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의 흥행은 어디서 결정되는 걸까요? 구단 선수들의 실력? 좋아하는 팀의 승패? 프로 스포츠의 흥행은 더 이상 ‘승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팬들의 즐거움이 ‘승부’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죠.
파리 생제르맹 FC, 한화 이글스, NBA는 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를 찾아 마케팅해 팬심을 사로잡고 있어요.
파리 생제르맹 FC : 콜라보로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다

몸값 높은 선수들과 최다 우승 기록, 그리고 높은 수익까지. 파리 생제르맹 FC, PSG는 확실히 잘나가는 구단이 됐습니다. 그런데, 축구를 잘하는 팀이 되는 건 PSG의 큰 그림에서 첫 단계에 불과했대요.
2011년 부임한 나세르 알 켈라이피Nasser Al Khelaifi*신임 회장은 PSG 인수 당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의 스포츠 경영 전문가로 카타르스포츠투자청(QSI)의 회장도 겸한다
“앞으로 몇 년간 PSG를 훌륭한 팀이자 강력한 브랜드로 만들겠습니다. 팬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_나세르 알 켈라이피 PSG 회장, 2011년 World Football Insider 인터뷰에서
켈라이피의 목표는 처음부터 널리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였던 거죠.
PSG의 브랜딩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파리Paris’. 켈라이피 회장의 목표는 PSG를 파리를 대표하는 간판 브랜드로 만드는 겁니다.
파리는 브랜딩에 활용하기에 매력적인 소스죠. 파리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패션, 음악과 미술, 미식 같은 문화적 자원이 풍성해요. ‘파리지앵’이라고 하면, 왠지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럼 PSG는 파리라는 도시의 매력을, 어떻게 축구팀 브랜딩에 녹여냈을까요? 바로 컬래버레이션이에요.
PSG의 잇따른 컬래버레이션의 정점은 나이키 에어 조던 컬래버입니다. 2018년 9월 PSG는 축구 클럽 최초로 조던과 파트너십을 맺었죠.
첫 시작은 PSG가 2018 쿠프 드 프랑스Coupe de France*에서 우승한 직후였어요. 온라인으로 운동화 사진이 하나가 공개됐죠. 사진 속 신발은 나이키의 에어 조던 5 모델.
*프랑스컵. 프랑스 리그에 소속된 모든 클럽이 참가하는 FA컵 축구대회

조던5에 들어간 PSG 로고가 재밌어요. 원래 PSG 로고에는 에펠탑이 그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 에펠탑 대신 조던의 점프맨* 심볼이 박혔죠.
*한 손에 농구공을 잡고 림을 향해 점프하는 형상의 에어 조던 심볼. 다리를 양쪽으로 벌린 자세가 에펠탑과 흡사하다.
티저는 이게 다가 아니었죠.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와 래퍼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PSG x 조던’ 로고의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거든요. PSG와 조던 팬들의 궁금증은 더 커졌어요.
에펠탑은 파리의 정체성과도 같잖아요. 그런 에펠탑을 지운다는 건, PSG로서는 도전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기꺼이 그 자리를 내어준 덕분일까요. 마침내 제품이 공개되자.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어요.
“조던과 협업한 유니폼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출시 후 첫 주말에만 4만 장이 팔렸으니까요. 특히 북미 팬들의 반응은 우리 클럽이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어요.”
_제롬 드 쇼낙 PSG 미주 지역 관리 이사, 2019년 Muse by CLIO 인터뷰에서
2019년 PSG 유니폼 판매 또한 껑충 뛰었어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니폼 판매 100만 장을 돌파했죠. 미국에서만 판매량이 470%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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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 : 귀여운 마스코트로 팬심을 붙잡다

한화 이글스는 2009년 이후 2023년까지 일곱 번의 꼴찌를 했어요. 팬들도 지쳐가는 것이 느껴졌죠. 한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는 구단이 팬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기다려달라’고만 할 게 아니라 말이죠.
구단 마케팅 팀이 바로 그 일을 합니다. 마케팅 팀은 매년 선수단의 슬로건을 정해요. ‘올해의 이글스는 어떤 팀이다’를 보여주는 일종의 브랜딩이죠.
광고와 콘텐츠 제작도 마케팅 팀의 몫입니다. 팀이 잘 하는 건 더욱 알리고,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까지 여실히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라운드에서는 아직 지는 날이 더 많지만, 그라운드 밖에서까지 질 수는 없으니까요.
야구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마스코트입니다. 이글스는 2016년 4월 ‘수리’라는 이름의 새 캐릭터를 선보였어요.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세계관을 입혔답니다.
“이글스의 기존 마스코트로 남녀 독수리 ‘위니’, ‘비니’가 있었어요. 독수리가 맹금류잖아요. 사람 몸에 독수리 얼굴을 한 캐릭터가, 그리 귀엽진 않았어요. 아이들이 무서워하더라고요.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리’는 아기 독수리입니다. 몸이 공처럼 동그랗죠. 야구장 안 여기저기 부딪히느라 고생인데, 그 모습이 퍽 귀엽습니다. 수리는 알을 깨고 나와서 처음 본 것이 야구공이에요. 야구공을 엄마라고 생각해, 공만 보면 졸졸 따라다녀요. 물론 수리의 공식적인 부모는 위니와 비니입니다.

수리는 유일하게 생일 파티를 여는 마스코트예요. 매년 생일마다 다른 구단의 마스코트들을 초대하죠. 소셜미디어 계정도 수리의 세계관을 살려 운영해요. 계정명에도 수리의 이름이 붙죠(@hanhwaeagles_soori). 프로필 사진도 수리의 얼굴이에요. 전하는 말끝마다 수리의 얼굴과 날개 동작을 닮은, 이모티콘을 덧붙여요. 수리 탄생 후 이글스의 굿즈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고 해요.
2022년에는 6년 만에 새로운 마스코트 ‘후디’를 공개했어요. 후디는 우주에서 온 다혈질 로봇입니다. 우주를 표류하다 이글스파크에 불시착했다는 설정이에요. 후드 모자를 벗었을 땐 MBTI ‘INTP’의 소심한 야구팬이지만, 모자를 쓰면 표정이 돌변하며 화르르 불타오르죠.
후디의 트위터 계정은 이름부터 ‘한화팬 후디’입니다. 이른바 MZ 팬의 말투를 써요. ‘한화’나 ‘후디’가 언급된 트윗을 찾아 댓글을 달죠. 수리를 향한 은근한 경쟁심도 내비쳐요. 경기 사진을 게시하며 “이건 수리가 안 올린 사진임” 하는 식이죠.
팬덤을 붙드는 마케팅의 성과는 매출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1년 한화이글스의 매출이 377억원이었는데, 2022년엔 451억원으로 20% 가까이 뛰었어요. 이중 입장 수입*과 상품 매출액 비중이 2021년 3.9%에서 2022년 13.9%로 뛰었죠. 둘 다 팬덤 기반 매출로 잡혀요.
*팬데믹 때보다 입장권 수익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 한화이글스 입장 수입은 2021년 15억원에서 2022년 63억원으로 약 320% 올랐다.
오랜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팬심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마케팅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NBA : 콘텐츠로 MZ 팬을 사로잡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NBA를 성장시킨 인물이 있습니다. 아담 실버Adam Silver. NBA의 총재입니다.
아담 실버는 MZ세대가 NBA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소비하도록 했습니다. NBA는 공식 홈페이지 NBA닷컴NBA.COM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이 활발합니다.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시합의 결과와 하이라이트 영상이 빠르게 업데이트돼요.
유튜브에는 보통 하루에 5~6개의 영상이 올라옵니다. 단순히 시합 결과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적절한 분석 기사들도 함께 싣죠. NBA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전문 기자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NBA SNS 부흥의 일등공신은 15~30초짜리 숏폼Short-Form 동영상입니다. 야구나 풋볼 같은 다른 종목은 짧은 동영상 배포를 꺼립니다. 팬들이 경기 전체가 아닌 결과만 골라 보게 될까봐 걱정해서죠.

NBA는 숏폼 동영상의 힘을 알았어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트위치twitch·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같은 M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SNS에서는 숏폼이 강세거든요. NBA는 경기 중 멋진 플레이 장면을 숏폼 콘텐츠로 만들어 SNS에 뿌렸어요. MZ세대의 유입을 노린 거죠.
특히 팬들이 자체 생산하는 2차 콘텐츠가 많이 바이럴viral·확산 됐어요. 이는 NBA의 ‘느슨한 감시’ 전략 덕분이기도 합니다. 프로 스포츠는 원래 저작권과 초상권에 민감합니다. 하지만 NBA는 콘텐츠 저작권 위반을 강하게 감시하지 않았어요. 시합 영상을 통째 올리지만 않으면 대부분 허용했죠. 덕분에 팬들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유하고, 마음껏 편집해 2차 콘텐츠로 만들어 바이럴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하우스 오브 하이라이트House of Highlights(클릭)’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어요. 주로 NBA의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데 팔로워가 5238만명입니다. NBA 사무국은 이런 계정의 활동을 어느 정도 묵인합니다. 저작권보다 바이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아담 실버는 NBA의 콘텐츠 전략을 ‘간식’이란 미끼로 ‘식사’라는 ‘농구 경기’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4~5%밖에 되지 않아요. 우리는 농구를 사랑할 수 있는 95%의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소셜 미디어가 그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공유되는 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짧은 동영상은 말하자면 간식이죠. 간식을 팬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 그들은 결국 제대로 돈을 내고 ‘식사(경기 시청)’를 하고 싶어 할 겁니다. 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공유가 궁극적으로 TV 시청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_아담 실버, 2018년 ‘스트레티지 비즈니스strategy-business.com’ 인터뷰에서
미국 MZ 팬들을 사로잡은 NBA의 마케팅 전략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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