었다. ⓒ제프 구델

Chapter 5.
종말의 시작이 아닌, 변화의 시작 

“그래서 우리는 이대로 끝장인가요?”

구델이 폭염 문제에 몰두하기 시작한 뒤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에요. 그는 그때마다 고개를 저었죠. 그는 종말론자가 아닙니다. 

“빙하가 급격히 녹아버리거나 아마존 우림이 파괴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한순간 지구가 멸망하는 티핑포인트 같은 건 없습니다. 1.5도 오르는 것보다 1.6도 오르는 게 좀 더 안 좋을 뿐이죠. ‘어느 온도를 넘기면 모든 게 끝’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우릴 무기력하게 만들어요. 상황을 직시하고, 배우고, 행동하면 분명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쌓여, 이제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하는 상태

2019년 남극에서 구델이 처음 마주한 빙하. 구델은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티핑포인트가 지났다고 해서 바로 지구가 멸망하는 건 아니며, 그렇기에 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프 구델

폭염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우선 폭염의 위험을 가시화해야 합니다. 구델은 폭염도 등급을 나누고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말해요. 태풍이나 지진처럼요. 

“제가 사는 텍사스 오스틴에는 지금 허리케인이 오고 있어요. 미디어에는 매우 정교한 정보들이 가득하죠. 어느 지역이 위험한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하지만 폭염은 어떤가요? 폭염 경보를 내리긴 하지만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에어컨이 없는 이들은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 더위를 식히는 법은 무엇인지 알 수 없죠. 그만큼 위험은 간과되는 거예요.”

미국 국립기상청의 더위 등급은 주의, 경고, 권고의 세 등급뿐.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폭염이 매년 수십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있는데도 말예요. 

그러니 경보를 해도 효과는 미미합니다. 2018년 한 연구에 따르면 20개 도시 중 19개 도시가 경보를 해도,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줄지 않았어요. 

“폭염에 이름 붙이는 게 좋은 아이디어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폭염의 위험이 브랜딩 되고, 홍보돼야 한단 거예요. 그래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테니까요.”

폭염의 위험을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브랜딩이 필요하다. 태풍이나 지진처럼 이름을 붙이고 등급을 명확하게 나눈다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Pixabay

Chapter 6.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세상 바꾸기 

구델 개인이 폭염의 위험을 가시화한 방법은 글을 쓰는 거였어요. 폭염이 일으킨 수많은 죽음, 사막처럼 생명체가 사라져버린 캘리포니아 앞바다, 대탈출을 감행하는 동물들까지. 폭염이 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우리에게 보여주었죠. 

기후 저널리스트의 삶, 쉽지 않았습니다. ‘돈벌이를 위해 기후 위기를 조성한다’, ‘음모론자다’, ‘정·재계와 얽혀있다’는 둥. 그를 공격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 기후 변화를 취재한다? 그럴 거면 부동산이나 할리우드 스타에 대한 글을 써야죠. 그리고 상상해 보세요. 제가 기자인데 기후 변화가 거대한 음모론이라면, 이 엄청난 특종을 왜 폭로하지 않았겠어요? 기자의 본능은 폭로에 있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23년간 기후 변화를 파고들어온 원동력은 뭘까요? 

“제가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이죠.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뿐이에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좋은 변화를 만드는 것. 제가 삶을 의미 있게 사는 방법이에요. 저에게는 아이가 셋 있어요.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남겨주기 위해서라도, 폭염에 관해 계속 이야기해야겠죠.”

조금이나마 덜 더운 세상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구델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말합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에어컨을 적게 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이죠. 

또 뭘 더 할 수 있을까요? 구델은 ‘내가 잘하는 것’으로 세상을 바꿔보라고 말합니다. 

“잘하는 걸 하면 됩니다. 경제학자라면 폭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겠죠. 선생님이라면 학생들에게 폭염의 위험을 이해시키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 줄 수 있어요. 엔지니어라면 에너지 손실이 적은 소재를 개발할 수 있고요. 

당신의 책임은 우선 당신이 잘하는 걸 찾는 거예요. 그 재능을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써보세요. 오늘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가장 중요한 조언입니다.”

제프 구델은 3년 반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폭염의 실체를 공부하고 취재했다. 그는 그의 책 『폭염 살인』이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제프 구델


롱블랙 프렌즈 K 

이번 노트를 준비하며 에어컨을 틀지 않았어요. 왠지 전원 버튼을 쉽게 누를 수가 없었거든요. 노트북의 열기에 손과 팔이 뜨거워지고 땀이 나기도 했죠. 그럴 땐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시원한 물을 마시고 천천히 땀을 식혔어요. 

인터뷰가 끝나기 전, 구델이 제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당신도 지금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사람들이 폭염의 위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니까요.”

롱블랙 피플, 오늘 알게 된 폭염의 위험을, 주변에 알려보면 어떨까요? 변화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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