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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 “멋진 질문은 필요없다”, 누적 조회수 2300만 인터뷰의 기술


롱블랙 프렌즈 B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시, 나태주 시인의 「풀꽃」입니다. 최근 서점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어요. 『나태주의 행복수업』. 자세히 보니 ‘인터뷰 에세이’입니다. 책의 주인공은 두 명. 시인 나태주, 그리고 조선비즈에서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연재하는 인터뷰작가 김지수. 

기묘한 조합이었습니다. 꼭 시골쥐와 서울쥐 같았거든요. 『보그』와 조선비즈를 거친 도회적인 이미지의 김지수 작가, 풀꽃처럼 소박하고 섬세한 느낌의 나태주 작가. 

시인 ‘태주’가 사는 충청남도 공주에서 시작된 둘의 만남이 태주의 고향인 서천, 그리고 ‘지수’가 사는 서울로 이어지며, 두 사람이 어느새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지음知音이 돼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김지수 작가의 이야기가 눈에 밟혔습니다. 제가 막연히 그려왔던 그의 이미지와 확연히 달랐거든요. 수없이 많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읽었지만, 정작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더군요.
 


김지수 인터뷰작가/문화전문기자

‘최전선의 인터뷰어’. 김지수 작가의 별명입니다. 빌 게이츠, 말콤 글래드웰 같은 세계적인 유명 인사부터 다니엘 핑크, 고故 이어령 등 국내외 석학들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거쳐 갔어요. 2015년부터 조선비즈에서 시작한 이 인터뷰 시리즈는 누적 조회수 2300만을 기록하며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람이라는 행성 안으로 깊이 들어가 한 우주를 탐구한다.’ 그가 인터스텔라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입니다. 『보그』 시절부터 김지수 작가의 인터뷰는 유명했어요.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는 물론, 실제 인터뷰 현장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듯한 현장감까지. 인터뷰를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막연히 화려하고, 지적이고, 우아한 사람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직접 만난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그런 말들에 갇히기에는 너무나도 넓었어요.


Chapter 1.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까마득한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집. 동네를 채우던 다툼과 폭력의 소리. 시집살이를 못 견뎌 우물가에서 자살한 여자. 김지수 작가가 기억하는 어린 날의 풍경입니다. 

집은 가난했어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없었죠. 어린 김지수는 늘 생각했습니다. ‘나는 살 가치가 있을까.’

결핍은 존재의 이유를 확인받고 싶다는 욕망이 되었습니다. 글을 잘 써 문예반에 들어갔고, 주목받고 싶어 방송반에 들어갔어요. 열심히 공부해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에도 입학했어요.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방황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그 결핍이 나한테 너무 컸어요. 1차 집단에서 사랑을 못 받았잖아요. 그럼 연애라도 잘했어야 하는데 못 했어. (웃음) 늘 나쁜 사람과 연애하고 상처받고. 사랑에 대한 궁금증, 예술에 대한 열망. 이 두 가지를 찾아 헤매고 다녔죠.”

방황한 탓에 겨우 학교를 졸업했어요. 교육 회사에 취직했죠. 종일 사무실에 앉아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사보를 만들었습니다. 성에 차지 않았어요. 

“도저히 만족이 안 되더라고요. 더 큰 무대에서 놀고 싶다는 욕망이 계속 들끓었어요. 글을 쓰든, 방송을 하든.”

그는 보다 화려한 세계를 꿈꿨습니다. 잡지사였어요. 몇 번의 이직을 거쳐 『보그』에 정착합니다.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김지수 작가.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방황과 배회’라 표현했다. ⓒ롱블랙

추락한 『보그』의 프리마돈나

그에게 『보그』는 거대한 오페라 극장 같았어요. 김지수 작가는 그곳의 프리마돈나였죠. 문학적인 감수성과 글쓰기 재능을 마음껏 반짝였어요. 아름다운 묘사와 시적인 문장. 『보그』의 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참신한 인터뷰 기사를 선보였습니다. 그의 개인 팬이 생겨날 정도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