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무언가 하려면 봐야 하는 귀찮은 것이라 생각이 들 수도 있죠. 많은 플랫폼에서 광고 없는 요금제를 상품으로 만들 정도로 소비자들의 광고에 대한 거부감은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심지어는 직접 찾아보게 하기까지 만드는 매력적인 광고들도 있죠.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잘 만든 광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또 이런 광고를 만드는 광고인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할까요?
신우석 : 중요한 건 순발력과 설득력

한 어린이 연극제. 아역배우 김강훈이 무대에 올라요. 우승은 쉬워 보이죠? 상대 배우가 등장하자마자 예상은 빗나가요. 어린이 몸을 한 원로배우 신구가 무대에 오르죠.
“오 불쌍한 햄릿이여, 아비를 독살한 뱀이 지금 아비의 왕관을 쓰고 있구나!” 뒤이어 쏟아져 나오는 어린이 몸의 엄태구, 양동근, 오정세… 10분 동안 영상도, 웃음도 멈출 수가 없어요.
이 영상, 사실 돌고래유괴단이 만든 게임 그랑사가의 광고예요. 조회 수는 1113만 회! 대한민국 광고대상과 서울영상광고제, 유튜브웍스Youtube Works 등 광고제 트로피도 휩쓸었죠.
광고를 만든 신우석 대표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낼까요? 그는 별다른 방법은 없고 “생각해야지 하면 생각난다”고 말했죠. 여러 번 물었지만, 답은 같았어요. 이 사람, 정말 천재일지도?
중요한 건 아이디어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는 것.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바로 완성해버리는 거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대화하던 중에도 말을 멈춘대요!

“뭔가 떠오른 순간에는 무조건 최대한 집중해요. 핵심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르면 그걸 붙잡는 거죠.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많은 조합을 해봐요.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요. 짧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에 전체 시나리오와 비주얼, 어떤 메시지를 줄 건지까지 완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달라고 했어요. SSG닷컴 ‘압도적 쓱케일’ 광고를 이야기 했어요. 배송 트럭이란 소재에 집중하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상이 이어졌죠.
1. 배송 트럭을 엄청나게 길게 만들면 어떨까? 한 20m짜리로.
2. 트럭이 기니까, 칸마다 다른 뭔가가 있을 수 있을 거야!
3. 그 안에서 낚시로 신선한 물고기도 잡고, 양봉도 하고, 농사도 지을 수 있겠구나!
4. ‘다양한 제품을 신선하고 빠르게 배송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스토리와 이미지, 메시지를 조합하면 시나리오의 뼈대가 잡히죠. 짧은 순간에요. 그러나 순발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설득력’이죠. 설득력은 ‘창의적인 것’과 ‘허무맹랑한 것’을 가르는 칼이라고, 신 대표는 말해요.
“설득하지 못하는 새로운 방법은, 뻔한 방법만 못합니다.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그걸 관객에게 설득하는 게 첫 번째예요. 그 설득 방법이 새로우면 창의적인 거죠.”

이승재 : 데이터 분석보다 중요한 건 해석

홍대 거리 쓰레기를 90% 감소시킨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2017), 나들이객이 뜯어 쓸 수 있는 종이 돗자리 ‘노랑통닭 착한돗자리’(2019), 등산하며 쓰레기를 주워 오면 굿즈와 바꿔 주는 ‘곰표 플로깅 하우스’(2021)…. SNS에서 화제를 모은 이 캠페인들, 모두 대한민국 광고대상과 올해의 광고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어요. 10년 차 광고대행사 아이디엇의 작품이죠.
아이디엇의 이승재 대표가 말하는 광고 기획에서 중요한 건 문제를 제대로 해석하는 거예요. 그래야 가설이 제대로 나오거든요. 2019년의 또 다른 히트작, 노랑통닭 ‘착한돗자리’를 예로 들어볼게요.
노랑통닭의 고민은 ‘인지도와 매출 증대’였어요. 어떻게 광고해도 뿌링클을 이기기가 쉽지 않았죠. 이승재 대표는 문제가 고객 구매 여정 중 ‘고려 단계’에 있다고 봤어요. 사람들이 ‘무슨 치킨을 먹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 말이죠. 이땐 노랑통닭을 들이밀어도 승산이 없다고 본 거예요. 인지도가 약하니까요.
“치킨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는 ‘필요성 인지’ 단계부터 소비자의 눈에 띄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데이터를 살펴봤어요. 사람들이 언제 치킨을 시키지? 야외 활동을 할 때 시키는 음식 1위가 치킨이더라고요.”
이 대표는 한강 피크닉에 주목했어요. 야외 페스티벌이 늘어나고, SNS엔 한강 피크닉 인증샷이 넘치고 있었죠. 광고 타깃이 정해졌죠. ‘한강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 이들의 불편함을 떠올렸어요. 노랑통닭이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접점’을 찾은 거예요. 그게 바로 돗자리였죠.
“돗자리가 늘 애매해요. 피크닉에 필요하지만 부피가 커서 번거롭고. 편의점에서 파는 은박 돗자리는 일회용도 아니라 버리기도 아깝고요.”

이 문제를 해결해 주면, 좋은 인상이 남을 거라고 봤대요. 그렇게 ‘착한돗자리’가 탄생했어요. 재생용지인 크라프트지로 만들어 누구나 뜯어갈 수 있게 했어요. 돗자리 QR코드를 찍으면 노랑통닭 주문 페이지가 나왔죠.
한강을 찾은 시민들은 물론, 온라인 속 네티즌들까지 호응했어요. 비즈니스적으로도 성과를 거뒀어요. 노랑통닭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은 120% 증가하고, 브랜드 검색량은 820% 늘었거든요.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데이터 ‘해석’이에요. 기획자의 역량은 ‘얼마나 다양한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는가’가 아니에요. ‘그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가’죠. 사람들이 언제 치킨을 가장 많이 시키는지 보는 데서 끝내지 않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야외에서 치킨을 시킬 때 이러한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가 데이터 해석이에요.”

박웅현 : 광고인은 작가가 아니다

카피라이터 박웅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KTF)’, ‘진심이 짓는다(대림산업)’,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시디즈)’와 같은 문구를 만들었죠.
그는 제일기획 제작본부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이후 카피라이터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CD로 불리며 일했습니다.
그 또한 광고가 곧 문제 해결이라고 말합니다. 광고는 광고주의 고민에서 출발하기 때문이죠. ‘물건이 잘 팔리지 않는다’, ‘브랜드 인식을 바꾸고 싶다’와 같은 것들이예요. 그의 이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 계기가 있습니다.
2004년 TBWA로 자리를 옮겼을 때였어요. 여기서 그는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당시 3주 만에 경쟁 PT를 끝내는 광고 업계의 문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죠. 그렇게 일부만 보는 제작 방식은 ‘눈 가리고 코끼리를 더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광고주들에게 말했어요. 본인한테 3주만 주면 3주짜리가 나오고, 3개월을 주면 3개월짜리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요. 시간을 더 달라는 거였죠. 대신 기업을 더 들여다보고 광고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문서가 아닌 실제로 일하는 사람을 만나겠다고 했죠.
2009년, 그의 팀에 6개월 준비를 허락한 건설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회사에 인터뷰할 직원을 바로 찾아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CEO를 비롯한 경영진부터 건설 기술연구소장, 분양 및 디자인 담당자까지 20여명을 만났어요. 그는 그들과 1인당 한 시간 이상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회사에 몇 년 있었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일하면서 힘든 건 무엇인지, 자기가 맡은 일이 회사를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지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공통점이 몇 개 보였어요. 해당 건설사는 우직해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단점이었어요. 하지만 약속은 꼭 지키는 장점이 있었죠. 멋있지는 않지만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데 자신 있었고요. 이걸 모아 카피를 고민했습니다. 유행을 타기보다 진심으로 만드는 건설사, ‘진심이 짓는다’였어요. 카피가 나오고 회사의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우리의 진심을 담은 건가?”라고 묻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 경험을 하면서 그는 직업관을 더 확고히 세웠어요.
“광고인은 작가가 아니라 의사다. 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광고 이전에 생각을 만드는 사람이다. 생각을 그저 광고에 태운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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