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K
언제부터인가 옷을 사려고 하면 망설여져요. 이미 옷이 너무 많은데, 이 옷은 몇 년이나 입고 버리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저같은 사람이 많은가봐요. ESG*가 패션 업계 전체의 화두라고 합니다. 패션·리테일 전문 컨설턴트인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의 설명이에요.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말
이정민 대표가 ESG를 잘 실천하는 패션 브랜드를 하나 소개해주실 거에요. 영국의 청바지 브랜드 히웃데님 Hiut Denim 이예요.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히웃데님을 알게 된 건 2013년이었어요. 브랜드가 런칭한 지 2년이 지난 때였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회사를 주목해왔어요. 탄탄한 철학을 가진 ESG 기업이자 최고의 브랜딩 기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벌써 10주년을 맞이한 브랜드지만, 사실 영국에서조차 2018년에야 본격적으로 유명해져요. 왕자비 매건 마클이 공식 석상에서 이 청바지를 입었거든요. 해리 왕자의 부인인 마클은 당시 입는 옷마다 완판을 시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었죠.
얼마나 주문이 몰렸는지, 온라인 주문창을 닫을 정도였대요. 한 달 사이에 6개월치 주문이 들어왔죠. 덩달아 이 브랜드의 남다른 사명이 알려지며 더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Chapter 1.
일자리를 잃은 카디건 마을의 재봉사를 모으다
히웃데님은 웨일스의 작은 마을 카디건 Cardigan 에서 출발했어요. 이 마을의 존재 자체가 히웃데님이 출발한 이유입니다. 카디건에는 원래 영국 의류 브랜드 막스앤스펜서의 봉제 공장이 있었어요. 꽤 큰 공장이었어요. 마을 주민 4000명 중 400명이 그 곳에서 일했죠.
그러다 2002년에 공장이 문을 닫게 돼요. 더 싼 생산을 위해서 모로코로 공장을 옮겼거든요. 순식간에 400명의 봉제 기술자가 직업을 잃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마을 인구의 10%였지만,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어땠을까요? 거의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실직자가 나온 거예요. 엄청난 충격이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