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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기획이 어렵다면? 잘 나가는 PD들의 기획 팁

성공하는 콘텐츠 기획의 비밀

기획하는 콘텐츠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불러 일으키는 PD들이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제 콘텐츠에 누가 나오는지 보다 누가 기획했는지를 찾죠.

성공하는 콘텐츠 기획에는 어떤 포인트가 숨겨져 있을까요? 믿고 보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대세 예능 PD 3명과의 인터뷰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나영석 : 기획 한 줄을 뽑아냈다면, 어떻게든 사수하라


사실 저 나영석 PD 팬이에요! 나영석 표 예능, 안 본 게 없을걸요? 그런 제가 보장하는 게 있어요. 나 PD는 새로운 걸 계속 시도해 왔다는 것.

시골에서 밥하고 농사짓는 프로그램도, 해외에 식당을 차리는 포맷도 그 시작은 나 PD였어요. 그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는 걸까요?

“기획은 다 똑같아요. 저도 회의를 하는 게 첫 번째예요. 다만 심플한 걸 선호해요. 프로그램의 의도를 명확한 한 줄로 뽑을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보죠. 요즘 사람들의 니즈나 트렌드 보단, 우리가 하고 싶은 것에 무게를 두고요.”

예를 들어 ‘삼시세끼’. 시골에서 삼시 세끼 지어먹는 프로그램이죠. 

2014년 첫 시즌 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하며, tvN의 예능 돌풍을 이끌었어요. 벌써 8년째 「어촌편」과 「산촌편」 등 시즌 5까지 제작했어요. 실은 나 PD의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된 기획이에요. 

열심히 기획 회의를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대요. “일하기 싫고 시골에서 휴가나 보내고 싶다”. 그러다 한 줄이 나왔어요.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요.

출연자도 일부러 도시적인 이미지의 연예인들로 섭외했어요. 배우 이서진과 옥택연. 시골 생활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가마솥에 밥 짓고, 깍두기 담그며, 국 끓이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공감대를 얻었죠.

최근 방영된 「뿅뿅 지구오락실」은 이 한 줄이었어요. “젊고 씩씩한 새로운 세대의 여성들이 모여 「신서유기」 같은 게임을 하자.” 그렇게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 등 대중에겐 조금 생소한 연예인들이 모여, 계속 게임만 하는 프로그램이 나온 거예요.

명확한 한 줄이라니! 왠지 비기를 만난 기분이에요. 당장 그 한 줄을 뽑는 비결을 알려달라 했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어요. “누구나 할 수 있다”고요.

“콘텐츠 업(業)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한 줄은 다 회의실에서 뽑아낼걸요? 중요한 건 처음 뽑아낸 그 한 줄을, 실행단까지 끌고 가는 거예요. 많은 이들이 실패할까 봐 리스크 헤징을 걸어놔요. 그럼 변질되고 타협하기 마련이에요.”

「뿅뿅 지구오락실」만 해도 타협할 구석은 많았어요. 누구나 알 만한 박미선 씨 같은 중견 연예인을 라인업에 넣을 수도 있었죠. 혹은 강호동 씨 같은 베테랑 MC를
투입할 수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딱 네 명의 여성 출연자로 쭉 밀고 갔죠. 처음 뽑은 한 줄 그대로.

“‘사람들이 잘 몰라도 돼' '우리가 (이 네 명을) 알릴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타협하지 않는 게 저와 동료들의 장점이에요. 음식점도 보면 잘 되는 가게는 딱 메뉴 하나만 팔잖아요. 이것저것 다 파는 가게는 특색이 덜하죠. ‘심지가 훼손되면 매력을 잃는거야’. 늘 되새깁니다.”

콘텐츠를 기획하다보면 이것저것 제한 사항에 부딪혀 원래의 기획과 많이 멀어지고는 하죠. 나영석 PD는 처음 뽑아낸 기획을 변질시키지 않고 실행단까지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나영석 PD의 콘텐츠 기획을 보면 톤이 일정하고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만 시대에 맞춰 그 형태에 조금씩 변주를 주는 거죠.

[‘나영석’ 인터뷰 읽으러가기]


정종연 : 익숙한 기획에 변주를 더해라


정종연 PD의 콘텐츠는 두 가지로 나뉘어요. 첫 번째는 「더 지니어스」와 같은 두뇌 서바이벌 예능. 「소사이어티 게임」, 「데블스 플랜」으로 이어지죠. 각자도생하는 게 특징이에요.

두 번째는 ‘어드벤처 버라이어티’ 예능이에요. 여기서는 참가자들이 똘똘 뭉쳐요. 제작진이 설계한 방탈출 세트를 다 함께 힘을 합쳐 탈출하는 식이죠. 「여고추리반」, 그리고 6월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미스터리 수사단」도 이 계열에 속해요.

두뇌 게임에 매진해 오던 정종연 PD가 왜 어드벤처 예능에 손을 댔을까요? 그 시작은 2018년 첫선을 보인 tvN 예능, 「대탈출」로 거슬러 올라가요.

시작은 단순했어요. “내가 만들면 방탈출 게임,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였죠.


“제가 방탈출을 태어나서 두 번 했거든요. 당시엔 지금처럼 퀄리티가 높은 방탈출이 없었어요. 실망스러웠죠. 참가자들을 몰입시키려 하지 않고, 몰입 좀 해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 같았어요. 내가 더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대탈출」을 기획했어요.”

「대탈출」 예능의 분위기는 「더 지니어스」와 전혀 달라요. 유령, 오컬트, 종교 등을 소재로 다루지만 기본적으로 밝고, 웃겨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프로그램의 중심을 이끄는 사람이 개그맨 강호동이거든요. 김종민, 유병재, 김동현, 피오, 신동 등도 함께 하죠.

「더 지니어스」 계열에서 게임이 중요하다면, 「대탈출」 계열에서는 스토리가 중요해요. 이때 정종연 PD가 집중하는 건, 이야기에 너무 많은 설정을 주지 않는 것. 디테일한 설정이 필요한 게임 설계와는 또 다르죠.

“대탈출 프로그램의 핵심은 어드벤처예요. 출연자들이 방을 잘 탈출하는지, 미션을 잘 깨나가는지 끝까지 보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만약 스토리가 어렵다면? 시청자가 끝까지 따라오기 힘들 거예요. 오컬트, 종교, 귀신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스토리를 채택하는 이유예요. 마치 문장의 절반만 줘도 뒷부분을 유추할 수 있듯이.”

예를 들어, 시즌 2의 희망연구소 편은 좀비 이야기예요. 

좀비들을 피해 ‘바이러스의 유일한 면역자’를 찾아 무사히 탈출시켜야 한다는 좀비 콘텐츠의 기본 공식을 따랐어요.

그런데 반전이 일어나요. 모든 미션을 완수하고 탈출하려는 찰나…! 강호동이 좀비들에게 잡혀버렸죠. 결국 좀비가 된 강호동. 멤버들을 추격하기 시작해요. 익히 아는 좀비 스토리에 약간의 트위스트를 곁들인 거죠.

너무 생소한 주제의 콘텐츠보다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콘텐츠가 몰입하기 쉽습니다. 정종연 PD는 여기에 약간의 변주를 더해 기획의 포인트를 살려냈어요.

이처럼 콘텐츠의 성과는 시청자가 얼마나 몰입할 수 있게 기획했는지에 따라 결정되곤 합니다.

[‘정종연’ 인터뷰 읽으러가기]


권성민 : 몰입할 수 있는 기획의 틈을 만들어라


「더 커뮤니티」를 본 한 시청자는 이런 댓글을 남겼어요.

‘역시 사람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야 한다.’ 권성민 PD의 기획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잘 가 닿았음을 보여주죠.

다만 서바이벌 마니아들의 호평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내려놓고 시작했어요. 덜 자극적일 테니까요. 그런데 서바이벌 마니아들까지 이런 평을 쏟아냈어요.

‘「더 지니어스」가 원조 맛집이고 「피의 게임」이 불닭볶음면이라면, 「더 커뮤니티」고급 한정식 같은 맛이다.’

「더 커뮤니티」가 남달랐던 것은 몰입의 정도였어요.

프로그램 방영 전,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사상검증 테스트를 공개했죠. 참여 횟수가 60만 회를 넘겼어요.

‘빈곤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본인에게 있다’, ‘한국 사회는 징병제가 있기 때문에 남자에게 더 불리한 사회이다’ 같은 87개 문항에 답하면 결과가 나와요.

MBTI처럼 네 가지로 나뉘어요. LFWO라면 좌파(Left), 페미(Feminism), 서민(Working), 개방(Open Minded) 사상인 거예요.

실제 방송에서도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한 주제로 토론을 벌였어요.

‘국가 발전에는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대중매체 속 조선족 범죄자 묘사는 사라져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막 떠오르는 주제들이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는지’예요. 대부분의 서바이벌 콘텐츠는 어려운 게임을 만들어서,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끼리 경쟁시켜요. 시청자들은 이를 구경할 뿐이죠. 이 역시 재미의 한 종류이지만, 참여자로서의 재미도 주고 싶었어요. ‘나도 저기서 한마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주제를 던졌죠. 저 맥락에 나를 넣어보고 싶어야, 진짜 몰입이 가능하니까요.”

[‘권성민’ 인터뷰 읽으러가기]


그들의 콘텐츠 기획 스토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 인터뷰 전문을 확인하세요.

나영석

정종연

권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