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타고니아 : 타고난 사업가 이본 쉬나드, 룰 브레이커가 되다

어렸을 때부터 암벽등반을 즐겼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1965년 암벽등반 장비회사를 창업합니다. 1972년엔 카탈로그에 럭비 셔츠를 추가하며, 본격적인 의류 사업도 시작했죠.
그런데 얼마 안 가, 이본이 충격을 받는 일이 일어나요. 1988년 의류 판매점에서 공기 순환 장치가 고장 나자, 매장 직원들이 ‘포름알데히드’라는 화학물질을 흡입하는 사고가 일어난 거예요.
원인을 조사하자, 목화솜에서 대량의 화학물질이 발견됐죠.
그는 결단을 내립니다. 파타고니아의 모든 면 의류를 유기농 목화로 만들기로 하죠. 무당벌레로 해충을 잡고, 자연 폐사하거나 식용으로 길러진 거위의 털만을 사용해요.
파타고니아 의류의 원가가 약 두 배 더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이본은, ‘지구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기업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우리가 아는 바로 그 파타고니아의 탄생이었어요.
이본 쉬나드는 한발 더 나아갔어요. 아예 친환경 의류 소재를 개발하기 시작한 거예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신칠라 소재가 대표적. 복슬복슬한 파타고니아의 플리스 재킷이, 바로 이 신칠라로 만들어요.

그러나 문제는 남았죠. 어쨌든 파타고니아도 매년 새 옷을 출시한다는 것. 이에 파타고니아는 파격적인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뉴욕타임스에 이 전면광고를 내보냈어요.
“Don’t buy this jacket (이 재킷 사지 마세요).”

그러면서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밝혔어요.
- ‘재킷 1개를 위한 목화를 생산하는 데 물 135리터가 소비되며, 이는 45명이 하루 3컵씩 마실 수 있는 양이다.’
- ‘이 제품의 60%는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생산했지만, 이 과정에서 30파운드의 탄소가 배출됐다.’
- ‘이 제품을 아무리 오래 입다가 버린다 해도 완성품의 2/3만큼의 쓰레기가 남는다.’
역설적이게도 이 캠페인으로 파타고니아는 대중에게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각인되며, 홍보 효과를 누립니다. 2013년 매출 6억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2위에 등극했어요.
“‘Don’t buy this jacket’은 뒤에 숨겨진 영리한 전략 같은 게 없었어요. 그냥 그 문장 그대로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재킷을 구입하기 전에는 두 번 생각하길 바랐고, 만약 구입한다면 평생 보증이 되고, 망가지면 수선할 수 있고, 수명이 다하면 재활용될 수 있는 제품을 사라는 솔직한 메시지였던 거예요.
그 메시지가 정말 ‘진짜’이기만 하면 되고, 우리는 그 메시지에 부응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죠. 이것이 새로운 룰을 만드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_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자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 어디에도 광고하지 않아요. 할인 판매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이자, 특히 미국 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늘 이름을 올려요.
“큰 할인에만 지갑을 여는 고객들만 존재한다면 파타고니아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또한 우리는 쓸데없는 곳에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요.
슈퍼볼 광고를 하지 않고, 직원들이 해외 출장 갈 때 일등석을 타는 경우는 없어요. 긴박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경문제가 아니라면 큰 비용을 쓰는 일이 많지 않은 것도 수익성 유지의 한 비결이 될 수 있겠네요.”
_제나 존슨 파타고니아 INC 사장
파타고니아는 제품 생산과 마케팅뿐아니라 사업 관리, 조직 문화에서도 뛰어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진짜 친환경 브랜드’로 살아남은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를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2. 가브리엘라 허스트 : LVMH는 왜 “인류가 위험하다”는 디자이너에게 투자했을까

럭셔리 브랜드 업계에선 남은 재고를 불태우기도 한단 이야기,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시장에 물량이 풀려 가치를 떨어뜨리느니, 차라리 없애 버리는 게 낫다는 논리라고 해요. 실제로 한 브랜드는 5년 동안 약 1000억원 어치의 제품을 소각해 논란이 됐죠.
그런데 이런 흐름을 뒤집으려는 디자이너가 있어요.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남은 재고와 원단을 재활용해 신제품 컬렉션을 만들거든요.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첫 번째 여성복 브랜드 ‘칸델라’를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했어요. 그러다 2014년, 돌연 칸델라를 접었습니다.
뒤늦게 깨달은 거예요. 자기가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단 걸요.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업을 유지하려면 타협해야 할 일이 많았거든요.
소비자는 더 합리적인 제품을 원했고, 허스트는 그때마다 품질을 낮춰야 했어요. 또 백화점에 납품할 재고를 쌓아둬도, 한 시즌 동안 다 못 팔면 버려야 했죠.
마침 허스트는 목장을 물려받고, 아이까지 낳았어요. 고민은 더 깊어졌죠. ‘내가 만든 옷 때문에 푸른 목장과 수많은 말들이 사라진다면?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끔찍하다면?’
“특히 아프리카의 한 나라를 여행하며 목격했어요. 주민들이 기후 문제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단 사실을요.
(…) 가뭄이 심해 꼬박 8시간을 걸어야 겨우 물을 구할 수 있었어요. 고작 진흙탕 물 2리터를 얻으려 그런 고생을 하는데, 그 적은 양의 물조차 여럿이 나눠 써야 했죠.”
_가브리엘라 허스트, 2022년 마리끌레르 인터뷰에서
이 장면은 내내 허스트의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기후 문제가 더는 남 일처럼 다가오지 않았죠. 어쩌면 우리 모두 ‘멸종’될 수도 있단 공포에 떨 정도였다고 해요.
하지만 허스트는 옷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순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패션과 환경 두 가지를 모두 챙길 순 없을까?’
그녀는 곧바로 답을 내렸어요. “왜 안 되겠어!”
한 번 만들면 평생 입고 싶고, 환경에 해를 안 끼치는 소재로 만든 옷을 만들기로 해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로. 2015년의 일이었어요.

허스트는 첫 번째 제품인 ‘니나백’을 사람들이 선망하는 잇백It Bag으로 들었어요. 비결은 디자인이 아닌 ‘홍보 방식’에 있었습니다.
허스트는 제품을 팔기 전, 그가 생각하는 ‘선망의 대상’ 25명에게 가장 먼저 니나백을 선물했거든요.
기준이 뭐였냐고요? 세상을 용기 있게 이끄는 여성 지인이었어요. 영국의 왕손 부인이자 배우 메건 마클부터 엠마 왓슨, 오프라 윈프리가 선물 명단에 있었죠.

심지어 니나백이라는 이름도, 허스트가 존경하는 미국의 전설적인 여성 재즈 아티스트 ‘니나 시몬’의 이름을 따왔어요.
이 이야길 들은 사람들은, ‘니나백의 상징’에 매료됐어요. 니나백을 용감한 여성에게 주는 ‘훈장’처럼 여긴 거예요.
마침 브리 라슨이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니나백을 들고 있었어요. 순식간에 수천 명의 대기자가 생겼고, 백화점에서도 러브콜을 보냈어요. 그런데 그녀는 거절했습니다. 왜냐고요? ‘잉여 제품’이 생겨선 안 되니까요!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성장을 스스로 통제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했어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물건을 만들 방법을 찾아야 했거든요. 그러니 백화점과도 일할 수 없었던 겁니다. 도매로 납품하면, 항상 재고를 쌓아둬야 했으니까요.”
_가브리엘라 허스트, 2024년 타임 센서티브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오더메이드’였어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지.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니나백은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란 이미지까지 얻었어요. 제작 기준을 ‘지속가능성’으로 두니, 덩달아 홍보가 된 셈이었죠.
매출도 꾸준히 성장했어요. 브랜드를 론칭한 지 3년 만인 2018년 1500만 달러(약 200억원)의 연 매출을 넘었죠. 2019년엔 루이비통, 디올 등을 소유한 세계 최대의 럭셔리 그룹 LVMH가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지분 일부를 사들였고요.

니나백으로 주목받은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본격 ‘지속가능한 럭셔리’를 제안하기 시작했어요.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패션쇼’처럼 아무도 하지 않았던 시도를 시작했죠.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새로운 도전들을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3. 베자 : 마케팅하지 않는 스니커즈, 현실적인 친환경으로 팬덤을 모으다

베자는 2004년 프랑스에서 출발한 신발 브랜드예요. 매장은 약 3000개로 전 세계 60개국에 퍼져 있어요.
매출은 2019년 7850만 달러(약 1000억)에서, 2022년 2억 8300만 달러(약 3600억)로 상승했어요. 2021년 대비 44% 증가한 수준이에요.
감이 안 온다고요? 대표적인 친환경 운동화 브랜드 올버즈의 성장폭을 볼게요. 2022년 7.3%였어요. 이제 베자의 기세가 실감나죠?
베자는 셀럽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도 유명해요. 영국의 왕자비, 왕세자비뿐 아니라 영화 ‘해리포터’의 배우 엠마 왓슨과 ‘신비한 동물사전’의 배우 에디 레드메인까지!
국내에선 한예슬, 류준열, 공효진 배우가 신었던 신발로 알려져 있어요.

프랑스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는 2016년 인스타그램에 이런 태그와 함께 자신의 최애 브랜드라고 올리기도 했죠.
#ihavenothingtodowiththisbrand thisisnotpublicitythisisjiustlove
#이브랜드랑아무관련없고 홍보아니고그냥좋아하는거임

오랜 친구였던 세바스티앙과 프랑수아 지슬랭은 함께 NGO를 창업하기도 했어요. 전 세계 대기업을 대상으로 노동과 환경에 친화적인 경영 전략을 제시하고자 했죠.
가장 먼저 한 일은 세계여행! 공부를 위해 1년 동안 전 세계 기업들의 생산 현장을 방문했어요. 그 과정에서 의류 공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목격하기도 하고, 프랑스 최초의 공정무역 브랜드를 만든 트리스탕 르콩트와 일할 기회도 생겼죠.
베자의 두 창업자는 그와 함께 일하며, 공정한 거래에 눈을 떴어요. 결국 자신들이 옳다고 느끼는 기업을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재료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브랜드를요.
그들이 고른 아이템은 신발이었어요.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패션 아이템이라는 점에 주목했죠.
그들은 신발 그 너머를 보기 위해 브라질로 향했어요. 모든 생산 공정을 해체하려고요. 신발 밑창부터, 아니 그 원료인 고무부터 보려고 말예요.

그들은 아마존, 브라질 북단의 생산 공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신발 생산 과정을 윤리적으로 재조합했어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목화 계약서부터 직원들의 임금까지 다 볼 수 있어요. 타사와 비교하면 한 켤레당, 거의 다섯 배에 달하는 생산비용이 든다고 해요!
그렇게 친환경 신발 브랜드 베자Veja가 탄생할 수 있었죠.
베자가 친환경 브랜드로서 유명한 또 다른 이유, 광고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 흔한 TV 광고도, 앰배서더도 없죠. 베자의 얼굴은 신발에 새겨진 V자 로고뿐.

“일반적인 대형 운동화 브랜드의 비용 70%가 광고선전비예요. 홍보와 마케팅, 앰배서더 비용을 없앤다는 건 근로자, 원료, 생산 공장 그리고 결국은 지구에 더 투자할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_세바스티앙 콥, 2021 Footwearnews 인터뷰에서
홍보하지 않고 유명해진다. 꿈 같은 얘기에요. 말처럼 쉬운 일이라면, 왜 다들 돈을 써서 홍보를 하겠어요.
베자도 홍보를 하긴 했어요. 그런데 되도록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대요. 사실관계를 설명한 거예요.
홈페이지에는 제작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하고 있어요. 종류별 섬유 소비량과 목화 구매가, 그리고 공장 임금까지.
또 아마존 열대우림에 르 몽드, 르 피가로 같은 유력 신문사의 기자들을 초대했어요. 베자의 공정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도록요. 속속들이 파헤쳐질 자신이 있었던 거예요.
그린워싱을 경계하는 베자의 투명성은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만들었어요.
스스로를 경계하고 반추하며 성장하는 베자의 이야기를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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