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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지만 동시에 친절하게, 영화 마케팅 성공 사례 3가지

팬데믹 이후로 티켓값이 오르면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게다가 OTT숏폼 같은 경쟁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이제는 영화 말고도 즐길 거리가 많아졌죠. 소비자들이 볼 영화를 고를 때 더 신중해진 이유입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영화를 고를 때 신중해진 만큼, 영화 마케팅의 중요성도 더 커졌어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영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마케팅은 과연 무엇일까요?


찬란 : 예술과 상업 사이의 중간지대를 찾는 법


영화배급사 찬란이지혜 대표‘친절함’이 영화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말해요.

2024년 5월 개봉해 10만 명이 본 「악마와의 토크쇼」, 기괴한 공포 영화로 입소문 난 「미드소마」 모두 찬란이 수입한 작품이죠. 

찬란의 이지혜 대표는 13년 동안 100편이 넘는 예술영화를 수입, 배급해왔어요. 최근 2~3년 동안은 거의 한 달에 한 편의 영화가 ‘찬란’의 이름을 달고 개봉했죠. 

찬란은 어떻게 예술 상업영화 사이의 ‘중간지대’를 공략했을까요? 

영화는 불친절할 수 있다. 하지만 소개할 땐 친절해야 한다. 

찬란의 마케팅 전략이에요. 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일단 봐야 좋은지 안 좋은지 알 테니까요. 

“(찬란이 소개하는 영화는) 보면 나쁘지 않은 영화인 건 확실해요. 그런데 세상에 보면 나쁘지 않은 콘텐츠는 너무나 많은 게 문제죠. 이들 중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요.”

찬란을 처음 대중에게 널리 알린 작품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4)」이에요. 원제인 아틸라 마르셀Attila Marcel을 찬란이 바꾼 거예요. 제목만 보곤 무슨 영화인지 모르니까요.

아틸라 마르셀은 영화 속 주인공의 아버지 이름이에요. 내용을 알면 제목이 이해됩니다. 아버지는 주인공이 겪는 트라우마의 원인이니까요. 하지만 관객이 영화를 보기 전엔 그저 낯선 이름인 거예요.

그래서 이 대표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포스터도 ‘정원에서 차 마시는 장면’ 스틸컷을 골라 만들었죠. 정원은 영화의 ‘무대’이기도 해요. 주인공이 이웃인 마담 프루스트와 차를 즐기며,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곳이거든요.

‘차와 정원’이라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살리고 싶었던 이 대표. 장면을 상상할 만한 제목을 붙인 거예요. 정원에서 일이 벌어질 거란 걸 암시하기도 하고요. 영화는 누적 관객 수 16만 명을 기록했죠.

‘봐야 할 이유’를 대놓고 드러낼 때도 있어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포스터가 그랬죠. 제작사에서 준 포스터는, 주인공인 독일군 가족의 예쁜 정원과 담 너머 새까만 하늘이 전부예요. 제목은 포스터 아래편에 적혀있죠. 

이 대표는 포스터를 180도 바꿨어요. 까만 하늘에 커다란 글자를 넣었죠.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 노미네이트’, ‘국제장편영화상·음향상 수상’, ‘제7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대상’. 여기에 “이토록 완벽한 집이 또 있을까요?”라는 카피로 궁금증을 자극했죠.

ⓒA24, 찬란



제작사는 강하게 반대했어요. 영화의 의도를 해친다면서요. 하지만 이 대표는 제작사와 끝까지 싸웠어요. 결국 카피를 넣을 수 있었죠. 

“저도 디자인 완성도 높고 예술적인 포스터가 좋아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줘야 하는 내용이 있어요.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보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이 대표는 말해요. 이제 “이 영화가 좋다”는 단순한 메시지론, 관객을 붙잡을 수 없다고. 영화 말고도 즐길 거리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마케팅할 때 ‘좋음’을 넘어 ‘특별함’을 알려야 해요. 이 영화는 왜 어떻게 얼마나 특별한지. 당신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특별한 경험을, 생각을 할 수 있는지를 설득해야 하죠.”


박시영 : 베테랑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좋은 포스터의 조건


특별하면서 동시에 친절해야 하는 영화 마케팅, 박시영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박시영 디자이너는 지금까지 500개가 넘는 포스터를 만들어 왔어요.  「꿈의 제인」, 「윤희에게 같은 독립영화부터 「곡성」, 「관상」, 「동주」, 「추격자」 같은 흥행작 할 것 없이요. 이제 한국 영화 포스터는 ‘박시영 표’가 표준이 됐어요. 최근 그는 「마스크 걸」 포스터로 대중들과 만났고, 곧 개봉할 영화 「베테랑 2」의 포스터 역시 그가 맡았어요. 

그가 생각하는 ‘좋은 포스터’란 무엇인지 묻자, ‘공동의 목표를 가지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비단 포스터뿐 아니라 모든 창작 활동이 그래야 한다”고도 덧붙였죠. 새로우면서도 친절해야 한다는 거예요.

박 디자이너는 모든 작업에 새로움과 친절함을 고루 섞으려고 노력해요. 중요한 건 작품에 맞게끔 그 비율을 조절하는 것. 시대극인 「동주」의 포스터는 초안과 완성본이 꽤 달라요. 초안은 배우 강하늘(윤동주 역)이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어요. 박 디자이너는 이 디자인이 친절함에만 치중됐다고 느껴 포스터를 수정했어요.

ⓒ빛나는


완성본 속 윤동주는 사뭇 달라요. 살짝 긴장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죠. 고등학교 졸업 사진 같은 구도예요. 

“동주와 관객 사이에 거리를 둔 거예요. 초안은 사람들이 쉽게 윤동주의 고통을 느끼지만, 최종안은 관객이 윤동주의 감정을 적극 상상하게 만들죠. 시대상(일제식 교복)만 남겨 놓고, 나머지를 담백하게 만든 덕분이에요.”

반면 영화가 대중에게 낯선 소재일수록 친절함의 비중이 높아야 해요. 예를 들어 「윤희에게」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예요. 인물에 이입하기보다 관객의 입장에서 포스터를 제작했어요.

눈 오는 오타루의 거리를, 배우 김희애(윤희 역)와 배우 김소혜(새봄 역)가 걷고 있어요. 사연을 알 수 없는 모녀가 조용히 동행하는 모습.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그 두 사람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된 것 같아요.

“때로는 영화의 부수적인 요소가 관객의 감상과 더 맞닿기도 합니다. 「윤희에게」의 중심은 동성애 코드의 사랑 이야기예요. 이대로 포스터를 만들면? 아련한 멜로의 느낌을 줘야겠죠.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했어요. 딸과 함께 걸어가는 엄마의 걸음걸이, 처연해지는 일본 오타루의 풍경에서, 관객들은 더욱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낄 거라고.”

중심에서 벗어난 포스터를 만들면, 영화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 건 아닐까요?

“감독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작 의도를 고스란히 알리는 게 영화는 아니잖아요. 엔터테인먼트란 관객 각자가 영화에서 좋은 순간을 찾는 거죠. 감독과 관객의 카타르시스가 일치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괴리가 있어요. 친절하기 위해서는 이때, 관객의 편에 서야 해요.”


호호호비치 : 특별한 마케팅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을까


이런 특별한 마케팅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영화 마케터호호호비치의 두 대표와의 대화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호호호비치는 두 살 터울의 자매 이채현, 이나리 공동 대표가 이끌고 있어요. 호호호비치라니. 이름 한번 독특하죠? 칸, 베니스 등 주요 영화제들이 모두 해변에서 열린다는 점에 착안했대요. 언젠가 차곡차곡 번 돈으로 해변에서 샴페인 터뜨리며 ‘호호호’ 웃고 싶다는 바람도 담았죠.

그 이름만큼 마케팅유쾌하고 독특해요. 「겨울왕국」 홍보 때는 싱어롱sing-along 시사회를 열어 관객들과 한바탕 노래를 불렀어요. 영화 「킬링 로맨스」 때는 배우들이 관객에게 맥반석 계란을 돌려, 골든에그지수(CGV 실 관람객 평점)를 높였고요. 

두 자매는 입을 모아 말해요. 모든 아이디어의 원천은 ‘일상’에 있다고. 

“아이디어는 무조건 일상에 있어요. 길을 걷다가도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뭘 하고 있는지 봐요. 대중교통을 타도 저 사람이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보죠. 유튜브를 볼 때는 콘텐츠 자체는 알맹이만 뽑아서 보고, 아이디어는 댓글이나 기사에서 발견해요.”
_이채현 호호호비치 공동대표 

‘호호호비치’는 창립 이후 한 번도 아이디어 회의를 해본 적이 없어요. 회의를 할 거라면 차라리 집에 가자는 주의! 

“예전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회의실에 다시 모였어요. 그러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라는데, 뭘 자유롭게 말하라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_이나리 호호호비치 공동대표 

호호호비치에서는 대표도, 직원도 아이디어는 각자 혼자 생각해요. 공유할 사안이 발생하면 메신저로 전달해요. 흔히 말하는 ‘브레인스토밍’이라는 회의는 해본 적 없죠. 

“차라리 회의할 시간에 목욕할 시간이라도 있으면, 욕조 안에서 유레카!’ 외칠 수도 있는 건데. ‘왜 그런 시간을 안 주지?’가 예전 회사 다닐 때 저의 물음표였거든요 (웃음).”
_이나리 호호호비치 공동대표

대신 두 자매 머릿속은 늘 현재 맡고 있는 작품으로 가득 채워져있어요. 

“작품 생각은 일단 계속해요. 그건 디폴트예요. ‘아이디어를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일단 그냥 계속 생각해요. 유산소 운동을 한다든가, 다른 콘텐츠를 보면서도 계속 영화만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게 멀티처럼 보이지만, 사실 베이스엔 계속 영화가 깔려 있는 생활을 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_이나리 호호호비치 공동대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마케팅에는 이런 성공 비결이 숨겨져 있었네요.

요약하자면,

1. 영화 마케팅은 특별하면서 친절해야 한다.
2. 영화에 따라 포스터의 친절함과 새로움을 조절해야 한다.
3. 특별한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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