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브랜드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그들의 친구나 좋아하는 연예인, 유튜버의 의견을 더 신뢰하는 편이에요. 많은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는 이유죠.
에레혼, 애버크롬비, 스탠리 같은 브랜드들이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알린 것이 좋은 예입니다.
에레혼 : 인플루언서의 이름을 딴 스무디 마케팅

LA에서 할리우드 스타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어딜까요?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 요즘엔 마트에 가는 게 더 빠를지도 몰라요. 바로 유기농 식료품점 에레혼Erewhon!
구글에 에레혼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스무디라는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올라와요. 맞아요, 토닉 바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스무디. 팬데믹 이전까지는 크게 주목받는 아이템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에레혼 하면 떠오르는 간판 상품이 되었어요.
그 시작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팅스Tinx와의 컬래버였어요. 팅스의 본명은 크리스티나 나자르Christina Najjar. 나자르가 LA로 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어요. 집에 갇혀 우울감과 외로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그는, 에레혼에서 삶의 낙을 찾았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울감을 해소했죠.
나자르는 에레혼에서의 일상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에레혼에게 감사하다는 장문의 글을 쓰기도 했죠. 물론 ‘찬양’만 한 건 아니에요. 틱톡에서는 ‘테슬라만큼 비싼 오렌지 주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니까요. 어쨌든, SNS에서 에레혼을 알리는 데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죠.
이런 나자르에게, 에레혼의 부사장인 비토 앤토시Vito Antoci가 연락했어요.
“비토 앤토시: 당신은 항상 우리에게 잘해 줬어요. 원하는 게 있으신가요?
크리스티나 나자르: 정말 갖고 싶은 메뉴가 있어요. 저 팅스 스무디를 먹고 싶어요.”
_크리스티나 나자르, 2022년 패셔니스타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스무디를 메뉴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에, 앤토시는 흔쾌히 승낙했어요. 크리스티나 나자르와 함께 레시피를 개발하고, 그의 이름을 딴 ‘팅스 스무디’를 출시했어요.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도, 꽤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스무디에서 가능성을 본 에레혼. 본격 비주얼에 집중하기 시작해요. 곧바로 뷰티 인플루언서 마리안나 휴이트Mariana Hewitt와 ‘마리안나 코코넛 구름 스무디Mariana’s Coconut Cloud Smoothie’를 출시했어요.
에레혼의 스무디가 SNS에서 바이럴되자 컬래버 제의가 속출했어요. 그중 가장 유명한 건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와 만든, ‘스트로베리 글레이즈드 스킨 스무디Strawberry Glaze Skin Smoothie’.

콜라겐과 코코넛 오일, 히알루론산 성분이 들어갔대요. 가격은 무려 18달러(약 2만4000원). 전 가격 앞에서 멈칫했지만, 많은 사람은 헤일리 비버의 스무디를 맛보기 위해 에레혼으로 달려갔죠.
최근에도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컬래버한 스무디를 출시했는데, 이런 ‘셀럽 스무디’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네요.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에레혼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애버크롬비 :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부활하다

애버크롬비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인종차별과 외모지상주의로 악명 높은 한물간 브랜드. 2016년 미국 고객만족지수에서 ‘소비자가 가장 싫어하는 소매업체’로 선정되기도 했죠.
반전이 있어요. 지난 5월29일 애버크롬비가 131년 역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거예요. 애버크롬비의 2024년 1분기 매출(Net sales)은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 전년 대비 무려 22% 성장했어요. 영업이익은 12.7% 증가했고 말이에요.
전문가들이 애버크롬비 부활의 중요한 포인트로 꼽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마케팅. 특히 틱톡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적극 마케팅해요.
이때 중요한 건, 그 친구가 어떤 친구냐는 것이죠. 예전처럼 ‘쿨 키드’만 골라 캐스팅했냐고요? 전혀요. 패션 인플루언서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댄서와 커브 모델, 코미디언까지.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했어요. 눈에 띄는 점은, 과거의 애버크롬비였다면 절대 ‘쿨 키드’라 부르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거죠.

댄서 테가 알렉산더Tega Alexander는 흑인이에요. 모델 레미 베이더Remi Bader는 살집이 있는 굴곡진 몸매의 커브 모델이고요. 코미디언 젠 니콜Jen Nicole은 자신의 섭식장애와 튼살을 공개하는 콘텐츠를 올려요.
애버크롬비의 의도가 소비자에게도 제대로 전달되었나 봐요. 플러스 사이즈 틱톡 인플루언서 클로이 브라운Chloe Brown은 자신의 영상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해요.
“한 가지 체형만이 아니라, 모든 체형이 이 (애버크롬비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플러스 사이즈나 중간 사이즈인 다른 크리에이터 소녀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죠.”
_틱톡 인플루언서 클로이 브라운, 2021년 틱톡에서
이전과 정반대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한 애버크롬비의 CEO 프란 호로위츠의 이야기를 아래 링크를 통해 좀 더 알아보세요!

스탠리 : 숨겨진 충성 고객을 발견하다

스탠리, 내구성으로 유명한 브랜드예요. 그래서일까요? 디자인적 차별성이나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대표 제품인 ‘퀜처Quencher 40oz’도 마찬가지예요. 손잡이와 빨대가 포함된 평범한 모습의 대용량 텀블러죠. 1.18리터 용량으로 거대하고 무게도 0.5kg이나 돼요.
2019년 스탠리는 퀜처를 단종하기로 결정했어요. 무거운 퀜처가 아웃도어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런데 단종을 반대하는 의외의 충성 고객층이 있었어요. 바로 워킹맘들!
워킹맘들이 유독 퀜처를 선호했던 건 편리함 때문이었어요. 디자인이 세련되진 않아도, 물은 충분히 담아 온종일 마실 수 있었거든요.
정작 스탠리는 워킹맘들이 퀜처를 애용한다는 걸 몰랐어요. 아웃도어 시장에서 호응이 없으니 생산을 중단하려 한 거죠.
이 소식에 크게 좌절한 세 사람이 있었어요. 온라인 편집숍 ‘더 바이 가이드The Buy Guide’를 운영하는 세 자매. 애슐리 르 쉬외르Ashlee LeSueur, 테일러 캐논Taylor Cannon과 그들의 사촌 린리 허치슨Linley Hutchinson입니다. 퀜처의 열혈 팬이었죠.

단종을 막고 싶었던 자매들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출산 선물로 퀜처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퀜처가 마음에 든 인플루언서는 자발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소개했죠. 마침 스탠리의 세일즈 매니저 로렌 솔로몬Lauren Solomon이 이를 발견했어요. 로렌이 인플루언서에게 연락하면서 세 자매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로렌과 자매들은 합심했어요. 단종을 막진 못해도, 스탠리 본사를 설득해 퀜처 재고 5000개를 매입했죠. 그리고 자매들의 편집숍에서 단 5일 만에 모두 팔았어요. 스탠리의 예측보다 빠른 소진이었어요.
2020년 초, 마침내 스탠리 임직원과 자매들의 미팅이 성사됐어요. 자매들은 교사와 간호사의 일터에 늘 퀜처가 있다고 말했죠. 그리고 스탠리를 설득했어요. “인플루언서들에게 퀜처를 알리세요. 여성이 여성들에게 판매하는 힘이 어떤 건지 알면 놀라실 거예요.”라고!
스탠리는 결국 단종 계획을 철회했어요. 110년 동안 남성 위주의 아웃도어 시장을 타깃했던 브랜드가, 워킹맘의 낯선 조언을 새겨들은 순간이었죠. 6개월 뒤 퀜처는 기존의 담백한 컬러 대신, 화사한 파스텔톤으로 출시됐어요. 결과는 대성공! 순식간에 매진이었죠.
“우리는 유행하는 세련된 색상으로 대량 생산하는 데 주력했어요. 출시하고 몇 분 만에 다 팔렸습니다. 새로운 고객에게 닿는 건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이건 훌륭한 사람들, 훌륭한 파트너들 덕이에요.”
_멧 나바로 스탠리 글로벌 영업 부대표, 2022년 Deseret에
전 세계적으로 단단한 마니아층을 얻는 데 성공한 스탠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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