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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이전에 이들이 있었다. 한국의 위상을 널리 알린 한국 유명 셰프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보셨나요?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한국에 이렇게 대단한 셰프들이 많구나 새삼 느끼게 되는데요.

'흑백요리사' 이전에 한식을 기반으로 한 파인다이닝으로 전 세계에 위상을 떨친 셰프들이 있습니다.


임정식, 한식의 위상을 바꾼 셰프


아토믹스, 주아, 오이지미, 마리… 지금 뉴욕 미식계에서는 한식 파인다이닝의 르네상스가 한창입니다. 그 첫 페이지를 쓴 사람이 바로 임정식 셰프예요. 2009년 한식 파인다이닝 ‘정식당’을 열어, 한국인 최초로 미쉐린 2스타를 받았어요. 2011년에는 뉴욕에 2호점을 냈습니다.

정식당하면, 독특한 메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낯선 요리를 하는 그에게 새로운 메뉴는 어떻게 구상하냐 물었습니다. 임 셰프는 말했어요. “실은 당신이 다 아는 재료들로 만든다”고. 

“음식에 주제를 넣고 스토리를 만들어요. 이때 새로운 스토리를 만든답시고, 사람들이 아예 모르는 걸 가져오면 안 돼요. 사람들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살짝 변주를 넣는 게 좋아요.”

인터뷰 도중 갑자기 신메뉴 시식이 시작됐어요. 디저트 셰프가 웬 나무토막 하나를 접시에 담아 가져왔어요. 알고 보니 정식당에서 새로 선보이는 ‘울릉도 메이플’ 디저트예요. 울릉도에서 나오는 고로쇠로 만들었죠. 수액을 오랜 시간 끓이면, 갈색빛을 띠는 달콤한 시럽이 만들어져요. 이를 틀 위에서 굳힌 다음 파우더를 뿌리면, 나무껍질 모양의 디저트가 됩니다.

디저트의 나무껍질을 들추자, 노란색 속살이 보여요. 호박으로 만든 무스 크림입니다. “왜 하필 울릉도 호박이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와요. “울릉도 호박엿 안 들어보셨어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솔직히 김밥이나 돌하르방이나, 우리가 흔히들 아는 음식이고 상징물이잖아요. 고로쇠 수액으로 만든 디저트도, 익숙함에 약간의 변주를 준 거예요. 아주 살짝 다른 느낌. 약간의 생소함. 이런 걸 사람들이 더 좋아하죠.”

또 다른 대표 메뉴인 미역 빠에야 역시, 낯선 즐거움이란 경험을 줍니다.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만 나가는 히든 메뉴예요. 오랫동안 끓인 미역국과 치킨 육수로 지은 밥을 함께 볶아 만듭니다. 익숙한 맛에 낯선 식감과 비주얼. 손님들은 기꺼이 그 경험을 즐겨요.

왜 이런 재미를 더한 걸까요? 파인다이닝은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파인다이닝 신의 선배로서 길을 개척한 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리제 이은지, 뉴욕의 독보적인 셰프가 되다


2022년 6월, 뉴욕타임스는 맨해튼에 이제 막 오픈한 디저트 가게를 조명했어요. “한국·프랑스·뉴욕을 동시에 반영하는, 페이스트리 셰프의 꿈을 이루는 공간”이 탄생했다면서요. 메밀·현미 등 한국 재료로 만든 디저트인데 뉴요커들이 오픈 첫날부터 줄을 섰죠. 

뉴욕 디저트의 풍경을 새로 그리고 있다고 평가 받는 이곳은 ‘리제Lysée. 프랑스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바로 그 한국인, 이은지 셰프가 리제의 주인장입니다. 

리제는 이은지 셰프가 자기 안에 쌓아두었던 모든 것을 쏟아부은 공간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미술관을 지어놓아도, 좋은 작품이 걸리지 않는다면 공간은 가치를 잃겠죠. 리제를 완성하는 건 결국 디저트입니다.

리제의 디저트는 뉴요커들에게 영 생소한 재료를 씁니다. 수막새* 로고 모양의 시그니처 무스 케이크 ‘리제’는 ‘코리안 브라운 라이스’, 즉 현미로 무스를 만들어요. 샌드 쿠키 안에는 시즌에 따라 볶음 메밀 캐러멜, 참깨 가나슈 크림, 흑임자 크림 등이 들어갑니다. 음료 중엔 메밀 핫초코, 수정과 라테가 있어요.
*기와집의 지붕 등에서 수키와가 이어진 기왓등의 끝에 드림새를 붙여 만든 기와. 대개 연화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15년 넘게 일하는 동안 한국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어요.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보니까, 일식에 많이 쓰이는 재료는 일본어 그대로 국제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시타케(표고버섯)’, ‘마이타케(잎새버섯)’ 처럼요. 한국에도 좋은 재료가 많고, 요리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리제의 메뉴판을 보면 대추는 ‘Daechu’, 수정과는 ‘Sujungwa’로 표기됩니다. 낯선 이름을 한국식 그대로 쓰되, 필요한 경우 충분히 설명합니다. 수정과 라테는 “차이라테와 비슷하지만 진한 ‘코리안 시나몬 진저 펀치’ 시럽이 들어간다”는 식으로 눈높이에 맞춰서요.

“대추 가나슈가 들어간 쇼트 브레드를 만들었는데 이 메뉴가 처음엔 항상 남았어요.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대추야자는 ‘데이트date’인데 ‘Daechu’라고 쓰니까 뭔지 몰라서 시도를 못 하는 거예요. 근데 데이트는 우리 대추와는 전혀 다른 종이거든요. 메뉴를 수정하는 대신 판매 직원들을 더 교육했어요. 쿠키를 함께 먹어 보면서 ‘이거 분명히 맛있지 않냐. 여러분이 설명을 잘 해줘야 한다’라고요.”

천천히 시간을 두고 판매한 결과, 대추 쿠키를 한번 먹어본 사람들이 재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Daechu’가 은은한 단맛을 내는 한국의 식재료라는 걸 기억하게 됐을 거예요.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의 쫄깃한 식감을 여전히 낯설어해요. 리제를 오픈했을 때 친구가 시루떡을 보내줬는데 저만 맛있게 먹더라고요. 근데 ‘Mochi(모찌)’라고 부르는 일본식 찹쌀떡은 상대적으로 잘 먹거든요. 학습의 효과죠.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한국을 이해시키고 싶어요.”

뉴욕에서 한식을 알리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이은지 셰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강민철,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한식의 존재감을 알린 셰프


강민철 셰프는 세계 3대 프렌치 거장의 레스토랑을 모두 거친 한국인 셰프에요. 조엘 로부숑Joël Robuchon,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모두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입니다.

2017년 강민철 셰프는 존경하는 인생의 요리 스승을 만납니다. 피에르 가니에르 파리 본점에서 일하게 된 것이죠.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강 셰프는 ‘요리란 무엇이고, 어떤 마음으로 요리해야 하는가’를 배웠습니다.

피에르 가니에르 ‘요리계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프렌치 요리의 거장입니다. 2015년 미쉐린 스타 2~3개를 받은, 전 세계 내로라하는 셰프 512명이 ‘최고의 셰프’로 지목했을 정도죠. 프랑스를 비롯해 런던, 도쿄, 상하이, 두바이 등 세계 곳곳에 그의 이름을 딴 프렌치 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한국에는 2008년 롯데호텔과 함께 서울 소공동에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을 오픈했죠.

강 셰프는 피에르 가니에르 본점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지점의 오픈을 준비하는 ‘오픈 멤버’로 활약했습니다. 요리 업계에서 미쉐린 레스토랑의 오픈 멤버가 된다는 건 정예부대에 선발됐다는 의미로 통하죠. 강 셰프는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총 2번 오픈 멤버로 뽑혔습니다.

오픈 멤버 팀에서 함께 새 레스토랑의 메뉴를 개발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죠. 강민철 셰프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성실함과 열정을 피에르 가니에르가 알아본 것이겠죠. 당연하게도 현지 셰프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았습니다.

강 셰프를 향한 시기가 절정에 오른 사건이 하나 있어요. 2019년 피에르 가니에르가 강 셰프에게 김치를 만들게 하고, 이를 본점 메뉴판에 올린 것이죠. 메뉴 이름마저 ‘김치 민철Kimchi Minchul입니다.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 본인 이름을 딴 메뉴가 오르다니. 파리 현지 셰프들이 얼마나 강 셰프를 부러워하고 또 질투했을지 그려지시죠?

“셰프가 하루는 제게 ‘김치를 잘 만드냐’고 물었어요. 그러고는 김치를 한번 만들어 보라고 했죠. 셰프가 일주일 숙성된 김치를 맛보더니 ‘메뉴판에 넣어야겠다’는 거예요. 놀랐고 영광스러웠죠. 정말 다른 어떤 재료나 조리법을 더하지 않은 순수 김치가, 피에르 가니에르 본점 메인 메뉴에 올랐거든요. 그것도 ‘김치 민철’이라는 이름으로.
손님들이 ‘김치는 알겠는데, 민철이란 재료는 대체 무엇이냐’고 묻는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었죠. 그럴 땐 셰프가 제게 직접 설명할 기회를 줬어요. 손님에게 ‘강민철은 제 이름이고, 전 한국인 셰프이고, 이건 제가 만든 김치이다’ 설명할 때 뿌듯했습니다”

‘김치 민철’을 만들게 한 피에르 가니에르에게서 강 셰프를 향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한식 경험이 많은 셰프에요. 김치를 처음 먹지도, 김치 담그는 걸 처음 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김치라는 음식을 레스토랑 메뉴에 넣으려 했다기보다, ‘강민철’이란 셰프의 이름을 메뉴에 올리고픈 스승의 마음 아니었을까 합니다.

요리에 대한 그의 탁월한 감각은 어디서 기른 걸까요? 강민철 셰프의 이야기를 아래 링크에서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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