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K
슈퍼마켓에서 ‘관’을 살 수 있다면 믿으실래요? 미국에선 팔아요. 코스트코나 월마트, 아마존에 타이탄 캐스킷Titan Casket이 만든 관이 진열돼 있거든요. 499달러(약 67만원)부터 2800달러(약 375만원)짜리까지 다양하죠.
심지어 1000가지가 넘는 맞춤형 디자인도 할 수 있어요. 상판과 몸통은 어떤 색으로 칠할지, 시신이 누울 자리는 매끄러운 벨벳을 쓸지 도톰한 면을 쓸지 고르는 거죠.
보통 관은 장례지도사나 상조회사가 파는데, 타이탄 캐스킷은 왜 굳이 마트로 가져간 걸까요? 장례 시장이 너무 ‘불투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장례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면서요.
“장례 산업을 뒤흔든다”며 주목받은 타이탄 캐스킷, 시작한 지 1년 만인 2022년에 350만 달러(약 47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습니다. 매년 300~400%가량 실적이 뛰고 있죠. “장례도 합리적으로 하자”는 이들의 행보를 들여다봤습니다. 장례 서비스 스타트업 ‘고이장례연구소’의 송슬옹 대표와 함께했어요.
Chapter 1.
안 그래도 슬픈데, 파산까지 해야 해?
“모든 일이 간편해진 세상인데, 장례는 왜 이렇게 복잡하지?”
타이탄 캐스킷은 한 사람의 오랜 의문에서 시작했어요. 스콧 긴즈버그Scott Ginsberg. 장례용품 제조사에서 20년 넘게 관을 만들고 유통해 온 베테랑이죠.
하지만 보람이 없었어요. 열심히 만든 관은 전부 장례 업체에 넘어갈 뿐, 고객이 어떻게 쓰는지 알 도리가 없었거든요. 게다가 상조 회사는 상주에게 비싼 값에 관을 팔아치웠죠. 상주가 슬픔에 빠져 정신없는 동안에요.
“장례식장에 들어서는 유가족은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장례에 드는 토탈 비용이 얼마인지를요. 장례도 엄연히 서비스인데, 유가족은 합리적인 소비자가 결코 될 수 없는 구조인 겁니다.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믿었어요.”
_스콧 긴즈버그 타이탄 캐스킷 CEO, 2023년 리테일 다이브 인터뷰에서
다 이유가 있었어요. 몇 안 되는 B2B 업체가 장례 서비스 시장을 꽉 잡고 있거든요. 미국 장례식에선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게 관이에요. 나무로 만든 관의 평균 가격이 3000달러(약 403만원), 금속으로 만든 관이 2500달러(약 336만원) 수준이죠. 대략 200%에서 500% 사이의 마진을 남긴다고 해요.
게다가 관 시장의 85%를 베이츠빌Batesville과 매튜스Matthews 두 제조사가 꽉 잡고 있어요. 이들은 계약된 장례지도사*를 통해서만 관을 팔았죠. 이 과정에서 장의사와 담합해 가격을 부풀릴 수도 있고요. 그럼 유가족은 도리 없이 장의사가 파는 관만 고를 수 있었죠.
*상조회사가 흔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장례식장에 소속된 장례지도사 혹은 장의사가 유족에게 장례 절차를 안내, 부가 물품을 판매한다.
아마존에서 관을 팔자
회사를 나온 스콧, 2016년 회사를 차립니다. 타이탄 캐스킷. 그리스 로마 신화의 거대한 신족을 의미하는 타이탄Titan과 관Casket을 합쳐 지었죠. 강인한 관의 이미지를 풍기고 싶어서요.
스콧이 향한 곳은 아마존이에요. 창업 직전 합류한 조슈아 시걸Joshua Siegel이 아마존 출신이거든요. 물류 시스템을 만들고, 대형 수하물을 운송하던 8년 차 실무자였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D2C 관의 수요 조사를 하던 스콧에게, 조슈아가 먼저 연락해 왔죠. “이거 되겠는데요?”
“아마존에서 일하면서 목격했어요. 예상치 못한 카테고리의 물건이 소비자에게 직접 팔리는 걸요. 이를테면 매트리스요. 약 처방부터 결혼식 계획까지, 모든 일이 온라인화되는 세상에서 ‘관’도 팔 수 있다고 봤죠.”
_조슈아 시걸 타이탄 캐스킷 공동창업자, 2023년 퓨너럴비전 인터뷰에서
둘은 관 제조시설과 물류창고 세 곳을 사들였어요. 철제부터 도금, 나무로 관을 만들었죠. 가격은 시중 가격의 50~75%가량 저렴했습니다. 조슈아의 설득 덕에, 타이탄 캐스킷은 2016년 아마존에 입점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온라인 관 판매’를 시작했죠.
Chapter 2.
취향껏 꾸미는 ‘맞춤형 관’으로 주목받다
그런데 과연 누가 쇼핑몰에서 관을 살까요? 스콧의 생각은 달랐어요. 지금까지 장례 산업은 소비자가 관여하는 산업이 아니었지만, 이젠 소비자가 ‘참여해야 할 산업’으로 바꿀 수 있단 거였죠.
미국의 장례 과정을 이해하면, 스콧이 왜 자신감을 보였는지 알 수 있어요. 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는 말해요. 미국에서 관은 ‘장례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한국은 평균 3일 동안 상주가 조문객을 맞이하지만, 미국 장례식의 핵심은 ‘뷰잉viewing’이에요. 조문객들이 관에 누운 고인을 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시간을 갖죠.”
_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조문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관에 꽂힙니다. 유가족이 고인의 장례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거든요. 관 주변을 꽃으로 장식하거나, 부드러운 실크 원단의 이불을 덮어주는 건 그래서죠.
그래서 스콧은 생각한 거예요. 관이 이토록 중요한데, 장례지도사에 등 떠밀려 부랴부랴 준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적어도 관만큼은 유가족이 취향껏 고르게 하고 싶었죠.
타이탄 캐스킷이 가장 먼저 선보인 서비스, ‘맞춤형 주문 제작’이에요. 색상부터 손잡이 위치, 소재까지 각각 다른 1000가지 디자인을 만들어뒀고, 그것도 모자라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줬죠. 100% 만족할 때까지요.
고인의 생각을 존중한 관을 만들다
막상 주문을 받아보니, 정말 다양한 요구가 있었대요. 예컨대 해외 파병 중 세상을 떠난 군인은, 유가족이 성조기 문양을 손잡이와 모서리마다 새기고 싶어 했어요. 뚜껑 안쪽엔 고인의 소속 부대 마크를 달아달라 했죠.
지구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했던 고인이라면? 유가족이 “자연과 하나 되는 관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어요. 타이탄 캐스킷은 소나무로 만든 목관을 준비했죠. 시간이 지나면 생분해되도록 했어요.
심지어 ‘왼쪽 얼굴이 예쁜 사람을 위한’ 관도 있습니다. 보통 관을 열면 고인 얼굴의 오른쪽 면이 가장 먼저 보여요. 하지만 “왼쪽 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사람에겐 특별히 여는 방향을 반대로 바꿔 만들어줬죠.
“누군가 책임을 포기한 곳에 늘 기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맞춤형 관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 늘 원하고 있지만 굳이 제공한 적 없었던 거죠.”
_스콧 긴즈버그 타이탄 캐스킷 CEO, 2023년 리테일 다이브 인터뷰에서
Chapter 3.
앰배서더・예능 쇼로 관을 바이럴하다
관의 선택지를 넓혔다고, 고객이 곧바로 쏟아진 건 아닙니다. 스콧과 조슈아는 생각했어요. 타이탄 캐스킷이 규모를 키우려면,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편하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요.
“아무리 제품이 좋다고 이야기해도, 그전에 죽음과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게 우선입니다. 그러려면 마케팅도 달라야 했죠. 무거운 이미지는 버리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었어요.”
_조슈아 시걸 타이탄 캐스킷 공동창업자, 2024년 NBC 보스턴 인터뷰에서
① 세계 최초의 관 브랜드 앰배서더
둘은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방식을 타이탄 캐스킷에 옮겨오기로 합니다. 가장 먼저 ‘브랜드 앰배서더’를 뽑은 이유예요.
주인공은 배우 데이빗 다스트말치안David Dastmalchian. 영화 <다크 나이트>나 <듄>, <악마와의 토크쇼>, <오펜하이머>의 주조연으로 참여했죠. 짙은 눈썹과 창백하고 날렵한 얼굴이 인상적이에요. 그가 관에 팔을 걸친 채 앉아 있는 화보는, 관마저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게 하죠.
데이빗은 장례 산업에 과감한 목소리를 내기도 해요. 그의 SNS엔 “모두가 왜곡된 장례 산업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심심찮게 보이죠.
“많은 사람들이 (장례 준비에) 다른 선택지가 있단 걸 알지 못합니다. 약탈적인 비즈니스 관행은, 우리의 모든 일상에 내재돼 있죠. 주택부터 의료, 자동차 판매까지요. 하지만 죽음과 관련한 문제야말로, 누군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아닌가요? 적어도 사랑했던 사람을 기리고 싶어 무리한 빚을 쓰게 해선 안 됩니다.”
_데이빗 다스트말치안, 2023년 피플 인터뷰에서
② 관짝 토크쇼를 열다
데이빗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예능 쇼 MC’를 맡았어요. 쇼 이름은 그레이브 컨버세이션스Grave Conversation. 잘나가는 스타를 초대해 관에 눕힌 뒤, 데이빗과 인터뷰를 나누는 거예요.
쇼 분위기가 무섭거나 어둡지 않냐고요? 그 반대입니다. 예컨대 게스트로 나온 공포영화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Mike Flanagan*은, 데이빗과 각자의 관에 누워 대화를 주고받아요. 죽기 전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말에, 마이크는 지긋이 웃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어셔가의 몰락>, 영화 <닥터 슬립> 등을 제작했다.
데이빗 : 제가 “다이Die”라고 외치면, 60초 동안 스스로의 삶을 회상해 보세요. 셋, 둘, 하나, 다이!
마이크 : 마이크 플래너건, 그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그는 우선 좋은 아빠이자 남편이었고, 영화와 TV 쇼를 좀 만들었네요. 운동 신경은 없지만 수영은 잘했어요. 거짓말은 못 했죠. 가족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려 노력했고요. 지구에서 여러분과 멋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행복하게 떠날 거라 확신해요.
③ 사회 운동에 동참하다
타이탄 캐스킷은 사회 운동에 동참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해요. ‘서머타임 폐지 운동’에 동참해서요.
서머타임은 시간을 임의로 바꾸는 제도*예요. 해가 길어지는 봄이 되면 1시간 당겼다, 해가 짧아지는 가을이 되면 다시 돌려놓는 식이죠. 해가 떠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1916년 유럽에서 최초로 제도화됐다. 지금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70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서머타임이 생명에 지장을 준다”는 연구도 많아요. 통계에 따르면, 서머타임을 시행한 다음 날 병원에 보고되는 심장마비 환자가 24%, 사망 사고가 6% 늘어난단 거예요. 바뀐 시간에 적응하지 못해, 일을 무리하게 하기 때문이죠.
타이탄 캐스킷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해요. TV 광고를 통해서요. 마케팅회사 맥시멈 에포트Maximum Effort와 손잡아서요.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가 세워 유명한 곳이죠. 광고에서 앰배서더 데이빗 다스트말치안이 섬뜩한 이야길 건넵니다.
“타이탄 캐스킷은 분명 당신의 죽음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기다릴 수 있어요. 서머타임 폐지 운동에 동참하세요.”
_데이빗 다스트말치안, bury daylight 광고에서
관 회사가 앞장서서 우리의 때 이른 죽음을 걱정하는 광고. 사람들의 반응이 쏟아졌어요. “모순적인 방법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리하다”면서요.
“흔히 ‘죽음’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 게 타이탄 캐스킷에겐 중요했을 거예요. 그러니 패션 브랜드를 벤치마킹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게 무조건 필요했겠죠.”
_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Chapter 4.
미리 준비하는 장례를 제안하다
지금 타이탄 캐스킷에게 중요한 건,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프로세스’를 만드는 거예요. 다른 관 제조회사가 관 100개를 팔 때, 타이탄 캐스킷은 맞춤형 관 10개를 팔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까요.
고민을 시작한 계기는 2023년,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뮤직비디오에 타이탄 캐스킷의 구리관이 등장하면서에요. 추도식 현장에서 테일러가 관 뚜껑을 열고 나오는 장면이죠.
뮤직비디오는 공개 24시간 만에 2200만 뷰를 기록했어요, 동시에 “여기 나온 관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타이탄 캐스킷 웹사이트로 쏟아졌죠.
“테일러는 몰랐겠지만, 그가 관에서 나옴과 동시에 사람들의 장례 방식을 개혁하는 ‘시동’을 걸었습니다. (…) 저희가 가장 기대하는 건, 이제 장례식장 밖에서 관을 받을 수 있는 ‘자신의 권리’를 아는 사람이 많아졌단 거예요.”
_조슈아 시걸 타이탄 캐스킷 공동창업자, 2022년 슬레이트 인터뷰에서
주문이 폭증하자, 스콧과 조슈아는 이참에 ‘미리 준비하는 장례’를 제안하기로 합니다. 필요할 때 사면 너무 늦는다면서요.
타이탄 캐스킷은 2023년부터 사전 예약을 받고 있어요. 장례식 당일 비싼 값에 사지 말고, 살아있을 때 미리 준비하라면서요.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부 구매’ 시스템도 마련해 뒀죠. 60개월 동안 매달 20달러(약 2만6000원)를 내면 관을 살 수 있게 한 거예요.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만큼, 직원들도 고객과 더 긴밀히 소통해요. 필요하면 공동창업자인 조슈아 시걸이 고객과 직접 메일을 주고받죠. 짧으면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넘게 소통해요. 고객의 사연과 취향, 관을 준비하는 목적을 듣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우리에게 전화하는 모든 사람에게 말합니다. 아주 의미 있는 결단을 하셨다고요. 그 결단을 우리가 충분히 도울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함께 관을 디자인해 나가면서요.”
_조슈아 시걸 타이탄 캐스킷 공동창업자, 2023년 리테일 다이브 인터뷰에서
긴밀한 상담은 제품 개발의 힌트가 되기도 해요. 타이탄 캐스킷이 제품군을 다양하게 넓힐 수 있는 이유죠. 반려동물을 위한 미니 관이나, 한국엔 이미 익숙한 화장 유골함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두 고객의 요구를 파악한 덕이에요.
Chapter 5.
죽음의 자기 결정권
사실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타이탄 캐스킷처럼 D2C 관을 사고판다는 게요. 우리에게 죽음과 장례는 왠지 피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송슬옹 대표는 말합니다. 장례 산업을 공부해 보니, 한국과 미국엔 ‘죽음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고요.
“웰 다잉Well-Dying, 쉽게 말해 ‘잘 죽는 일’에 대한 논의를 미국에선 20세기 중반부터 시작했어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는 존엄사법이 1994년 미국 최초로 오리건주에서 통과됐죠. 그 뒤 10개 주가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어요.”
_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송 대표는 덧붙여요. 한국에선 비교적 최근 들어서야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고.
“2008년 일어난 존엄사 논쟁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요. 김 아무개 할머니가 회생 불가 상태에 빠지자, 가족분들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라’고 요청한 일이죠. 2009년 대법원이 끝내 김 할머니 가족의 손을 들어줘 치료를 멈췄고, 이듬해인 2010년에 별세하셨어요.”
_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그때를 계기로 한국에도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송 대표는 회상합니다. 2018년부터 받기 시작한 연명치료 거부 신청자가, 3년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선 일도 있었죠.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요. 송 대표는 말합니다. 한국의 장례 과정은 대부분 상조회사가 책임진다고. 각 단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장례 용품을 사야할지 친절히 안내해 주니까요.
일종의 컨시어지인 셈이죠. 그만큼 간편하지만, 누구나 비슷하고 신속한 장례 절차를 밟죠. ‘망자를 무사히 보내준다’는 장례의 의미는 잊힌 채 ‘형식’만 남아버리는 거예요. 송 대표는 지적합니다. 죽음을 충분히 곱씹을 수 없는 세상에서, 웰 다잉을 논의하긴 어렵다고요.
“2025년이면 한국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국민의 20%를 넘길 전망이니까요. 하지만 우린 아직 죽음을 이야기하는 데에 서툴러요.”
_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총인구 가운데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는 경우를 고령사회, 20% 이상인 경우를 초고령사회라 한다.
송 대표는 타이탄 캐스킷이 약진하는 이유로 ‘죽음의 자기 결정권’을 이야기합니다. 평소 ‘어떻게 죽을 것인가’ 고민했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었던 사람에게, 타이탄 캐스킷은 적어도 자신이 누울 ‘관’만큼은 취향껏 만들게 했으니까요.
“한국에도 수의를 미리 준비하는 분이 드물게 있습니다. 일찍 사두면 오래 산다더라, 하는 미신이 있기도 하고요. 영정 사진 역시 미리 찍으면 장수한다는 믿음 때문에, ‘장수 사진’이라고도 종종 불리죠.
하지만 이걸 ‘흐름’이라고 보진 않아요. 죽음을 준비한다기보단 ‘오래 살고 싶은 마음’에 기반한 행동이니까요. 앞으로 더 많이 논의되어야 할 것은,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아닐까요?”
_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롱블랙 프렌즈 K
죽음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타이탄 캐스킷의 이야길 듣고 문득 떠올려봐요. 난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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