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남는 마케팅은 콘텐츠 마케팅이다.(Content marketing is the only marketing left.)
_세스 고딘
사람이든 브랜드든 콘텐츠가 있을 때 눈길이 가요. 그렇다면 눈길이 가는 독특한 콘텐츠 마케팅은 어떤 성공 포인트가 있을까요?
에어로케이, 19crimes, 미쉐린. 독특한 콘텐츠 마케팅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시킨 브랜드 사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에어로케이 : 항공사의 틀을 깬 콘텐츠 마케팅으로 성공하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과 NHK가 한국 항공사를 주목했어요. 청주국제공항 거점항공사인 ‘에어로케이Aero K’예요.
‘젠더리스 유니폼’을 입은 에어로케이 승무원들의 화보가 지면을 가득 채웠어요. 치마 대신 바지, 구두 대신 운동화 차림이었죠. 신문들은 “보수적인 항공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평했어요.
알고 보니 이 항공사, 파격적인 시도로 소문났어요. 기내에서 가수 선우정아의 콘서트가 열리고, 김이나 작사가의 음악 방송이 흘러나와요. 한 달 동안 기내 도서관을 운영하거나 공예 체험을 열기도 하죠.
이 정도면 ‘날아다니는 콘텐츠 플랫폼’ 아닌가요?
지루할 틈 없는 기내 콘텐츠
4년의 준비 끝에 2021년, 에어로케이는 하늘길에 올라요. 여객기는 단 한 대. 청주와 제주를 오가는 노선뿐이었죠. 팬데믹이라 항공업 전체가 침체된 시기였고요.
이렇다 할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 브랜드전략팀은 ‘경험의 질’을 높이는 데에 집중합니다.
“전 비행기 타는 걸 정말 지루해해요. 저비용 항공사는 더 힘들죠. 좌석도 비교적 좁고, 모니터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린 대형 항공사에 비해 예산이 부족해요. 적은 돈으로 고효율을 낼 방법을 고민하다, 비행하는 동안 즐거움을 주기로 했죠.”
_김상보 에어로케이 커머셜본부장
승객의 시선이 닿을 만한 곳에 ‘새로움’을 넣자. 브랜드전략팀은 ‘기내 서점’을 오픈해요. 좌석마다 비치된 선반에 주목했죠. 승객이 심심할 때 면세 책자나 안전 카드를 꺼내 보는 습관을 떠올렸어요.

브랜드전략팀은 여기에 ‘랜덤 책’을 꽂았어요. 서울 공항동의 독립책방 ‘다시서점’과 협업했죠. 한 시간 동안 읽을 만한 책 180종을 선별했어요. 시나 소설, 에세이, 그래픽 노블, 매거진까지 다양해요.
“적은 돈으로 기대감을 만들 수 있었어요. 제주로 떠날 때 2A 좌석에서 매거진을 읽은 승객이, 청주로 돌아올 때 11D 좌석에서 시를 읽게 되는 경험을 준 거죠. 그럼 비행기는 더 이상 뻔하지 않아요.”
_나혜미 에어로케이 브랜드전략팀장
에어로케이는 이착륙 음악까지 허투루 넘기지 않아요. 아티스트가 직접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 온보드’를 운영하죠. 김이나 작사가가 만든 노래를 좌석에 꽂힌 가사집과 들을 수 있어요.
하루는 기내 콘서트가 열린 적도 있어요. 안전벨트 착용 표시가 풀리자, 가수 선우정아가 좌석 승객들 사이에서 일어났죠. 스피커가 놓인 카트를 끌고, 복도를 걸어 다니며 노래했어요.
“어느 항공사나 이착륙할 때 음악을 틀어주곤 해요. 단지 그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바꾸지도 않을 뿐이죠. 어떻게 하면 음악을 다채롭게 들려줄까 고민할 때, 승객분들도 알아주지 않을까요.”
_나혜미 에어로케이 브랜드전략팀장
기내에서 들었던 노래가 좋아, 여행 다녀온 뒤 플레이리스트를 찾는 승객도 생겼어요. 비행기에서 겪은 일을 집에 가서도 기억하는 것. 브랜드전략팀이 추구하는 ‘핵심 경험’이에요.
에어로케이가 고집스럽게 ‘즐길 거리 만들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평범한 교통수단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예요. 에어로케이의 콘텐츠 마케팅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해보세요!

19Crimes : 금기를 넘나드는 콘텐츠 마케팅으로 성공하다

호주의 와인 브랜드 19크라임스19crimes. 이름부터 심상치 않죠? 라벨에는 머그샷이 붙어 있어요. 실제 죄수들 사진이에요! 대체 와인에다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은데, 매년 200만 병씩 팔린다고 하네요.
19크라임스는 8명의 죄수의 이야기를 담은 8종류의 와인을 출시했어요. 와인이 마치 사람인 것처럼 정체성을 부여했죠.
그런데 진짜 범죄자를 기리는 와인이라니. 이래도 되는 걸까요? 19개 죄목이 뭔지 찾아봤어요. 19크라임스 코르크 마개 측면에 랜덤으로 죄목이 적혀있죠.
방화나 폭행 같은 강력범죄도 있어요. 하지만 아닌 것도 있었죠. 편지 절도부터 중복 결혼, 1실링(약 83원) 이하의 절도까지도 19개 죄목 중 하나였다고 해요. 여기에 영국의 식민 지배에 저항하던 아일랜드 사람들도 ‘강제 이주 처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무슨 사연이 있는지 얘기를 좀 들어봐야 한단 거죠.
19크라임스의 ‘레드 블랜드’ 제품 라벨의 주인공, 존 보일 오라일리John Boyle O'Reilly. 그의 얘기를 먼저 들어볼까요?
“철창 안에 서서 악마의 소음과 소름 끼치는 절망의 소리를 들어본 사람만이 죄수선에 갇힌 공포를 상상할 수 있다."
_존 보일 오라일리, 죄수선에서 쓴 시 「더 플라잉 더치맨」의 초안
오라일리는 아일랜드 출신 시인이에요. 1867년 강제 이주 형을 받았어요. 대기근으로 굶주린 아일랜드인들을 대변해 영국에서 반란을 일으켰기 떄문이에요. 그는 호주로 가는 험난한 여정 내내 시를 썼어요. 호주에 도착한 후 교도관을 속이고 미국으로 탈출했다고 해요. 보스턴 신문 ‘필로트’의 편집장과 작가로 살며, 아일랜드 공동체를 대변하는 언론인이 됐죠.
“나는 한때 영국 군인이었지만 지금은 아일랜드 중범죄자이며, 이 변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_존 보일 오라일리, 1863년 마운트조이 교도소 벽에 새긴 문장
AR 콘텐츠로 스토리를 현실로 가져오다

유명해진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19크라임스는 최초로 AR(증강 현실) 기술을 도입한 와인이에요. 라벨에 붙은 죄수를 현실 세계로 소환한 거죠.
전용 앱을 다운받아 라벨을 스캔하면? 라벨에 있던 초상화의 얼굴이 움직이고, 말하기 시작해요. 자기가 누구인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야기해 주는 거예요. 고통과 고문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당시 자신이 썼던 편지를 읽어주기도 해요. 와인을 설명하거나 홍보하는 내용은 없어요. 그저 그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죠.
“사진을 실은 라벨은 매력적이었지만, 더 깊이 파고들수록 역사적 선구자들의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는 걸 알게 되었죠. 우리는 증강 현실 와인 라벨로 역사적인 식민지 개척자들이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게 했습니다.”
_존 워들리, 19크라임스 부사장, 2023년 뉴푸드매거진 인터뷰에서
19크라임스의 앱은 성인 대상 AR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아요. 그전까진 AR은 주로 아동 콘텐츠에만 쓰였거든요. 2018년, 브랜드 활성화 마케팅 캠페인의 최고 수준의 성과를 인정하는 ANA(Association of National Advertisers)에서 가장 권위 있는 슈퍼레지Super REGGIE 상을 받았죠.
지금은 많은 브랜드들이 19크라임스를 따라 AR 기술을 적용했어요. 하지만 19크라임스처럼 효과적으로 쓴 곳은 잘 없죠.
“19크라임스의 마케팅 성공 비결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라벨을 거대한 QR 코드로 생각하고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정보를 보여주죠. 라벨과 동일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만족하거나, 더 나쁜 경우 그저 웹 페이지로 연결합니다. 증강 현실은 브랜드의 세계와 상상력을 보여주는 창이어야 합니다. 동일한 정보를 다른 형태로 제공하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_피에르 니콜라스 슈왑 인투더마인즈 이사, 인투더마인즈 블로그에서
AR 라벨 도입 후, 19크라임스의 판매량은 1년 반 만에 400만 병에서 1800만 병으로 늘었어요. 브랜드 가치는 70% 상승했죠. AR 전용 앱은 출시 7개월 만에 100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됐어요.
도발적인 스토리텔링은 와인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의 호기심도 불러일으켰어요. 독특한 콘텐츠 마케팅으로 이목을 사로잡은 19크라임스의 콘텐츠 마케팅 더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해보세요!

미쉐린 : 브랜드만큼 유명해진 콘텐츠 마케팅 성공 사례

미식계의 바이블로 통하는 미쉐린 가이드. 그런데 그 시작이 타이어 회사의 ‘마케팅 콘텐츠’였다는 거 아셨나요?
미쉐린은 원래 타이어 회사예요. 연간 약 2억 개의 타이어를 만듭니다. 기업가치는 무려 240억 달러(약 31조 8960억원). 2023년에만 2조 8000억원가량 벌어들인, 세계 2위의 타이어 회사죠. 미쉐린 가이드는 바로 이 타이어를, 더 많이 팔려고 만든 마케팅 콘텐츠였어요.
미쉐린은 1889년 프랑스 중부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에서 출발했어요. 창업자는 앙드레 미쉐린과 에두아르 미쉐린 두 형제입니다. 이들의 성을 따서 회사 이름도 미쉐린이라 지었죠.
그런데 당시만 해도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전이었어요. 프랑스 전역의 자동차를 모두 모아도 3000대가 채 되지 않았죠. 하지만 미쉐린 형제는, 언젠가 누구나 자동차를 타는 시대가 올 것이란 선견지명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를 마냥 기다리지 않았어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려 냅니다.
1. 타이어가 잘 팔리려면 자동차가 많아져야 한다.
2. 그러려면 사람들이 자동차로 여행을 많이 가야 한다.
3. 즉 여행 정보를 다룬 책자가 필요하다.
나름 고객의 니즈를 열심히 고민한 결과였어요. 자사 고객의 페르소나를 여행과 모험, 더 나아가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정의해냈죠. 타이어가 예뻐서 사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사람들은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 위해, 자동차를 끌고 타이어를 구매해요. 그렇다면 여행의 로망을 자극할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거예요.
미쉐린 가이드가 비즈니스가 된 건 언제부터일까요? 1920년이에요. 앙드레 미쉐린이 한 타이어 가게에 갔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죠. 자신들이 열심히 만든 미쉐린 북이 글쎄, 작업대 받침으로 쓰이고 있던 거예요. ‘사람들은 역시 돈을 지불한 물건에 가치를 느끼는구나’ 깨닫습니다. 형제는 미쉐린 북을 유료화* 하기로 해요.
*현재 미쉐린 가이드는 약 2만2000원 가량에 판매된다.

문제는 콘텐츠였어요. 기존과 동일한 콘텐츠를 갑자기 돈 받고 팔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반발하겠죠.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기로 한 미쉐린은, 하나의 키워드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바로 ‘미식’이에요. 여행 중에서도 더 뾰족한 키워드로 미식을 꼽은 겁니다.
“음식이야말로 여행의 핵심이에요. 여행객들은 현지 요리를 먹고 싶어 하니까요. 음식 문화는 여행지 홍보, 관광 수익 증대, 여행지 충성도 향상을 위한 핵심 자산입니다.”
_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2017년 호텔 & 케이터링 인터뷰에서
1920년부터 맛집 소개를 본격 늘렸어요. 그리고 7프랑에 가이드북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1936년에는 ‘3스타’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미식 시장의 비평가가 되겠다고 본격 선언한 거예요.
미쉐린 가이드 덕분에 타이어 매출이 정말 늘었을까요? 글쎄요. 미쉐린 전 편집장 장 뤽 나레Jean Luc Naret는, 미쉐린 매출에서 가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0.5%라고 했어요. 타이어를 판매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먼 곳에 있는 식당만 추천했겠죠. 미쉐린 가이드는 “최고의 식당을 소개한다”고 주장해요.
맛 평가에도 명확한 기준이 있다고 늘 주장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세상 어디서나, 자신들의 기준은 흔들림이 없다고.
“요리의 5가지 기준 : 1) 요리 재료의 수준 2) 완벽성 3) 셰프의 창의성 4) 조화로운 풍미 5) 일관성. 이 다섯 가지만 준수하면 됩니다.”
_미쉐린 평가원, 2023년 미쉐린 인터뷰에서
확실히 미쉐린 가이드는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주기는 합니다. 두바이 여행 간다고 해볼까요? 아랍어를 모른다면 맛집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때 미쉐린 가이드는 따라가 볼 만한 하나의 선택지가 돼 주죠.
미쉐린은 타이어를 남다르게 팔고 싶었던 회사입니다. 하나의 마케팅 콘텐츠로 시작한 가이드북이, 이제는 본사만큼 유명한 브랜드가 됐어요. 미쉐린의 콘텐츠 마케팅이 더 궁금하다면 버튼을 눌러 본문을 직접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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