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었어요. 커뮤니티를 주 서비스로 하는 플랫폼의 시장 규모도 매년 성장 중이죠.
“진짜 외로움이 돈이 되는 시대가 열린 거예요.”
커뮤니티가 왜 이렇게 번성하냐고 물었더니, 이승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마케팅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커뮤니티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넷플연가 : 모임 100개의 퀄리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법

넷플연가가 처음 등장한 건 2019년. 넷플릭스를 보고 감상평을 나누는 모임으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영화, 글쓰기, 음악 등 다양한 관심사를 나누는 커뮤니티로 커졌습니다. 한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모임장이 돼요. 모임 횟수는 네 번, 간격은 3주. 모임장은 총 90일간 진행되는 이 모임의 커리큘럼을 짜고 진행하죠. 12명의 멤버와 함께요.
코로나 2년 후 본격적인 비즈니스로 운영을 시작하며, 전희재 대표가 집중한 건 하나였습니다. 커뮤니티가 일정 수준으로 편차 없이 운영되는 것.
“모든 사람에겐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있어요. 본능이죠. 그럼 ‘네가 이 돈을 내도 실패하지 않을 거야’라는 근거를 보여줘야 해요. 제가 자주 드는 예시가 있어요. ‘라면 한 개를 최고의 맛으로 끓이는 것과, 라면 100개를 중상 정도의 퀄리티로 똑같이 끓이는 건 다르다.’
전자는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싶을 때 택하고, 후자는 예측할 수 있는 맛을 적당한 가격에 먹고 싶을 때 택하겠죠. 넷플연가가 집중하는 운영 방식은 후자예요. 커뮤니티를 최고는 아니더라도, 양질의 퀄리티로 계속 유지하죠.”
_전희재 세븐픽쳐스 대표

그 또한 전자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상시 신청 가능한 모임 개수만 100개인데, 이 많은 모임을 일정한 퀄리티로 유지한다니. 전희재 대표는 이렇게 답했죠. “사람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커뮤니티에는 두 가지 속성이 있어요. 첫 번째, 사람은 서로에게 빨리 물든다. 두 번째, 오는 사람이 상품이고 재화인 활동이다. 오는 사람 자체가 커뮤니티의 매력을 결정하죠.”
_전희재 세븐픽쳐스 대표
많은 사람 중 넷플연가가 집중하는 ‘핵심 인력’이 있습니다. 모임장이에요. 선정 과정이 까다롭습니다. 1차로 서면 면접을, 2차로 30분가량 화상 면접을 해요. 마지막으로 녹화 영상을 콘텐츠 플랫폼 팀 전체가 돌려 보고 논의합니다. ‘20만원을 주고 이 사람과 대화할 만한가.’ 이렇게 복잡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매달 모임장을 신청하는 사람은 100명~150명씩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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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FK : 성장하는 재미를 주다

HFK,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포럼 코리아Harvard Business Review Forum Korea’의 약자예요. 고지식한 학회 이름 같지만, 10년 넘은 ‘직장인 자기 계발 커뮤니티’예요. 운영 프로그램은 11개, 분기마다 활동하는 회원은 140명 안팎이에요. 지금까지 누적 6000명이 이곳을 거쳤죠.
*하버드 대학교의 자회사 하버드 비즈니스 퍼블리싱이 발간하는 경제경영 전문 잡지. 1922년 창간해 연 25만 부를 발행한다. 2014년부터 동아일보가 HBR의 한국어판을 발간 중이다.
HFK를 만든 김재윤 대표는 말해요. “함께 공부하면, 누구나 재밌게 성장할 수 있다”고.
처음에 김 대표는 다니던 스터디 모임에서 직장인 열 명을 데려왔어요. 광화문과 시청 일대 카페를 전전했습니다. 빌딩 라운지를 4~5만원에 대관해 쓰기도 했죠. 매주 한 번씩 만나, 각자 HBR 기사를 읽고 온 뒤 생각을 나눴어요.
여기까진 평범한 스터디와 다르지 않아요. 김 대표는 여기에 ‘친해지는 재미’를 더합니다. 처음 만나면 무조건 명함 교환부터 권했어요. 이름부터 하는 일, 취미, 관심사까지 알아가도록 했죠.
“회사에선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비슷한 사람만 만나다 보니 시야도 좁아지죠. 직장인들에게 고민과 성장 욕구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동료들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김 대표는 멤버들이 이야기할 기회를 틈틈이 만들었어요. ‘HFK 세미나’가 대표적이죠. 세 달 간의 공부가 끝난 뒤, 멤버들과 소회를 나누는 행사예요. 도심 속 루프탑부터 개러지 펍, 위워크 라운지, 제주 들판까지. 매번 색다른 공간을 빌렸습니다.

세미나를 열 땐 늘 ‘준비 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진행자부터 강연 기획, 총무, 촬영 기록까지. 멤버 한명 한명이 역할을 맡았죠.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재미를 느끼게 한 겁니다.
“와인 수집을 좋아하시는 멤버분이 계세요. 그럼 세미나 막간에 ‘와인 클래스’를 열었죠. 각종 와인을 시음하며, 설명을 들려줘요. 위원회는 일부러 제주에서 세미나를 열기도 했어요. 직장인에게 ‘도심을 벗어나는 휴식’을 선물하고 싶어서요.”
‘사람들 만나는 재미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HFK는 활동 범위를 넓힙니다. 서울 광화문부터 여의도, 삼성, 역삼, 강남, 판교까지. 직장인이 모일 만한 곳에 HFK 모임을 열었죠. 한 번 참여에 3개월. 매 시즌 150명 넘는 직장인이 모임에 등록했어요.
사람들을 모아 매 순간 성장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HFK의 이야기를 아래 링크를 통해 직접 확인하세요.

소호 하우스 : 엄격한 기준이 만든 유니크한 커뮤니티

소호 하우스Soho House는, ‘꿈의 커뮤니티’라 불리는 곳이에요. 1995년 런던에서 출발한 26만 회원제 사교클럽이죠. 배우 톰 크루즈와 스칼렛 요한슨,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도 이곳의 오랜 멤버예요. 중요한 가입 조건이 있죠.
“부와 지위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보는 건 딱 한 가지다. ‘당신은 창의적인가.’”
_소호 하우스 홈페이지에서
아무리 유명해도,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면 거절해요. 심지어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도 수차례 거절당했죠. 무려 9만 명이 소호 하우스 가입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에요.
“우린 고객에게 발전flourish을 팝니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서로 마음을 나누고 부딪치고 대화해요. 그 안에서 우정과 관계, 아이디어, 그리고 비즈니스가 싹트는 걸 볼 수 있죠.”
_닉 존스 소호 하우스 창업자, 2022년 The Diary of a CEO 인터뷰에서
목적이 분명한 만큼, 소호 하우스는 원칙도 까다롭게 뒀어요. 우선 기존 회원 두 명의 추천이 필요합니다. 자기소개서도 내야 하죠. ‘내 창의성이 하우스 멤버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적어야 해요. 가격도 비쌉니다. 2024년 기준 연 2920파운드(약 512만7400원)죠.
*전 세계 모든 소호 하우스를 이용하는 멤버십 비용. 한 군데만 이용한다면 연 1270파운드(약 221만원)이다.
닉이 소호 하우스를 만들며 세운 까다로운 규칙,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소호 하우스에선 정장과 넥타이를 입을 수 없습니다.* 변호사나 회계사, 은행원들이 반발하기도 했죠. 하지만 닉은 말해요. “정장을 입고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고.
*지금은 다소 완화되었다.
소호 하우스에선 사진 촬영도 안 됩니다. 하우스에 들어왔으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라는 거죠.
이유는 간단해요. 사진은 공간에 위화감을 만든단 거예요. 누군가 내 모습을 ‘찍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니까요. 격식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대화’에 몰입하는 경험을 방해하죠.
타협 없는 원칙은, 되려 소호 하우스를 ‘남다른 커뮤니티 브랜드’로 만들었어요. ‘그곳에 가면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환상을 품게 했죠. 덕분에 소호 하우스는 전 세계 42곳으로 확장합니다. 베를린, 뉴욕, 바르셀로나, 두바이 등으로요.
여기서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소호 하우스는 아직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열광하고 유지되는 커뮤니티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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