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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면도기 구독 서비스의 엇갈린 운명, 구독 서비스 성공과 실패 사례

'구독 경제'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소비자가 제품을 소유하는 대신 정기적으로 구독료를 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해요.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고 이제는 대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하지만 구독 서비스가 많아진 만큼, 실패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어요.

잘 나가던 구독 서비스가 갑자기 몰락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달러쉐이브클럽 : 질레트를 위협하던 면도기 구독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


2011년 미국에서 등장한 면도기 구독 서비스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DSC). 1위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Gillette·P&G 산하)를 단숨에 위협하며, D2C(Direct to Customer)* 시대의 서막 또한 알렸죠.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자체 앱이나 소셜미디어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 수수료를 줄여 가격경쟁력이 있고 수익성이 높다.

2016년엔 P&G 경쟁사인 유니레버Unilever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까지 됐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완벽한 성공 스토리에요. 하지만 반전은 지난해 10월 일어났습니다. 유니레버가 DSC를 재매각한 거죠. “DSC는 더 이상 우리의 핵심 성장 포트폴리오가 아니다”라고 하면서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① 낮은 진입장벽
ⓒ더 비어드 클럽 인스타그램


먼저 D2C는 기술 또는 제품 혁신보다는, 비즈니스 혁신으로 주목받은 케이스예요. D2C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DSC의 면도기나 캐스퍼의 매트리스, 와비파커의 안경 모두 레드오션이었죠. 소자본으로 출발하기에 애초에 연구개발비가 대기업에 비해 부족했어요. DSC의 경우 아예 도루코 면도날을 납품받아 판매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카피캣이 우후죽순 생겨났어요. DSC만 해도 2013년 해리스Harry’s, 2015년 더 비어드 클럽The Beard Club같은 후발주자가 등장했고, 질레트 역시 2017년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② 무분별한 확장
ⓒ달러쉐이브클럽


제품은 차별화가 부족하고, 비즈니스 모델 또한 금방 따라잡히고. D2C 브랜드들은 그럼 무엇으로 차별화 했을까요? 제품군 확장이었어요.

DSC는 ‘달러 쉐이브 클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제품군을 늘렸어요. 헤어 샴푸, 헤어 왁스, 데오드란트, 페이스 클렌저, 바디 워시 등. 역시 자체 개발이 아니었기에 제품 경쟁력이 두드러지지 못했죠. 또 이 역시 해리스나, 더 비어드 클럽이 재빠르게 따라하며 차별화에 실패했어요.

③ 높은 온라인 의존도

“D2C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하는 충고입니다. 옴니채널Omni channel 전략을 사업 첫날부터 생각하세요.”
_DSC 창업자 마이클 두빈, 2022년 더 뉴 앵글 인터뷰에서

DSC가 두각을 나타냈던 시장은 단연 온라인이었어요. 2015년 당시 전체 면도기 시장점유율은 질레트가 과반을 차지했어요. 그에 비해 DSC 비중은 10%에 불과했죠. 다만 온라인에서는 DSC가 54%로 21%인 질레트를 크게 앞섰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구독 서비스에 안주한 것이 끝내 DSC의 발목을 잡았어요. 판매량 자체에 한계가 있었던 거예요. “한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담지 말라”는 격언이, 유통에도 적용되는 셈입니다. 

결국 DSC는 2021년 1월, 경쟁사들보다 한발 늦게 옴니채널에 진출했어요. 유니레버의 강점인 유통 부문을 진작에 이용하지 못한 실책이었죠. 최근에 공장 역시 지었다고 해요. 2023년이 다 돼서 말이죠.

“온라인 판매Digital-only에 머무르는 바람에, 우리는 더 많은 고객에게 닿지 못했습니다.”
_마이클 두빈, 2020년 WWD 인터뷰에서


빌리 : 여성을 뾰족하게 타겟팅한 면도기 구독 서비스


앞서 달러 쉐이브 클럽이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면도기 구독 서비스가 있어요. 바로 미국의 여성용 면도기 브랜드 빌리Billie.

빌리의 공동 창업자 조지나 굴리Georgina Gooley는 면도기 업계가 만들어내는 내러티브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여성들이 털을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광고를 만든 거예요. 그러면서 면도기는 남성용보다 10~15% 더 비싼 값에 팔았죠. 조지나는 면도기에 이른바 ‘핑크 세금Pink Tax’*이 붙었다고 봤어요.
*의류나 신발 등 동일한 상품·서비스인데도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보다 더 비싼 경우를 이르는 것으로, '성차별 가격'이라고도 불린다.

“여성용 면도기는 비싸기로 악명이 높았어요. 말도 안 되는 핑크 세금Pink Tax이 붙어 있었죠.”
_조지나 굴리, 2023년 컬럼비아 우먼스 비즈니스 소사이어티 인터뷰에서

당장에 면도기 하나 더 파는 마케팅이 아니라,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문화적인 맥락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빌리. 덕분에 신생 브랜드임에도 빠르게 충성 고객을 확보해 냈어요. 2023년 최고 매출인 1550만 달러(약 215억원)을 달성했죠.

ⓒBillie


여기에는 제품력도 한몫했어요. 그간 여성용 면도기는 남성용 면도기에서 파생된 것에 불과했어요. 빌리는 여성의 몸에 맞는 면도기를 처음부터 따로 개발했죠.

“제품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설문조사, 일대일 인터뷰를 반복했어요.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요.”
_조지나 굴리, 2019년 스킨케어닷컴 인터뷰에서

생각해 보세요. 수염만 면도하는 남성들과 다르게 여성들은 몸의 여러 부위를 면도해요. 더 많이 비누칠해야 하죠. 또 몸에는 곡선이 더 많죠. 

그래서 빌리는 이렇게 만들었어요. 제품 카트리지에 5개의 칼날을 넣어 밀착 면도가 가능하게 했어요. 그리고 칼날 주변을 알로에 모이스처 비누로 감쌌죠. 칼날 사이에는 여분의 공간을 두어 머리카락과 거품이 막히는 것도 방지했죠.

ⓒBillie


빌리가 여느 면도기 구독 서비스와 다른 것이 또 하나 있어요. 맞춤형 판매 전략이에요. 구독자에게 면도기를 보낼 때, 고객의 면도 빈도에 초점을 맞췄어요.

질문 : 얼마나 자주 면도를 하시나요?
선택지 : 매일 / 일주일에 두세 번 / 일주일에 한 번

왜 이렇게 질문을 던졌을까요?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는 얼마나 자주 배송해 줄지를 물어요. 막상 소비자 입장에선 감이 잘 안 잡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질문을 바꾼 거예요. 사용 경험에 기반해서 쉽게 대답할 수 있도록.

이뿐만이 아니에요. 온라인 구독 서비스로만 판매했더니 급하게 면도기가 필요한 고객들은 사지 못했어요. 빌리 입장에서도 기존 구독 고객 유지(retention)만으로는 더 크게 성장하기가 어려웠죠. 

답은 오프라인 유통에 있다고 봤어요. 때마침 연 매출 2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소비재 회사 에지웰Edgewell에게서 인수 제의가 온 상황. 조지나는 과감하게 에지웰의 영업팀과 인프라를 활용하기로 해요.

“에지웰은 강력한 공급망과 훌륭한 영업 인력, 소매 업체와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어요. 우리 혼자서는 그렇게 빨리 성공할 수 없었을 겁니다.”
_조지나 굴리, 2023년 모던 리테일 인터뷰에서

에지웰과의 파트너십은 곧바로 시너지를 일으켰어요. 미국 전역 4000여 개 매장을 둔 월마트에 입점했죠. 지금은 Target, CVS 등 3만 개 이상 매장에 빌리 면도기가 쫙 깔렸어요. 2023년부터는 캐나다로 해외 진출도 시작했고요. 최근에는 아마존에서도 일부 제품을 판매해요. 달러 쉐이브 클럽과 다르게 발 빠르게 옴니 채널을 구축해 낸 거죠.

남다른 메시지로 면도 업계를 뒤흔든 빌리의 성공 요인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더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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