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많은 지역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어요.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으로 지역의 매력을 높이는 로컬 브랜딩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곳을 만들기 위해 , 로컬 브랜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코스모스 리조트 : 로컬 브랜딩에 세계관을 입히다

언젠가부터 울릉도 여행 인증샷에 고릴라가 등장한다는 걸 아시나요? 코스모스 리조트의 캐릭터 ‘울라’예요. 송곳산이 고릴라의 두상과 닮았거든요. 이름은 ‘울릉도 고릴라’에서 따왔어요.
울라에겐 나름의 세계관이 있습니다. 울릉도 설화 속 도깨비는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존재예요. 이 도깨비를 물리쳐주는 게 울라라는 설정이에요.
울라는 리조트가 문을 연 2017년 만들어졌어요. 처음 2, 3년은 리조트 옆 ‘카페 울라’의 인테리어에 활용되는 정도였죠. 2020년 코오롱 그룹은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합니다.
2020년 여름에 들어선 실물 동상 ‘메가 울라’가 대표적이에요. 7미터 높이의 이 동상, 울릉도 관광의 필수 인증샷 코스가 됐죠. 카페 울라엔 울라를 주인공으로 한 메뉴와 굿즈가 한가득입니다. 울라 얼굴 모양 아이스크림, 울라 한 마리가 통째로 커피 얼음으로 들어간 큐브 라떼, 울라 인형과 울라 스티커, 다이어리까지…

리조트 안 식당인 ‘울야夜식당’ 벽은 울라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로 빼곡해요. 송곳산 등산부터, 울릉도 경제 발전 시찰, 오징어 배낚시, 나물 뜯기… 울릉도 주민들의 모든 순간에 울라가 함께 했죠.
울라는 조금씩 리조트를 넘어 울릉도의 콘텐츠로 발전하는 중입니다. 2021년 ‘울릉도 시그널’이란 게임을 만들었어요. 스마트폰 앱의 증강현실(AR) 기능을 활용한 야외 방탈출 게임입니다. 나리분지, 독도 케이블카 등 주요 관광지를 돌며 암호를 해독하고 미션을 달성하도록 구성했어요. 울릉도에 새 관광 콘텐츠를 만든 겁니다.
울라 캐릭터의 캔맥주를 지역 상인들에게 저렴하게 유통하기도 합니다. ‘울라 호박 에일’ 한 캔의 소비자 판매가는 6000원이에요. 코스모스 리조트가 받아오는 납품가가 3000원 후반대. 울릉도 특성상 물류비가 비쌉니다. 그런데 이 맥주를 지역 상인들에게 4000원에 납품해요.
“울라 상품을 유통하는 첫 번째 취지는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이에요. 주민들이 판매해서 추가 수익을 올리길 바라죠. 이익만 생각하면 코스모스 리조트만 독점 판매하는 게 마진이 제일 좋아요. 하지만 로컬 사업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이 살아야 우리 사업도 사는 거니까요.”
_조현재 코오롱 크리에이티브플래닝실 수석
울라가 덜 알려졌던 2021년엔 조현재 수석이 섬을 돌며 맥주 영업을 뛰었어요. 3박 4일 동안 저동, 도동, 사동 등 울릉도 주요 항구의 가게를 다 돌았죠. 브로슈어를 제작해 소비자가와 납품가를 설명하고 시음도 권했어요.
지금은 주민들이 먼저 연락해 와요. 항구 인근의 한 가게에선 울라 굿즈로만 연 1000만원 대의 매출이 나오고 있거든요.
“이제 울라는 캐릭터나 IP 자산 그 이상이에요. 고객과 현지 주민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죠.”
_조현재 코오롱 크리에이티브플래닝실 수석
외지인에서 시작해 로컬과 상생하며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코스모스 리조트의 이야기를 링크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서피비치 : 주민과 상생하는 로컬 브랜딩

코스모스 리조트의 사례처럼 로컬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역과의 상생입니다. 그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가 바로 서피비치죠.
서퍼의 성지로 불리는 서피비치는 동해 바다에 서핑 붐을 일으킨 곳입니다. 300m 길이의 해변에서 낮에는 요가나 서핑을, 밤에는 비치 파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서피비치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건 2019년입니다. 첫 4년 동안 세 차례나 시설을 철거했죠. 2019년 6월에 드디어 공유수면 허가를 얻어냈습니다. 서피비치가 갈수록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이 동의서를 작성해주신 게 큰 힘이 됐어요.
서피비치가 있는 해변이 소속된 양양 현북면 중광정리에는 109명의 주민이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박준규 대표는 ‘이장님 양아들’로 불립니다. 1년에 두번씩 어르신들을 모시고 여행을 갔어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도 먹고, 대부도에서 조개를 구워먹기도 합니다. 양양의 초등학생들에게 5년째 무료로 서핑을 가르쳐주고 있고요.
지역에서 사업을 하려면 지역을 지켜오신 분들께 보답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의 일부를 이 분들께 돌려드리고, 이 분들이 지키신 자연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비단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직원들과의 연대 또한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직원 중에서 원래 집이 양양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모두 서피비치를 위해 양양에 내려온 사람들이었죠. 그는 이들을 위해 두 가지를 꼭 챙겨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3개월 유급 휴가입니다. 1년 내내 바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9개월을 함께 일하고 3개월은 일종의 방학을 줍니다. 이 시기에 직원들은 해외에서 살며 서핑과 영어를 배우기도 하죠. 그는 또 다른 회사의 연봉을 계속 체크한다고 합니다. 3개월 쉬는 것 때문에 돈을 덜 준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요.
두 번째는 절대 회식을 하지 않는 겁니다. 사적인 시간에 직원과 술이나 밥을 먹지 않아요. 각자 타지 생활을 하다보니 어울리다 보면 끝도 없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거든요. 선을 그어주지 않으면 직원들의 개인 삶이 엉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피비치는 6, 7년째 근속하는 팀장들이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손님들을 잘 알고, 지금의 서피비치를 함께 기획한 사람들이에요. 이 소중한 직원들이 없었다면, 현상 유지는 가능해도 발전은 없었을 겁니다.
연대를 통해 로컬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우무 : 지역의 상징이 된 로컬 브랜딩

양양하면 서피비치가 떠오르는 것처럼,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로컬 브랜드 하나가 있습니다.
인구 수 1500여 명밖에 안 되는 한림읍 옹포리에 2019년 작은 디저트 가게가 문을 엽니다. 젤라틴이나 한천을 전혀 쓰지 않고 오직 제주 해녀들이 채취한 우뭇가사리로만 푸딩을 만드는 ‘우무’였어요.
2019년 1월, 우무가 오픈하자 소비자들은 열광했어요. 오픈 8개월 만에 월 평균 1만6000명의 손님들이 찾았죠.
두 사람은 바로 다음 스텝을 준비합니다.
“우무를 더 확장하기 위해선 접근이 쉬운 공항 가까운 곳에 2호점을 낼 필요가 있었죠. 3개월 만에 따라하는 곳들이 생겼으니까요. 중국에선 우무 캐릭터로 된 컵도 나왔죠. 다 예상한 일이었어요. 상표 출원과 디자인 특허 등록을 이미 다 해놓았고 무엇보다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건 하나도 겁나지 않았어요.”
_박지훈 대표

마침 제주의 종로라고 할 수 있는 원도심 남문사거리 코너에 자리가 나왔습니다.
“저희가 지나다니면서 상상의 건물을 올렸던 자리 중 하나였어요. 3층짜리 건물이었는데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1층만 매매하는 줄 알았어요. 건물 통 가격이라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매입해서 외벽을 새로 올리고 리모델링하는 데 8개월 정도 걸렸어요.”
_박지훈 대표
원도심은 공항과 제주항에서 1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였지만, 상권이 다 죽어 있었어요. 신제주나 소위 ‘핫플’들에 밀려서요. 오래된 가게들과 낙후된 건물이 유물처럼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죠.
그런데 2020년 2월, 우무 건물이 들어선 뒤 ‘남문사거리’의 이름이 ‘우무사거리’로 바뀌었습니다. 우무가 물꼬를 튼 원도심 상권은 다시 활기를 띠었죠. 우무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가게들이 생겨났어요. 원도심의 앵커 스토어가 된 거죠.
우무는 테이크아웃을 고수합니다. 손님들에게 제주의 자연을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2호점은 3층짜리 건물이니 안에서 먹고 가면 안 되냐는 문의가 쇄도해도 자리를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손님들에게 지도를 보여줘요.
“저희가 많은 가게들을 다녀봤는데, 가장 맛있었던 건 신 대표와 함께 애월의 절벽에서 바다를 보며 먹던 떡볶이예요. 소중한 시간을 내서 제주까지 왔는데 아름다운 자연을 두고 왜 실내 공간에 갇혀서 드셔야 할까요. 저희는 근처에 드실 만한 곳들을 지도로 제작하고, 어디서 어떻게 드시는 게 가장 맛있는지 설명해드립니다.”
_박지훈 대표
제주시 원도심과 상생하며 그 곳의 앵커 스토어가 된 우무의 브랜딩 이야기를 링크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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