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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픽 요즘 서울 핫플, 기획에는 이런 의도가

요즘 MZ픽 서울 핫플들은 누가 기획한 걸까?

테디뵈르하우스. 몽탄, 뉴믹스커피. MZ세대들을 더불어 요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의 핫플들이에요. 혹시 가보셨나요? 

음식 맛도 맛이지만 매장 분위기나 디테일들을 보면 MZ 세대들이 가고 싶어할 만한 브랜딩을 정말 잘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런 힙한 핫플은 누가. 어떻게 기획한 걸까요? 이 핫플을 기획한 기획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뚜기 : 스테디셀러를 비틀어 기획한 테디뵈르하우스


얼마 전 용산에 갔다가 엄청 고민했어요. 디저트로 도넛 크루아상을 먹을지, 바닐라 찹쌀 약과를 먹을지요! 크루아상 맛집 ‘테디뵈르하우스’와 약과 전문점 ‘골든피스’ 때문이에요. 결국 둘 다 가서 먹었죠. 흑, 물론 오픈런과 3시간 웨이팅이란 뼈아픈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답니다.

습관처럼 누가 이런 핫플을 만들었는지 찾아봤어요. 헉, 두 곳의 기획자가 같아요. 뚜기라는 닉네임을 가진 양지우 디렉터예요. 더 놀라운 건, 올해 스물여섯이라는 것! 6년 차 F&B 기획자이면서 골든피스의 대표를 맡고 있어요.

“낯선데, 낯설지 않다.” 양지우 디렉터가 만드는 음식과 브랜드를 관통하는 문장이에요. 크루아상에 글레이즈를 얹은 도넛 크루아상도, 바닐라 크림이 발린 약과도. 분명 처음 들어보거든요? 그런데 왠지 익숙하고, 묘하게 설득력 있어요.

양 디렉터는 기획의 핵심은 힘 조절에 있다고 했어요. 딱 한두 포인트만 건드리는 것이 뚜기표 기획의 매력”이라고 했죠.


2022년 10월 문을 연 ‘테디뵈르하우스’! 

라자냐 맛집으로 유명한 ‘쌤쌤쌤’의 김훈 대표와 함께 만든 브랜드예요. 두 사람 역시 인스타그램으로 친해진 사이예요. 둘이 만나면 대화 주제는 늘 ‘어떤 브랜드를 하면 성공할까’였죠. 두 사람이 꽂힌 아이템은 바로 크루아상.

“저는 스테디셀러를 살짝 비트는 걸 좋아해요. 베이커리 메뉴 중 요즘 핫한 베이글, 도넛 말고 어떤 스테디셀러가 있을까 살폈어요. 크루아상밖에 없더라고요. 게다가 크루아상은 파리라는 낭만적인 도시를 연상시킬 수가 있잖아요.”

김훈 대표는 처음엔 반대했대요. 어느 빵집에 가든 발에 채는 게 크루아상이니까요. 반면 양 디렉터는 승부를 볼 수 있겠다고 확신했어요. 크루아상은 빵집 어딜가나 있지만, 크루아상만 파는 전문점은 없었으니까요.

아이템이 정해졌으니, 이제 본격적인 브랜딩을 할 차례! 양 디렉터는 이름부터 고민했죠. 일단 가게가 삼각지 주택가에 위치해있으니, 어떻게든 ‘하우스’는 꼭 쓰고 싶었대요.

“제 철학 중 하나가 ‘귀여움이 최고다’예요. 귀여우면 동물이잖아요! 인기가 많은 토끼, 강아지 등 동물을 전부 나열해 보고 하우스에 조합해 봤죠. 그런데 곰인형인 ‘테디베어’가 너무 잘 맞았어요. 곰인형이 가득한 파리 느낌의 크루아상 전문점으로, 콘셉트를 확장했죠.

그런데 위트가 좀 부족해 보이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요즘 뜨는 ‘뵈르(프랑스어로 버터)’란 단어가 생각났어요. 테디베어가 아닌, 테디뵈르로 가자는 생각이 든 순간 고민이 끝났어요. ‘테디뵈르하우스’. 무조건 이거였어요.”

하늘색 외관도 양 디렉터의 아이디어였어요. ‘파리 콘셉트의 가게라고 하면 왜 죄다 남색이나 버건디, 짙은 초록색만 사용할까.’ 의문이었죠. “파리의 젊은이들이 건물을 뜯어고쳐 새 가게를 연다”는 산뜻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하늘색을 택했어요.

“입구에 선 커다란 곰인형 두 마리, 복층에 꾸며둔 포토존, 책 표지처럼 생긴 계단… 하나하나 의도 했어요. ‘가게의 모든 곳에서 셔터를 못 멈추게 하자’는 주문을 걸어 만들었죠.”

베이커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쨌든 이죠! “한두 포인트로 차별화를 두자.”  그렇게 나온 첫 메뉴가 ‘도넛 크루아상’이었죠.

“크리스피 크림의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도넛, 모두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이 글레이즈를 크루아상에 입힐 생각은 아무도 안 했더라고요! 도넛이라는 요즘 이슈가 되는 키워드도 가져올 수 있고, 비주얼도 예뻐요. 너무 짜릿했죠.”

‘뺑스위스’는 크루아상에, 초콜릿 스틱과 커스터드 크림을 넣었어요. 크루아상에 초콜릿이 든 ‘뺑오쇼콜라’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니, 다음 단계로 가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달콤한 라인만 있으면 질리겠죠? 콘에그 같은 짭짤한 맛도 추가해요. 패스츄리를 빙글빙글 돌린 달팽이 껍데기 모양 등 생김새에도 변주를 줬죠.

좀 놀라워요. 커리어의 시작은 CNP의 콘텐츠 마케터로 메뉴 기획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거든요. 어떻게 이런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을까요? 아래 버튼을 눌러 직접 확인해보세요!


바비정 : 몽탄의 브랜딩 기획에는 뿌리가 있다


바비정은 기존의 ‘장사하는 외식업 대표’와 요즘의 ‘콘셉트를 만드는 F&B 기획자’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기획력이 부족한 외식업 사장들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콘셉트를 잡습니다. 반면, 기획자들은 비즈니스를 직접 운영해내지 못하죠.

바비정은 뛰어난 기획자이자, 운영자입니다. 둘 모두에 뛰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 대표는 마케팅을 전공하고, 에디터로 일했던, 맛집 인플루언서 출신 기획자거든요. 다방면에서 쌓인 인풋이 ‘바비정’만의 식당을 만들어내죠.

바비정의 기획은 MZ 세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새롭고 트렌디한 식당이 주였습니다. ‘몽탄’의 기획을 의뢰받기 전까지는요.

“빛나고, 특이한 아이디어를 내는 게 좋은 기획자라고 생각했어요. 광고를 하면 이제석처럼 해야 하는 거죠. 총 둘러매고 나가서 기이한 생각을 쏴대는 거예요. 그런데 몽탄을 할 때 알았어요. 뛰어난 기획자는 딴딴한 기획서를 쓰는 사람이에요. 전에는 ‘목욕탕에서 고기 구우면 재밌지 않을까요’, 식의 기획서를 썼어요. 그러면 클라이언트가 묻죠. ‘야, 이거 뿌리가 뭐냐? 본질이 뭐야? 너는 몽상가야 뭐야?’”


바비정이 뿌리 있는 기획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근본이 없다’는 비판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었습니다. 그 시도로 만든 게 2018년 오픈한 우대갈빗집 ‘몽탄’이에요.

바비정은 공간의 뿌리부터 생각했습니다. 몽탄은 노포가 많은 삼각지에 있습니다. 그곳에 ‘재생 건축’을 곁들였어요. 원래 설렁탕집이었던 80평 규모의 100년이 넘은 적산 가옥을 리뉴얼해 지었죠. 건물 외부와 벽은 그대로 두고, 내부는 80년대풍 엔틱한 가구와 조명으로 인테리어했어요. 입구에는 몽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향을 피워두죠.

다음으로 음식의 뿌리를 찾았습니다. 몽탄의 아이템은 고기였어요. 정 대표는 음식은 같되, 구이 방식에 차별점을 두고자 했죠. 그렇게 찾은 우리나라의 구이 방식이 ‘짚불 삼겹살 문화’였어요. 

바비정과 몽탄의 조준모 대표는 왕복 7시간을 운전해 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까지 찾아갔어요. 짚불 삼겹살이 처음 시작된 ‘두암식당’이 거기 있었거든요. 두 사람은 두암식당에서 구이 방식을 배워왔죠.

네이밍에도 뿌리 있는 스토리를 넣었어요. 몽탄면의 몽탄에서 이름을 따왔죠. 몽탄夢灘은 ‘꿈여울’이란 뜻이에요. 후삼국시대 왕건이 전쟁 중 강에 가로막혔는데, 꿈속에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강물이 빠지는 때를 알려줬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몽탄면의 여울 탄灘 자를 숯 탄炭으로 바꿔 ‘몽탄’이 탄생했죠. 몽탄의 간판은 붓글씨로 쓰고, 로고는 해태로 만들었어요.

몽탄은 F&B 업계의 팀 단위 기획을 개척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디렉팅은 정동우 대표가, 메뉴는 와이제이엘 최정락 대표가, 인테리어는 ‘뜨락’의 김재균 대표가 맡았죠.

업계 전문가들이 팀으로 뭉치고, 트렌드보다 뿌리를 앞세운 몽탄. 오픈하자마자 평균 웨이팅 2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는 MZ 세대에서 40~50대 중년층으로 확장됐죠. 지금은 월 평균 6억원 매출을 자랑합니다.

정 대표는 ‘실력 있는 젊은 기획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의뢰가 쏟아져 들어왔죠. 3년 동안 10개가 넘는 F&B 브랜드를 론칭했으니까요.

하지만 정 대표는 브랜드 기획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식당 운영에 도전합니다. 2018년에 오픈한 알등심 식당 ‘고도식’을 통해서요.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노트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김규림 : 꼬리에 꼬리를 문 브랜딩으로 탄생한 뉴믹스커피


요즘 성수동에 검정 스프레이가 뿌려진 종이컵이 자주 보여요. 다름 아닌 믹스커피! 성수동에 드립 커피, 에스프레소도 아닌 믹스커피가 등장하다니?

카페 이름은 ‘뉴믹스커피.’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전 대표가 차린 그란데클립grandeclip의 첫 번째 프로젝트래요. 그란데클립은 클립처럼 사소한 것을 커다랗고 위대하게 만든다는 뜻이에요. 그 이름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믹스커피’를 브랜딩해, 존재감을 만들었어요.

익숙한 듯 독특한 이 카페, 누가 디렉팅했을까요? 배달의민족 전 마케터, 김규림 디렉터예요.

배달의민족 마케터였던 김규림 디렉터.  2023년 2월에 그란데클립에 합류하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아이템이 뭔지 묻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죠.

“아이템이 없는데 사업을 한다고? 재밌겠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에요. 그런데 처음부터 만들어가면 오히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획은 답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먼저 아이템! 코리안 스타일을 녹일 아이템을 찾다가 ‘믹스커피’를 떠올렸대요. 한국을 빛낸 발명품 5위가 믹스커피인 거 아셨나요? 이탈리아에 에스프레소, 미국에 아메리카노가 있다면, 한국의 대표 음료는 믹스커피라는 거예요. 사소한 카테고리를 멋지게 만들겠다는, 그란데클립의 철학에도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었죠.

팀 내 이미지 통일이 필요했어요. 믹스커피가 워낙 대중적인 아이템이라 각자 생각하는 이미지가 달랐거든요. 후드티 뒤집어쓴 수험생이 찾기도 하고, 직장인들이 야근을 하면서 마시기도 하죠. 레트로풍의 다방에서 파는 것도 믹스커피예요.

“팀원들에게 ‘누가 믹스커피를 소비했으면 좋겠냐’고 질문했어요. 각자 이미지를 찾아와서 프레젠테이션 화면 한 장에 모두 집어넣어 봤죠. 유독 워크웨어를 입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뉴믹스커피의 유니폼이 점프슈트인 이유예요.”

메뉴 기획도 하기 전에 유니폼부터 생각하다니! 김 디렉터는 웃으며 말했어요.

“조감도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한 장의 사진이나 작은 아이템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어 완성했어요.”

큰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작은 점을 연결하는 게 그만의 기획법이래요.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드문드문 떠오르는 요소들을 연결하다 보면, 유연하게 브랜드를 완성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을 맞닥뜨리면 당황할 수 있어요. 꼬리를 물며 준비하면, 피드백을 유연하게 흡수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죠.”

김 디렉터는 기획의 역량을 어떻게 쌓은 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물건을 좋아했대요. 문구 덕후였던 그가 배민의 마케터, 그리고 뉴믹스커피를 브랜딩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직접 노트에서 확인해보세요!


인터뷰를 보고 나니 MZ세대가 열광하는 핫플을 기획한 기획자들의 공통점이 보여요.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경험으로 본인만의 취향감각이 확고하다는 거예요. 그 취향과 감각이 브랜딩에 녹아들었을 때 비로소 MZ세대를 통틀어 전 세대에 인기 있는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거죠. 

더 많은 브랜드와 다양한 분야의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이전 글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