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셰프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사'란?

셰프 안성재 : 가장 어려운 길을 택할 때, 가장 높이 오를 수 있었다

요리를 배우며, 안성재 셰프가 한 다짐이 있습니다. 

‘쉬운 길로 가지 않는다. 잘하기 위해선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겠다.’

2007년, 그는 비버리힐즈의 일식당 ‘우라사와Urasawa’에 들어갑니다. 미국 서부에서 최고라 알려진 일식당. 하지만 엄격하기로 악명이 높았어요. 셰프가 체벌을 한다는 소문도 있었죠. 

두 번의 문전박대 끝에 “무급이라면 일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아침 6시부터 정오까지는 수업을 듣고, 오후 1시 반부터는 우라사와에서 일했죠. 때로 점심을 굶고 새벽까지 일하기도 했대요. 

안성재는 매일 레스토랑 문을 붙잡고 심호흡을 했습니다. ‘오늘도 도망가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2년 반 동안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어요. 

“일을 배우기엔 가장 좋은 곳이었어요. 최고의 일식당이었으니까요.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내가 아는 것 중에 최고에 도전한다, 그게 다였죠.”

2009년 프렌치 레스토랑 ‘더 프렌치 런드리’로 이직합니다. 우라사와를 찾은 유명 셰프 코리 리의 눈에 띄었거든요. 600km 넘게 떨어진 나파밸리로 가야 했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 집중했죠.

코리 리와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베누를 엽니다. 그런데 집세를 감당할 수 없었어요. 공원 잔디밭에서 스프링클러를 피해 노숙을 했대요. 25센트짜리 과자 한 봉지와 싸구려 콜라로 배를 채우기도 했고요. 

이렇게 만든 베누는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불렸어요. 2012년, 미쉐린 2스타를 받았죠. 

모두 어려움을 먼저 생각했다면 내리지 못했을 결정들이었어요. 그 어려운 결정이 모여, 그의 실력이 됐죠. 

“돌이켜 보니, 전 항상 제일 어려운 길을 선택했어요. 제일 어려운 길을 선택하면, 그게 제일 좋은 결정이었죠.” 


"가장 소홀하기 쉬운 것조차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

‘정상에 오른 사람’이 있느냐. 한 사회에서 특정 직업에 대한 동경이 생기는 계기가 됩니다.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를 보세요. 이들의 활약으로 이 분야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늘었습니다.

안성재 셰프는 그런 의미에서 셰프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꿨습니다. 셰프들에게 목표와 희망을 심어줬죠. 미쉐린 3스타뿐만 아닙니다. 

올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s’에서 ‘셰프들이 뽑은 최고의 셰프상’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 그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사란 어떤 요리사일까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어요. “열정이 있다고 좋은 요리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열정은 없어도 돼요. 있다가도 없는 게 열정이라 생각해요. 진정성이 없고, 마음이 앞설 때 쓰기 쉬운 말이 열정이죠. 경력도 기술도 중요하지 않아요. 뭐가 됐든 진정성 있게 요리에 임하는 사람이 좋은 요리사라고 생각해요.”

그가 말하는 진정성은 ‘가장 소홀하기 쉬운 것조차 소홀히 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제가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디시dish에서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고기가 맛있고 소스가 맛있으면, 맛있는 요리겠죠.

하지만 그건 가장 기본이에요. 
대충 해서 넣을 수 있는 채소의 간과 익힘까지 하나하나 다 맛보고 최선을 다할 때, 요리에 진정성이 있는 거죠.”


ⓒ모수 서울 인스타그램

20여 년을 주방에 있는 안 셰프는 여전히 매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쌀을 씻을 때도 손의 감각과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안 셰프의 생각이에요. 

엄청난 집중이 이어지는 탓에 눈이 늘 피로합니다. 그래서 눈을 계속 깜빡이는 버릇까지 생겼어요.

“요리에 관해선 긴장도가 굉장히 높아요. 제가 정말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드는 음식이니 냉정하고 진지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장과 피로 속에서 행복이 온다고, 안성재 셰프는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웃으면서 일하는 게 행복인 줄 아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내 모든 걸 집중해서 치열하게 노력한 끝에 좋은 결과를 얻을 때, 그 행복이 훨씬 크고 보람차요. 안 해본 사람은 몰라요. 근데 전 그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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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재, 조수용과 같이 업계 정상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 투썸, 오이뮤 같은 크고 작은 브랜드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