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북 : 겸손과 자부심을 블렌딩해 뽐내지 않는 와인을 만들다


롱블랙 프렌즈 K 

B가 연말 선물로 와인을 줬어요. 미국 나파밸리 와인의 정석이라고 알려진, 입문자들이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고요. 책 표지를 연상케 하는 라벨 위로 텍스트북TEXTBOOK이라는 글자가 정갈히 적혀 있네요. 한 모금 마셔봤지만… 음, 이제 막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저는 맛 구분이 어려웠어요.

혹시 와인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면, 와인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서울 청담동 레드텅 부티크 와인 스토어에서 조나단 페이Jonathan Pey 텍스트북 창업자를 만났어요. 톤다운 된 블루 셔츠에 겨자색 재킷을 입고 있었죠. 그와의 대화에서 부단한 노력이 어떻게 열매 맺는지를 배웠습니다.


조나단 페이 텍스트북 창업자

텍스트북은 조나단과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아내 수잔Susan Pey이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함께 시작한 와인 브랜드예요. 두 사람은 자신들이 만든 와인을 처음 맛보고는 “와, 이거 클래식한데? 이거야말로 텍스트북 와인”이라는 대화를 나눴대요. 영어에서 텍스트북이란 단어는 클래식하다classic는 뜻으로도 쓰이거든요. 그렇게 둘은 자신들의 와인을 텍스트북이라 부르기로 했죠.
*캘리포니아 내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지로 캘리포니아 전체 와인 생산량 중 약 4%를 차지한다.

2021년, 월스트리트 저널은 텍스트북의 대표 와인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하 카쇼)*을 같은 가격대**의 와인 17종 중 1등으로 꼽았어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는 텍스트북을 가리켜 “소비자가 지켜봐야 할 진지한 와이너리다. 그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진정한 보물이 숨어있다”고 했고요.
*적포도 품종 중 하나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사용해 만든 레드 와인  
*2022년 기준, 국내 정상 소비자 가격은 11만 2000원이다. 와인 프로모션에 따라 5~6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