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 톤마이스터 : 음반의 지휘자, 백건우·조수미·조성진의 음색을 세공하다



롱블랙 프렌즈 B 

음색의 또 다른 말은 ‘음빛깔’이에요. 똑같은 악보도 연주자에 따라 음의 빛깔이 달라집니다. 드뷔시의 「달빛」을 떠올려 볼까요?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달빛은 포근하고,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달빛은 청명하게 느껴져요.

이 음빛깔을 다듬어 기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톤마이스터Tonmeister 최진 감독이에요. 감각의 설계자 두 번째 주인공이죠. 최진 감독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부터 정명훈, 백건우, 정경화, 조성진, 임윤찬까지,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를 음반에 새겼습니다.



김인애 인애스타일 대표

톤마이스터. 말 그대로 ‘소리의 장인’이에요. 국제적으로 수가 적고, 한국엔 5명 남짓 있습니다. 연주의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예술성까지 알아야 하는 일이에요. 사운드를 구현하는 밸런스 엔지니어이자, 곡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레코딩 프로듀서로 활약해요. 

서초구의 스튜디오에 들어선 순간. 흰 벽에 전시된 클래식 앨범들이 보였어요. 은은한 조명과 산뜻한 온도에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최고의 컨디션으로 작업하려, 공간의 습도까지 조절한다네요. 큰 스피커들에 둘러싸인 최진 감독이 미소로 반겨주었습니다.

Chapter 1.
음악가 집안에서 과학자를 꿈꾼 아이

어린 시절 최진 감독의 집에는 이른 아침부터 클래식 음악이 흘렀습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같은 곡으로 잠에서 깨고는 했어요. 어머니는 플루티스트, 아버지는 KBS 클래식FM 라디오 진행자이셨습니다. 동요보다 클래식이 익숙했죠. 아버지는 오디오 만큼은 좋은 걸로 장만하셨답니다. 퇴근할 땐 방송국에서 명반을 잔뜩 빌려오셨어요.

부모님의 권유로 네 살부터 피아노를 배운 최 감독. 하지만 재미가 없었어요. 악보를 잃어버린 척 연기했을 만큼 말이죠.

“초등학생 때 부모님께 딱 선언했어요. ‘나는 음악 안 한다’고. 피아노 연습도 싫고, 클래식이 감미롭지도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