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 인생의 유한성과 앎의 무한성에 대하여


롱블랙 프렌즈 B  

저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라도 말이죠. 빈 공책에 연필 한 자루를 챙겨 도서관으로 가요. 그렇게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그 순간을 완성해 주는 건 빈 공책도, 연필도 아닌, 도서관이란 장소 같습니다. 그곳은 마치 요새 같아요. 소란한 바깥일들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곳이라고 할까요.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고요할 때면, 내가 또 다른 시공간에 머무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듭니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역시 도서관의 그 힘을 깨우쳐준 책을 한 권 만났다고 합니다. 저자의 ‘도서관론’에 완전히 빠져버렸다고 해요. 다름 아닌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는 주장입니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출판계에서는 지금 “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아우성입니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독서 실태 조사 결과 때문입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의 비율이 10명 중 6명이나 됐다고 하죠.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비율을 의미하는 ‘성인 독서율’은, 2013년 72.2%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해 2023에는 43%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