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팝업스토어, 카페 같은 공간에 가면 누가, 어떻게 기획했을까 궁금해지고는 합니다. 공간의 어떤 포인트가 사람들을 부르는 걸까요?
프로젝트 렌트 최원석, 리브미컴퍼니 최용수, 글로우서울 유정수. 세 공간 기획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에는 어떤 기획의 포인트가 숨겨져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글로우서울 유정수 : 공간에도 연출이 필요하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호우주의보’. 365일 비가 내리는 카페입니다. 오픈 한 달 만에 ‘#호우주의보’ 해시태그는 5만 건을 넘겼습니다.
호우주의보를 나와 1분만 걸으면 식당 ‘살라댕 앰버시’가 있습니다. 베트남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을 콘셉트로 합니다. 실제 영사관 직원이 살던 집을 리모델링했어요. 마당에는 수영장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휴양지에 온 것 같다”고들 하죠.
흥미로운 건 두 공간 모두 한 회사가 기획했다는 겁니다. 바로 글로우서울Glow Seoul. 이들이 만든 브랜드 가짓수만 27개입니다. 익선동의 온천집과 청수당은 수십만 명이 다녀간 F&B 공간이 됐어요. 롯데 타임빌라스도 글로우서울의 기획입니다.
유정수 대표는 영화처럼 공간에도 연출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고객이 F&B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보통 90~120분입니다. 사실상 시간을 쓰러 오는 셈이죠. 들어선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하려 했어요.”
2020년 익선동에 문을 연 카페 청수당. 1년에 50만 명씩 다녀가는 곳입니다. 지금도 주말에는 줄을 서야 하죠. 들어서는 길부터 남다릅니다. 성인 네 명만 걸어도 어깨가 부딪칠 법한 골목을 걷다 보면, 초록빛 대나무들이 잔뜩 나타나요. 대나무 사이로 작은 연못과 둥그런 돌다리 6개가 보이죠. 사람들은 갑자기 일본 교토의 풍경에 들어선 것 같다고 합니다.
내부에는 나무와 화산석, 물과 이끼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한옥 어디에 앉아도 중정의 조경이 보이죠. 경치를 보는 게 핵심인 한옥의 구조를 지킨 겁니다. 졸졸 개울물 소리도 들립니다. 대나무를 수로처럼 연결해 물이 흐르게 연출한 거예요. 문 하나만 들어섰을 뿐인데 바깥 도심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 듯하죠.
“가운데 공간을 좌석으로 채웠다면 고객의 시야는 불과 1평 남짓 됐을 거예요. 가운데를 비우고 자연과 풍경으로 채우자, 누구나 12평 공간을 누릴 수 있게 됐어요. 고객이 전부 12.5평을 누리는 셈이죠. 가치의 양이 달라지는 겁니다.”
메뉴에서도 다른 연출을 합니다. 기계로 내리는 아메리카노는 없어요. 돌 재질의 드리퍼로 내린 ‘스톤 드립 커피’ 같은 색다른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말차 메뉴도 뒀죠. 즐길 거리도 고민한 겁니다.
또 공간을 연출할 때 유 대표가 가장 집착하는 건 ‘서비스’라고 합니다.
“노이로제에 가깝게 서비스에 집착해요. 무대를 잘 만들어도 공연을 하는 건 고객과 닿아 있는 배우(운영 직원)이니까요. 잠깐의 불친절이 전체 공연을 망치죠. 꼬리가 코끼리 몸통을 흔들 수도 있는 겁니다.”
늘 완벽할 수 없기에 유 대표는 운영 시스템을 꾸렸습니다. ‘글로우 슈퍼맨’이라는 팀을 만들었어요. 매장 세팅과 운영, CS 교육까지 담당하는 팀입니다. 여기에 더해 유 대표가 직접 리뷰를 보며 서비스를 점검합니다.
“살라댕 앰버시에서 ‘사와디 캅’이라고 인사해 반가웠다는 리뷰를 봤어요. 이상했습니다. ‘베트남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콘셉트인데 태국식 인사를?’ 직원들이 같은 동남아라 생각하고 가볍게 인사한 거였어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다시 콘셉트 교육을 했습니다.”
최근 유 대표는 ‘공간 기획 성공률 100%’를 자신합니다. 실적도 상승세입니다. 2022년 매출액은 193억원, 2년 전보다 세 배 올랐습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700억원입니다.
유 대표는 그동안 세운 원칙만 제대로 적용해도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유정수 대표가 말하는 공간 기획의 원칙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해보세요!

리브미컴퍼니 최용수 : 공간에 물음표를 띄워라

‘무드서울Mood Seoul’이란 와인바Bar를 아시나요? 한강 반포지구 세빛둥둥섬에 위치해 있어요. 일몰 시간에 맞춰 가길 추천드려요. 창 너머로 붉게 물들어가는 한강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잔할 수 있죠.
‘사브서울Sav Seoul’이란 와인바도 인기예요. 건물 지하에 들어서면 묵직한 문이 하나 나옵니다. 이를 밀고 들어서면 동굴 같은 통로가 나타나죠. 그 끝에는 비밀 연회장을 연상케 하는 바 공간이 펼쳐져요.
두 공간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어요. 최용수 리브미컴퍼니 CEO이자 브랜드 디렉터입니다. 2023년 ‘월드 50 베스트 바World‘s 50 Best Bars’ 18위에 선정된 ‘제스트zest’, 지드래곤이 선택한 약과 전문점 ‘골든피스’의 공간 브랜딩도 그의 솜씨이죠.
리브미컴퍼니만의 공간 기획 철학이 있어요. 방문객이 퀘스천, 즉 물음표를 띄우게 하는 겁니다. 제스트의 창문과 랩실이 그렇죠. “뭐 하는 곳이지?” 하며 들여다보게 합니다. 그런 다음, 서서히 그 공간만의 스토리를 풀어내요. 최 디렉터가 생각하는, 좋은 공간의 상像입니다.
그 상의 원형이 돼준 곳이 있으니, 뉴욕의 ‘PDT(Please Don't Tell)’라는 바예요. 그 이름처럼 비밀스럽게 입장하는 스피크이지 바*입니다. 힌트는 단 하나. ‘핫도그 집을 찾아라.’ 간판에 ‘Eat me!(나를 먹어!)’라고 쓰여있어요.
*Speakeasy Bar.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 음지에서 영업하던 바를 일컫는다. 합법화 이후 2000년대 중반 뉴욕에서 냉장고, 책장, 세탁기로 위장한 문으로 입장하는, 이색적인 컨셉으로 크게 유행했다.
직원에게 “여기가 PDT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그게 뭐야? 우리 핫도그 맛 죽여주는데 하나 먹을래?” 이게 무슨 신호인가 싶어 한참 핫도그를 먹으니, 구석의 공중전화를 가리키더래요. 안내받은 특정 버튼을 누르니 리셉션과 연결됐죠. 그렇게 입장한 PDT는 상상했던 그림과 달랐어요.

“웅장하고 시끌벅적한 공간을 상상했는데, 아담하고 차분했어요. 사람들은 친절했고, 칵테일은 프로페셔널했죠. 익살스럽고 장난기 많은 친구가 맞이하는 핫도그 집. 그 안에 숨어있는 진짜 정수. 리브미의 공간마다 강조하는 세계관이라는 것이, 여기서 시작됐어요.”
최 디렉터가 만든 공간에는 그래서, 숨겨진 장치와 스토리라인이 있습니다.
“‘간판을 찾아라.’ 궁금하고 기대되죠. 예고편 같은 거예요. 막간에선 어느 정도 긴장감을, 에필로그에선 여운을 남기는 것이, 제 공간 디자인의 철학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세계관은, 말 그대로 우리만의 작은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설레지 않나요? 누구나 꿈꾸잖아요. 멋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
영화 같은 공간을 만들고 있는 최용수 디렉터. 그의 최종 꿈은 진짜 영화를 만드는 일이랍니다. 지금 하는 공간 브랜딩은, 인생이란 그의 영화에 한 시퀀스쯤 될까요. 2024년에는 패션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이에요. 남은 시퀀스가 아직 많다는 뜻이죠. 지난해 11월엔 1일짜리 개인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자신에게 F&B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하는 리브미컴퍼니 최용수 디렉터의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확인해보세요!

프로젝트 렌트 최원석 :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라

주말에 자주 찾는 매장이 있습니다. 갈 때마다 콘텐츠가 바뀌는데, 트렌드를 읽기에 딱입니다. 성수동 서울숲길에 있는 팝업 스토어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Project Rent예요. 마침 지난 주말엔 보마켓BO MARKET이 메리어트 호텔과 함께 팝업을 열었더군요.
프로젝트 렌트가 준비하는 건 R이라는 간판과 깔끔한 매장 뿐입니다. 그 밖의 콘텐츠와 매장 장식은 팝업을 여는 브랜드들이 맡습니다. 보통 한 브랜드가 매장을 3~4주 빌려 팝업을 엽니다. 2018년 여름에 시작한 렌트는 6호점까지 매장이 늘었어요. 지금까지 100여개의 브랜드가 팝업을 열었습니다. 현대자동차·롯데월드 같은 대기업부터 크렘드마롱CRÈME DE MARRON 같은 해외브랜드까지 다양합니다.
저는 팝업스토어가 오프라인 리테일의 풍경을 완전히 바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렌트는 지금의 팝업 붐을 가장 앞에서 이끌어왔습니다.
“멋진 팝업을 만드는 비기가 있나요?” 질문에, 최원석 대표가 대답했어요.

“(사람들한테) 무슨 말을 할지 고민도 안 하고, 어떻게 멋진 팝업을 만들어요? 우선 내가 할 말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걸 한마디로 압축할 줄 알아야죠. 그래도 알아들을까 말까예요. 그런데 짬통처럼 모든 얘기를 쏟아놓으면, 그걸 무슨 수로 알아들어요?”
최원석 대표는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요즘엔 목적이 설계되지 않은 팝업이 너무 많다”고.
이런 팝업스토어의 목적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에요. 최대한 많은 방문객 수를 모으는 거죠. 바로 공짜 제품을 뿌리는 방식으로요! 그는 이를 팝업이라 부르지 않아요. ‘판촉’이라 하죠.
“프로젝트 렌트가 생각하는 공간은 곧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요즘 시대에 왜 굳이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야 하죠? 대화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 대화 끝에 관계가 발전했을 때, 다음을 바라볼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의 ‘판촉 팝업’에는 그런 개념이 없어요. 일단 할 말이 없어요. 해줄 말이 없으니까 소비자를 그냥 컨베이어 벨트에 욱여넣어요. ‘A 하셨으면 B로 가시고요, B 다 보셨으면 C 하시고요. 가서 경품 받고 사진 찍어서 보여주세요.’ 그건 약탈적 관계예요. 소비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게 아니죠.”
실제로, 이런 ‘약탈적 팝업’을 체험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으로 나오는 말이 있대요. “그래서 이거 왜 한대?”
분명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하는데, 정작 각인이 안 된 거죠.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죠?
“설득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어서 그래요. 상대가 내 진심을 알아주길 진정으로 바란다면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프러포즈처럼요. 반면에 실패한 팝업은, 그냥 소개팅 자리에서 냅다 혼인신고서 내미는 거죠. ‘나 진짜 괜찮은 놈이야, 일단 10년만 살아봐.’ 그게 설득이 돼요?”
최원석 대표가 인터뷰 내내 자주 사용한 단어가 하나 있어요. 오센틱authentic. ‘진품인’, ‘진짜의’라는 뜻이죠. 2023년 ‘올해의 단어’에도 선정되었고요.
‘진정성’. 이제는 너무 뻔한 단어, 아니냐고요? 하지만 그가 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진심이에요.
“오리지널이 아니라 오센틱한가가 중요해요. 조금이라도 가짜라는 걸 느끼면, 사람들은 공유하지 않아요. 저희가 매 프로젝트마다 고객 후기에서 가장 보고 싶은 말, 그런데 웬만해서 안 나오는 말이 이거예요. ‘이 자식들 진심이야.’”
진심의 힘은 생각보다 강해요. 때론 잘못된 밑그림까지도 살려내죠. ‘어메이징 오트 카페’가 그랬어요. 매일유업이 출시한 귀리 우유 ‘어메이징 오트’를 알리는 팝업이었어요. 4주간 1만 명이 방문했죠. 매일유업은 이 팝업스토어로 ‘2024 소비자 유통대상’에서 혁신경영부문 최우수상도 받았어요.
남부럽지 않을 성과를 냈지만 과정은 험난했대요. 당시 목표 방문객 수는 1만 명. 하루에 360명 이상이 와야 가능한 수치였죠. 1주 차 일평균 방문객 수는? 250명. 2주 차에도 200명대를 맴돌았어요.
과연 공간에 담긴 어떤 진심이 이 위기를 반전시킨 걸까요? 공간에 담긴 진심을 믿는 공간 기획자 최원석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자세히 확인해보세요!

세 공간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람들이 붐비는 공간에는 이유가 있다는 게 새삼 느껴져요.
공간에 담긴 디테일한 컨셉 연출과 공간 기획자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와닿았기에 그 공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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