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피크 : 산을 사랑하는 가족, 아웃도어 라이프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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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좋아하는 분 있으세요? 저는 캠핑에 도전했다가 몸살 난 적이 있습니다. 한 시간 걸려 텐트를 조립하고, 새까만 숯이 묻은 고기를 먹고…. 아는 게 없어 고생만 하고 왔죠. 

그런 제가 안타까웠는지, 금동우 소장님이 제게 경기 하남시의 '스노우피크 랜드 스테이션 하남Snow Peak Land Station Hanam'에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캠퍼들의 성지순례 장소라면서요. 마당에 깔린 텐트와 수백 가지 캠핑 용품을 보니 호기심이 다시 샘솟는 기분이었어요. 금 소장님께 “스노우피크가 캠핑 용품을 잘 만드는 브랜드군요?” 하고 물어봤는데, 그게 다는 아니랍니다.


금동우 한화생명 동경주재사무소장

스노우피크는 ‘캠핑계의 에르메스’로 불립니다. 텐트 하나 가격이 3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예요. 이조차 한정판은 추첨을 통해 팔 정도로 인기죠.

코로나 사태는 스노우피크에 기회가 됐습니다. 야외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2021년 매출은 254억엔(약 2633억원)으로, 전년(167억엔)보다 51.5%나 늘었죠. 2021년 8월엔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1000억엔(약 1조4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노우피크의 성장은 코로나로 인한 캠핑 붐 덕분만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캠핑 용품을 넘어 ‘캠핑 경험’을 제안하며 사업을 확장한 게 주효했어요.


Chapter 1.
산을 사랑한 27살 청년, 직접 등산용품을 만들다

스노우피크는 1958년 설립된 일본의 캠핑 용품 브랜드입니다. 창업자와 그의 아들, 손녀가 대를 이어 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15년 연속 매출 성장 중입니다. 

야마이 유키오가 27살에 창립했습니다. 유키오는 니가타현의 산조시에서 자랐어요. 산이 많고 눈이 자주 내려 ‘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리는 곳입니다. 해발 고도 1977미터의 타니가와 다케 산이 등산 명소예요. 400년 넘은 철광석 생산지라 금속 장인도 많습니다. 

유키오는 어릴 때부터 산을 즐겨 탔습니다. 아이젠*을 직접 만들어 썼죠. 등산객에게 팔기도 했고요. 수입산 등산 장비는 일본의 산악 지형과 잘 맞지 않았어요. 유키오는 금속 장인들에게 “정말 갖고 싶은 제품을 직접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Eisen :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화 위에 덧신는 강철 스파이크

1958년 유키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야마이 상점’을 세우고 철물을 팝니다. 얼음벽을 오르는 신발 장비 크램폰*이 대표적이었죠. 유키오는 티타늄이나 알루미늄처럼 가볍고 단단한 재료로 제품을 만들어 근처 산에 가서 끊임없이 테스트했어요. 무게가 가볍고, 배낭에 쏙 들어가는 실용적인 크기로 “산을 타 본 사람이 만들었다”며 입소문을 탔죠.
*crampon : 날카로운 금속 발톱이 양쪽에 10여개씩 달린 빙벽 등반용 장비

1959년에는 전국으로 판매망을 넓혔어요. 1963년엔 그가 매주 가던 설산의 봉우리를 의미하는 ‘스노우피크’로 상표를 바꾸고 1976년에는 생산 공장을 세웠습니다.

지금도 스노우피크의 모든 제품은 산조에서 생산됩니다. 그곳엔 2000개가 넘는 금속 가공업체가 모여 있어요. 설치가 쉽고 높이가 낮아 바람 저항이 적은 캠핑용 텐트 ‘어메니티 돔’은 출시한 지 50년이 넘은 스테디셀러죠. 65g 짜리 티타늄 컵, 항균 코팅된 다운 자켓 같은 제품들은 특히 사랑을 받습니다. 

스노우피크의 스테디 셀러인 '티탄 머그컵'. ⓒ스노우피크

신제품을 내놓을 시간에 품질을 잡겠다

화력이 강해 센 바람에도 잘 견디는 티타늄 버너, 나무를 해치지 않도록 밧줄에 우레탄 소재를 덧댄 해먹 ‘스카이 네스트’. 스노우피크에는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에 없는 독자적인 제품이 많습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입소문을 내는 마니아도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