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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할수록 좋은 디자인이다" 3명의 디자인 거장

하라 켄야 : 사상가가 된 디자이너, ‘유동의 시대’를 말하다

ⓒHara Design Institute

무인양품은 ‘이것이 갖고 싶다’는 욕망이 아닌,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라고 할까요. 이 정신을 만든 이는, 디자이너 하라 켄야原研哉입니다. 

하라 켄야 같은 디자이너는 드뭅니다. 마치 한 명의 사상가 같아요. 그는 2003년 책 『디자인의 디자인』을 펴내며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공空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2008년 『백』에서는 창조성을 위한 비움을 강조했어요. 최근 펴낸 책은 『저공비행』. 지금을 ‘유동遊動의 시대’라고 정의하며 ‘로컬리티’의 힘을 말해요.  

동시대를 읽어내고, 새로운 아젠다를 제안하는 감각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Hara Design Institute

예시를 가져왔습니다. 아래는 새하얀 소금 호수, 위로는 새파란 하늘이 전부인 세상. 지평선만 남고 텅 빈, 무無의 세계 같습니다. 실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지평선을 향해, 한 사람이 터벅터벅 걷고 있죠. 

2003년 하라 켄야가 선보인 무인양품의 포스터 『지평선』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포스터엔 카피 한 줄 없습니다. ‘무인양품’이란 네 글자의 한자만 적혀있죠.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호수의 지평선뿐이지만, 더 채울 수 없을 정도로 꽉 찬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라 켄야는 이 포스터를 제작하며, 무인양품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그가 도달한 것은 ‘공空·Emptiness’ 개념. 아무것도 담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포스터를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미지를 상상할 겁니다. 무인양품의 간소, 간결함, 노No디자인, 저렴한 가격, 혹은 에콜로지Ecology, 프렌들리Friendly, 선禅 사상 등을요.

사실 포스터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비주얼을 보면 마음대로 상상하게 되는 거죠. 이 비주얼은 ‘무인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가능했습니다.”

_하라 켄야, 롱블랙 인터뷰에서 

무인양품은 일본 버블경제 시기인 1980년대에 등장했습니다. ‘간소함이 호화로움에 주눅들지 않을 것. 오히려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간소할 것.’이란 취지에서 출발한 브랜드죠. 

초대 아트 디렉터 다나카 잇코에서, 하라 켄야에게 바통이 넘어간 건 2002년입니다.

하라 켄야는 무인양품을 다음 챕터로 이끌었습니다. 그가 세운 새로운 슬로건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단지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닌, 간소한 제품에 만족하는 생활철학을 담은 브랜드를 표방했습니다. 

그렇게 무인양품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서, 해외까지 뻗어나갈 수 있었어요. 이제 전 세계 30개가 넘는 도시에 7000개의 무인양품 매장이 있습니다. 집을 짓고, 호텔 사업까지 진출한 브랜드가 됐죠. 

하라 켄야만의 깊은 디자인 철학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와 스토리를 롱블랙 인터뷰에서 더 읽어보세요. 


후카사와 나오토 : 산업 디자인의 거장, 무인양품에 깃든 슈퍼노멀을 말하다
ⓒ후카사와 나오토 디자인


후카사와 나오토는 현존하는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로 불립니다.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를 지낸 조너선 아이브가 꼽는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예요.

아이브는 2017년 후카사와가 디자인한 의자 ‘히로시마 암체어’를 실리콘밸리 애플파크에 잔뜩 깔아뒀을 정도로, 후카사와의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또 후카사와의 디자인이, 본인과 애플 디자인팀에 영감을 줬다고 평가해요.

후카사와를 거장의 반열로 올려놓은 건, 그의 디자인 철학인 ‘슈퍼 노멀Super normal’ 입니다.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한 무인양품 CD 플레이어. ⓒ무인양품


‘슈퍼 노멀’, 말 그대로 ‘지극히 평범하다’는 말입니다. 후카사와가 ‘슈퍼 노멀’을 추구하게 된 것은, 2005년 밀라노디자인페어에서 했던 충격적인 경험 때문이에요. 

후카사와는 당시 작품을 하나 출품했어요. ‘데자뷔’라는 이름의, 스툴 의자였죠. 디자인은 평범했어요. 은빛 메탈 재질에, 다리 두 개, 동그란 좌판이 있었죠.

너무 평범했던 걸까요? 관람객들이 전시장이 제공한 의자인 줄 착각했대요. 다른 전시를 보다가 쉬고 싶을 때, 거리낌 없이 앉는 것이 아니겠어요. “내 작품에 앉다니!” 후카사와는 무척 당황하고 마음도 상했다고 해요.

상심한 후카사와에게, 동료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이 전화를 걸어왔죠. 그러면서 “그 의자가 너무 좋았다. 그게 바로 ‘슈퍼 노멀’이다”고 말해주었다고요.

이때부터 후카사와와 모리슨은, ‘슈퍼 노멀’을 디자인 철학으로 개념화하기 시작합니다. 2006년에는 ‘슈퍼 노멀 전람회’를 열었죠. 

ⓒ후카사와 나오토 디자인


두 사람은 온갖 평범해 보이는 물건들을 모았어요. 나무의자, 과일바구니, 재떨이… 지금 여러분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주 전형적인 그 모습 그대로의 물건들이었죠.

“사람들은 전람회에 방문하고는 놀랐어요. ‘아니, 이건 내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이잖아?’ 하면서요. 

‘내가 이미 갖고 있는 평범한 물건이, 실은 최고의 디자인이었음’을 깨달은 듯 보였습니다”

후카사와는 “‘슈퍼 노멀’이란 한 마디로, 자극이 없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착각합니다. 자극을 주는 게 디자인이라고요. 마치 패션처럼요. 하지만 아닙니다. 

예를 들면 이 컵이 있습니다. 2~3년 전에 제가 디자인한 글라스죠. 작고, 둥그스름한 일반적인 유리컵입니다. 이 유리컵을 사용할 때 제게 어떠한 자극이 올까요? 아닙니다. 

그 누구나 이 ‘유리컵’을 들면서 그 디자인을 의식하지 않을 거예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슈퍼 노멀’입니다.”

‘평범’이라는 개념을 다시 보게 만드는 후카사와 나오토만의 철학,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성정기 : 언어와 국경의 벽을 넘어, 차별없는 디자인을 말하다
ⓒ롱블랙


성정기 디자이너는 세계적 디자인 회사 아이디오IDEO의 첫 한국인 디자이너로 입사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오래된 디자인 회사중 하나인 루나 디자인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올바른 디자인’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2002년 LG생활건강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엘라스틴 샴푸 통을 볼까요. 성 디자이너는 눈 감고 머리 감을 때, 샴푸와 린스를 구분하지 못한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안 보이는 분들은, 어떻게 둘을 구분할까?”

그래서 용기엔 아무런 글씨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오직 손에서 느껴지는 질감으로 구분하게 했어요. 머리카락을 정갈하게 만드는 샴푸는 가로홈을, 가지런하게 만드는 린스는 세로홈을, 윤기 나게 만드는 트리트먼트는 매끈한 표면으로 모양냈죠.

ⓒ성정기


디자인 평단이 호평했습니다. 2007년 독일 레드닷 컨셉 어워드에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2012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했죠. 

그때부터 가속이 붙었습니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보지 못하거나, 지나치는 사소한 것에 집중했죠. 아이스크림 스쿱도 기억에 남아요. 

“기존의 좌우대칭 모양 스쿱이, 사용자가 아닌 공급자의 제조 편리를 위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막대엔 엄지손가락이 살짝 들어갈 정도의 홈을 팠습니다. 스쿱의 모양을 대각선으로 디자인했어요. 

ⓒ롱블랙


아이스크림을 퍼낼 때 손목을 움직이지 않아도, 팔뚝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퍼내도록 했어요. 클라이언트를 설득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용을 따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디자인에, 조금씩 균열을 내기도 합니다. ‘불편한 디자인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일상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물건에, 약간의 불편함을 남겼어요. 

ⓒ성정기


‘불편한 휴지통’이 대표적입니다. 휴지통에 지구 모양의 그물형 뚜껑을 놓았어요. 쓰레기를 쉽게 던져넣는 대신, 가까이 다가가 버려야 하죠. 그때마다 지구 모양을 봐야 하고요.

수도 꼭지도 조금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물이 나오는 입구를 바닥이 아닌 사용자를 향하게 했어요. 물을 많이 틀면 옷에 물이 쏟아지고, 적게 틀면 약한 물줄기가 자연스레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물을 절약하자는 메시지를, 물줄기 자체로 완성시켰죠.

머그잔은 일부러 손잡이 위쪽에 홈을 파서, 내용물이 일정량을 채우면 넘쳐 흐르도록 디자인 했어요. “현대사회는 못 먹어서 생기는 병보다,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이 훨씬 많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성 디자이너가 자꾸만 불편함을 디자인에 입힌 이유는 간단합니다. 디자인을 통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편리한 디자인에 취해,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 온 공기나 물, 바람, 흙을 소모하고 있던 건 아닌지를요.

사용자의 편의를 넘어 생각까지 바꾸게 하는, 성정기의 디자인 철학을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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