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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꾼 파격적인 국내 리브랜딩 성공 사례 3가지

영원한 건 없습니다. 잘 나가던 브랜드도 리브랜딩이 필요한 시기가 오곤 하죠.

이니스프리, 마리떼, 시몬스. 파격적인 리브랜딩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세 브랜드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이니스프리 : 이름만 빼고 다 바꾼 리브랜딩

Ⓒ이니스프리

2000년에 탄생한 이니스프리, 매우 신선한 이미지였습니다. 국내 최초로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했죠. 라벤더·올리브·로즈마리 같은 허브 추출물을 사용했어요. 지금은 많은 브랜드가 ‘자연주의’란 단어를 내세우지만, 2000년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대요. 

하지만 영원한 인기도, 영원한 1위도 없죠. 2020년. 스무돌을 맞은 이니스프리엔 위기감이 감돌았습니다. 20년 사이 ‘자연주의’를 내세운 화장품 브랜드는 너무 많아졌습니다. 제주라는 콘텐츠도 더는 새롭지 않았고요. 멀티샵이 유행하면서 로드샵의 설 자리도 줄어들었죠.

2022년 8월, 이니스프리의 새로운 수장으로 최민정 대표가 합류합니다. 그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기업 전략 컨설턴트 출신의 그는, 앞서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에스쁘아espoir 리브랜딩을 이끈 경험이 있어요.

그가 대표로 취임한 8월,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 태스크포스팀TF이 출범했습니다.

리브랜딩 TF 멤버는 약 20명. 독특한 점은 브랜딩·마케팅 직군으로만 구성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멤버 중엔 글로벌 영업, 국내 이커머스, 상품 개발 담당자들도 포함돼 있었어요.

“각 부서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아이디어가 많은 직원을 뽑았습니다. 회사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고, 긴장감도 컸습니다. 다만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은 뚜렷했습니다. TF 멤버들이 서로 계속 주고받은 격려가 있었어요. ‘우리 눈치 보면서 아이디어 내지 말자. 너무 나갔나, 싶은 아이디어를 내자. 이니스프리다움이라는 선입견을 아예 던져버리자.’”
_이혜진 이니스프리 마케팅 상무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과 기존의 브랜드를 새롭게 바꾸는 것. 무엇이 더 어려울까요. 많은 브랜드 전문가들은 후자를 꼽습니다. 신규 브랜딩은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잖아요. 리브랜딩은 기존의 그림에서 지울 부분과 남길 부분부터 골라내야 합니다.

TF는 원칙을 먼저 정했어요. “자연주의라는 컨셉은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이니스프리라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자연이라는 정체성은 브랜드의 본질 그 자체였으니까요.
*이니스프리는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호수섬 이니스프리’에서 따왔다.

나머지는 모두 원점에서 검토했습니다. 제주라는 배경, 맑고 순수한 이미지, 원료 중심의 마케팅 방식… 이 중 무엇을 가져갈 것인지를 치열하게 토론했대요. 최민정 대표는 팔짱을 끼고 계속 들었죠. 

수개월에 걸친 토론 끝에, TF가 내린 결론은 다소 파격적이었습니다. 

‘제주를 버린다. 대신 섬은 남긴다. 구체적인 지역 대신 이니스프리의 가치를 담은 가상의 섬을 그린다. 그 안에서 뛰어놀 가상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핵심 원료엔 새롭게 창조한 이름을 붙인다.’

한마디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창조하겠다는 거였죠. 

Ⓒ이니스프리

새로운 세계관은 ‘섬’이라는 핵심 배경도 완전히 다르게 해석했어요. 기존의 이니스프리는 제주를 ‘맑고 순수한 자연의 공간’으로 바라봤죠. 청순한 모델이 깨끗한 자연의 원료를 채취하는 곳으로 말이에요.

TF는 섬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고 제안해요. 세계관은 네 명의 캐릭터를 섬에서 자급자족하며 생존하는 강인한 개척자들로 그려냈어요. 이들은 중력을 제어하고,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어요. 숲을 날아다니고, 물 위를 달리며 자연을 즐겨요. 

더불어 즐기는 자연. 이것이 새로운 세계관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이에요. 기존 이니스프리 브랜드에 있어 자연은 ‘지켜야 할 대상’이었어요. 모델은 그 속에서 수동적인 모습으로 서거나 앉아 있었죠. 새로운 이니스프리에 있어 자연은 ‘마음껏 뛰어노는 놀이터’ 같은 개념이고요. 

“MZ세대에게 자연이란 어떤 의미인지 치열하게 조사하고 고민했어요. 기존의 이니스프리는 정적으로 자연을 대했죠. 그런 태도가 시대적인 지향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어요. 훨씬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가 필요했습니다.”
_이혜진 이니스프리 마케팅 상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해석하는 과정. 최민정 대표는 “결국 브랜딩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의하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 전략이 더 궁금하다면 직접 본문을 확인해보세요!


마리떼 : 마케터의 한 마디로 시작된 리브랜딩

Ⓒ마리떼

마리떼 프랑소저버는 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파리 기반의 데님 패션 브랜드에요. 그러다 어느 순간 잊혀졌죠. 그 불씨를 다시 살린 주역이 바로 레이어 신찬호 대표입니다.

사실 신 대표, 국내 스트리트 패션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손꼽혀여. 2005년 편집숍 라이풀LIFUL을 세웠죠. 2015년에는 패션 브랜드 LMC를 론칭했어요. 2022년 기준 연 매출 200억을 달성한, 여전히 튼튼한 브랜드입니다.

줄곧 스트리트 브랜드를 전개해 오던 레이어. 2018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어요. 1년 넘게 패션 시장에서 떠돌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라이선스*를 가져온 거예요. 이유는 단순했어요. 신 대표의 학창 시절 추억이 듬뿍 담긴 브랜드라는 이유였죠.
*대명화학이 마리떼의 라이선스를 취득했으나 운영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90년대 후반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던 브랜드였어요. 파리의 디자이너 부부가 만들었죠. 브랜드 이름도 아내인 마리떼 바슐르히Marithé Bachellerie와, 남편인 프랑소와 저버François Girbaud의 이름에서 따왔어. 다만 당시만 해도, 마리떼보다는 저버라는 이름으로 불렸어요.

브랜드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냐면,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저버 부부의 화보를 찍어줬을 정도? 당시 저버의 데님 한 벌이 20~30만 원에 달했어요. 신찬호 대표 같은 패션피플에겐 꿈의 청바지였다고 해요.

때문에 라이센스 사업 첫해인 2019년에는, 이 추억 속 저버의 기억을 되살려서 운영했어요. 옛 디자인을 똑같이 복각하는 식으로. 애초에 ‘그때 좋았지’ 하면서 가져온 브랜드였으니까요.

“론칭 초기 브랜딩은 한마디로 하면 ‘정통성’이었어요. 보도자료에도 브랜드 줄임 명을 ‘마리떼’가 아닌 ‘저버’라고 썼어요. 90년대엔 누구나 그렇게 불렀으니까. 옛것을 오마주hommage 했죠. 그런데 망할 것 같더라고요.”

결과는? 처참했어요. 1년 매출이 고작 3억원. 로얄티만 해도 매출의 절반인 1억5000만원이었는데 말이에요. 순적자만 5억원이었죠. 위태로웠던 2019년 여름, 신 대표는 네 명의 전 직원을 불러 모았어요.

“별 얘기가 다 오가는 와중에 마케팅팀장이 혼잣말로 그랬어요. ‘저버는 이름이 참 딱딱해. 마리떼는 예쁜데.’ 회의 자체는 별 소득 없이 끝났는데, 며칠 동안 그 말이 머리에서 안 떠나더라고요.”

회의 때 누군가 슬쩍 흘렸던 혼잣말. 그 한마디가 모든 걸 다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저버’에서 ‘마리떼’로 이름을 바꾸고, 여성복으로 카테고리까지 바꿨죠. 저버의 남성복 디자이너는 하루아침에, 마리떼의 여성복을 디자인해야 했어요.

프랑스에 있는 창업자 저버는 이 소식을 듣고 화까지 냈대요. 하지만 이미 막다른 길에 부딪혀 시작한 리브랜딩을 멈출 수는 없었죠.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한다면 한번 해보자’ 싶었어요. 이름부터 마리떼로 바꾸고, 모든 브랜딩을 뒤엎었습니다.”

리브랜딩을 준비한 끝에 2020년 여름, 마리떼를 선보였습니다.

놀랍게도 6개월 만에 반응이 왔어요. 2021년 6월 누적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0% 상승했죠. 리브랜딩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100억 대의 연 매출을 기록했어요.

Ⓒ마리떼

비결은 타깃에 있었어요. 리브랜딩을 하면서 마케팅 타깃을 기존 30·40대에서, 20대 초반으로 조정했어요. 왜 구매력이 있는 30대나, 트렌드에 앞장서는 10대가 아니었을까요?

“가장 롱런할 수 있는 고객층이 20대이니까요. 10대는 너무 빨리 떠나가요. 30대가 지나면 전보다 패션에 관심이 떨어지고요.”

20대를 타깃 하면서, 결과적으로 고객군을 더 키울 수 있었어요. 새롭고 젊어진 마리떼는 90년대에 저버를 알던 40대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거든요. 20대부터 40대까지, 인지도가 커진 거죠.

“10대와 20대한테는 처음 보는 브랜드이고, 30대와 40대한테는 향수가 있는 브랜드예요. 10대부터 40대까지 백화점에서 보면 신기해하는, 그런 브랜드가 됐죠. 20대를 노림으로써 마리떼란 브랜드의 세대 간 교집합이 커진 거예요.”

성공에 바뀐 디자인도 한몫했다고 하는데요.  원칙은 “너무 트렌디하지 않아야 한다.” 

마리떼의 리브랜딩 전략이 더 궁금하다면 아티클을 통해 직접 확인하세요!


시몬스 : 침대회사의 침대없는 리브랜딩

Ⓒ시몬스

여러분은 언제 ‘시몬스 힙하네’라고 생각했나요? 전 2018년. 경기 이천시에 시몬스 테라스가 들어섰을 때. 우리나라 가구 브랜드치고 고급스러운 복합 문화공간을 꾸몄네,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그런 공간이 어느날 짠, 하고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 아니에요? 

내가 알아보니 실제로 시몬스가 바뀌기 시작한 건 2015년이더라고요. 이때 무슨 일이 생겼냐고요? 시몬스가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디자이너들과 브랜드·콘텐츠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시작했죠. 미국 제냐 본사 출신의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인 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도 이 무렵 입사했고 말이에요.

취재를 종합해보면 2001년부터 시몬스를 이끌어 온 안정호 대표의 2015년 당시 고민은 이랬던 것 같아요.

‘시몬스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다. 기능을 강조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경험이 부족한 유통 매장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없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부터 유통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

사실 그 전에 시몬스는 뭘로 유명했나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죠. 기능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에요. 모두 알겠지만 럭셔리 브랜드는 기능을 강조하지 않아요. 우리가 물건이 많이 들어가서 샤넬 백을 사는 게 아니듯이요.

영입된 전문가들은 2016년부터 시몬스를 조금씩 바꿔가기 시작했어요. 우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바꿨죠

시몬스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세 가지로 나눴대요.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비쥬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 

이 중 비쥬얼 커뮤니케이션이 우리가 보는 광고·마케팅 콘텐츠에 해당해요. 언제인가부터 TV 틀면 시몬스 광고가 제일 힙하게 느껴졌잖아요? 2016년부터 디자인·브랜딩 전문가들이 들어오면서 광고의 ‘깔’을 바꾼 거죠.

‘크리에이터 그룹’으로 불리는 디자인 스튜디오 인력이 이 작업을 주도해요. 지금도 10여명의 디자이너가 이 스튜디오에 소속돼 있는데, 프로젝트에 따라 스튜디오 인원은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해 최대 50명까지로 유연하게 움직인다고 해요. 

Ⓒ시몬스

2017년 혼네Honne 음악이 배경에 깔리면서 화제가 된 TV CF부터 2019년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시리즈, 올해 1월에 나온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 시리즈까지. 시몬스의 콘텐츠 대박 행렬이 이때부터 시작됐죠. 특히 OSV 캠페인은 1월에 유튜브에 오픈한 뒤 한달도 안 돼 조회수 2000만 뷰를 넘었어요. 2월 첫째주 동안 TV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말이에요.
*멍 때리기를 주제로, 볼수록 무의식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영상. 시몬스 측은 1960년대 히피 운동이 강조한 ‘멘탈 헬스Mental Health’에서 영감을 받아 비디오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대박 캠페인을 많이 했으니 광고선전비를 꽤 많이 썼을 것 같죠?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저도 놀랐어요. 장부를 보면 시몬스의 광고선전비는 2017년 253억원에서 2020년 266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어요. 서울영상광고제 은상을 수상한 2019년엔 오히려 광고선전비가 215억원으로 확 줄었고 말이에요. 어떻게 된 걸까요. 

“광고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1년 12달 내내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1년에 딱 5달, 성수기를 겨냥해서 광고를 세게 하고 사라집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기억할만한 강렬한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또 하나의 팁은 반스텝 빠르게 광고하는 거예요. 보통 가구 브랜드들이 혼수철을 맞아 3월에 광고를 많이 해요. 저희는 2월부터 광고합니다. 더 빨리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위해서죠.”
_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시몬스가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광고선전비 대신 크게 늘린 지출이 있어요. 바로 인건비에요.

시몬스의 장부에서 2017년 이후 급여 현황을 볼까요? 2017년만 해도 한해 급여가 108억원대에 불과했는데, 2020년 294억원의 급여를 지출했어요. 3년 사이에 3배로 급여가 뛴 거예요. 업계 1위 에이스침대의 2020년 급여액은 171억원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시몬스가 어마어마하게 사람에 돈을 쏟고 있는 거예요.

도대체 왜 이렇게 급여가 많이 는 걸까요. 브랜드와 유통을 확 바꾸기 위해서 젊은 직원들을 대거 뽑기 시작했다고 해요. 시몬스는 현재 임직원이 600여명인데 이 중 200명이 최근 2년 사이에 들어왔을 정도에요. 업력이 수십년 된 회사인데, 임직원 평균 연령이 34세로 젊죠.

광고 이외에도 시몬스 테라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등 힙한 오프라인 공간도 만들어낸 시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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