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두를 만족시키는, 애매하고 소프트soft한 콘셉트는 통하지 않습니다.”
_뱅상 그레그와르, 롱블랙 인터뷰에서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 그저 그런 흔한 브랜드로 머무르지 않으려면 기존의 틀을 깨는 참신하고 파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해요.
마마이트, 듀드 와입스, 프리다. 이 세 브랜드는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그들만의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마마이트 : 헤이터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하죠. 여기, 아예 악플을 마케팅 소스로 삼은 과감한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영국의 스프레드* 브랜드 마마이트Marmite.
*빵이나 크래커 등에 발라먹는 식품. 대표적으로 잼과 버터가 있다.
올해로 122년 된 영국의 국민 스프레드예요. 연간 2500만 병(2022년 기준) 씩 팔려요. 해외에 나간 한국인들이 김치를 찾듯이, 영국인들은 마마이트를 그리워하죠.
하지만 국민 브랜드에도 안티는 있는 법! 그 독특한 향과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요. 호불호가 갈리는 사안이나 인물을 말할 때, ‘마마이트 같다’고 표현할 정도래요.
그런데 마마이트는 이 불호를 마케팅 자원으로 삼았어요. 브랜드 슬로건부터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Love it or Hate it’예요. 호불호 논쟁에 불을 지펴 마마이트를 바이럴 했죠. 일단 입에 오르내려야, 누군가에게 먹힐 테니까요.
“소셜미디어에는 마마이트 콘텐츠를 공유하는 열성팬들이 많아요. 더 멋진 건, 마마이트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브랜드와 소통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는 증거죠.”
_조앤 오리아다 마마이트 브랜드 매니저, 2014년 Marketing week 인터뷰에서

2011년 마마이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질문 하나가 떴어요. “당신은 누구인가요?” 선택지는 두 개. “러버예요I’m a lover.”와 “헤이터예요I’m a hater.”였죠. 각각을 누르면 페이스북의 ‘마마이트 팬 페이지’와, ‘헤이터 페이지’로 연결됐어요. 둘 다 브랜드가 직접 운영했죠.
58만 명이 넘게 ‘좋아요’를 누른 마마이트 팬 페이지엔 이런 글이 올라왔어요. “사랑은 너무 과대평가된 것 같아요, 차라리 마마이트에 빠지는 게 낫죠!”
그렇다면 18만 명이 ‘좋아요’를 누른 헤이터 페이지에는? “마마이트를 악마의 잼이라고 부르는 건 악마에 대한 모욕이다!”
여기에 브랜드가 한술 더 떠서 마마이트를 비난했어요. 예를 들어, 연말에 올라온 사진 한 장. 수첩에 “산타 할아버지께.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마마이트가 사라지게 해주세요.”라고 적혀있었죠.
이 호불호 논쟁이 끊이지 않도록 마마이트는 계속 장작을 넣었어요. 2010년엔 영국 총선 이슈를 끌어왔죠. 마마이트 찬성파와 반대파를 나눠 투표를 시켰어요.
공약도 걸었어요. 찬성파가 이기면? 마마이트의 탄생지인 버튼 온 트렌트Burton on Trent 지역에 마마이트 기념물 세우기. 반대파가 이기면? 브랜드 이름을 ‘타르마이트Tarmite’로 바꾸기. 그리고 라벨에 ‘타르 추출물’이라고 쓰는 거예요. 색깔이나 끈적이는 게 타르를 닮긴 했죠. 그래도 타르마이트라니. 윽, 입맛이 뚝 떨어져요.
결과는? 2010년 버튼 온 트렌트에는 거대한 마마이트 조형물이 등장했어요. 무려 1만5000파운드(약 2600만원)를 들여 만들었죠. 투표 결과는? 찬성파가 51.4%, 반대파가 48.6%로 아주 근소한 차이였죠. 큰일 날 뻔했네요!
마케팅 매니저 톰 덴야드는 호불호 마케팅의 핵심 중 하나는 ‘유머’라고 해요. 겉모습은 싸움이지만,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하죠. ‘놀이’여야 계속할 테니까요.
“유머는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마마이트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걸 목표로 디자인됐어요.”
_톰 덴야드 유니레버 영국 지사 마케팅 매니저, 2011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이 호불호 마케팅, 과연 효과는 어떨까요? 마마이트 열성 고객의 충성도를 높였다고 평가받아요. 혹시 ‘집단 극화 현상Group polarization’이란 말을 들어보셨어요? 선호도에 큰 차이가 없던 개개인도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면, 의견이 극명히 갈리는 현상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예요. 집단이 둘로 나뉘는 순간, 자기 집단에 더 큰 소속감을 느끼는 거죠.
“마마이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마마이트를 좋아하도록 설득할 수는 없지만, 마마이트 러버를 결집해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요. 훌륭한 마케팅이에요.”
_캐트 찰슨 브라더스앤시스터스 CEO, 2016년 inews 인터뷰에서
덕분에 마마이트는 효모 추출물 스프레드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어요.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무려 39%가 넘죠. 후발주자인 호주의 베지마이트Vegemite, 오지마이트AussieMite를 훌쩍 뛰어넘어요.
당당한 자기 비하야말로 고급 유머라고 하죠. 저는 마마이트의 '헤이터 마케팅'이 성공한 이유 역시, 자신감에 있다고 생각해요. 마마이트의 신박한 마케팅 캠페인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직접 확인해보세요!

듀드 와입스 : 뉴스재킹 마케팅으로 신 스틸러가 되다.

2011년 대학을 졸업한 세 단짝 친구 션 라일리Sean Riley와 라이언 미건Ryan Meegan, 그리고 제프 크림코우스키Jeff Klimkowski는 한 집에 살고 있었어요. 당시 식단의 95%가 부리토와 맥주였다고 해요. 식사 때마다 일반 휴지 대신 아기용 물티슈를 두고 손을 닦곤 했죠. 어느 날부터 화장실에서도 물티슈를 쓰기 시작했는데 모두 엄청난 만족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푹 빠졌다고 할 만큼.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당시엔 휴대용 물티슈가 없었거든요. 식당이나 축제에서 화장실을 갈 때면, 다시 거친 휴지로 닦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죠.
“집 밖에서 우리는 냄새나고 거친 화장지로 돌아가야 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일이 아닐까 생각했죠.”
_라이언 미건 듀드 공동 창업자, 2022년 타임 인터뷰에서
세 친구는 남성을 위한 휴대용 물티슈를 만들기로 했어요. 기존의 물티슈는 대부분 영유아나 여성용이었거든요. 패키지에도 아기 사진이 붙어 있곤 했죠. 세 사람은 남성용 물티슈임을 강조하고자 제품 이름도 ‘듀드(녀석)’라고 지었어요. 마치 서로를 부를 때처럼 말이에요.
세 창업자는 확신했어요. 마른 휴지보다 물티슈가 화장실에서의 뒤처리를 더 청결하게 해준다고 말이에요. 누군가는 그깟 화장실 물티슈라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셋은 진심이었죠.

듀드가 가만히 앉아서 유명해지길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세 창업자는 ‘뉴스재킹News Jacking’ 전략을 택했습니다.
뉴스재킹은 화제성 있는 사건이나 뉴스가 발생했을 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쓱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마케팅 기법을 말해요. 속보 기사에 실리면서 덩달아 주목받는 효과가 있죠.
“많은 마케터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6자리 또는 7자리 예산이 필요하다는 사고방식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나 예리하게 기회를 틈타 빠르게 움직인다면, 몇 푼 쓰지 않고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_션 라일리, 2022년 브로바이블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볼게요. 2012년 야구 월드 시리즈가 열리자 듀드는 관람객의 좌석 뒷자리마다, 듀드라는 이름이 인쇄된 광고판을 세웠어요. 2000만 명의 사람들이 생중계로 경기를 보는 가운데, 카메라에 관중석이 비칠 때마다 듀드라는 이름이 같이 찍혔죠. 듀드가 뭔지 몰랐던 사람들도 궁금해서 검색했어요. 듀드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2014년에는 UFC 선수 타이론 우들리Tyron Woodley의 엉덩이 쪽 바지에다, 핑크색 글씨로 ‘듀드 와입스’라고 새겼어요. 시합 직후 듀드는 트위터에서 글로벌 트렌드 3위에 올랐어요. 폭스 스포츠Fox Sports가 “이번 경기의 가장 큰 승자는 듀드 와입스였다” 표현할 정도였죠. 어찌나 화제였는지 UFC는 이후 선수들의 반바지를 통제하기 시작했어요. 독점 UFC 유니폼 스폰서가 아닌 이상, 브랜드의 후원을 받지 못하게 했죠.
하지만 듀드의 뉴스재킹은 멈출 줄 몰랐어요. 점수를 올린 뒤 공으로 엉덩이를 닦는 세리머니를 해서 논란이 된 풋볼 선수, 체중 조절을 위해 하루에 5번씩 화장실에 간다고 밝힌 풋볼 선수, 경기 중 참지 못하고 볼 일을 본 적이 있다고 고백한 야구 선수 등에게 재빠르게 물티슈를 후원했어요. 시즌 내내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이 순발력 있는 후원 소식은 ESPN, 야후 스포츠 같은 스포츠 채널과 워싱턴 포스트, 뉴욕 포스트 등 여러 언론사에 보도됐어요.
“대기업은 리소스와 사람, 자본을 투입해서 문제를 해결하죠. 더 중요한 건 마음을 여는 겁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든 ‘어떻게 대처할까?’부터 생각하는 것이죠.”
_션 라일리, 2023년 CEO시리즈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모두가 듀드의 홍보 방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듀드의 창업자들은 헤이터hater의 존재가, 오히려 당신이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당신의 신념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당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수백만은 아니더라도 수천 명의 사람들은 당신과 세계관을 공유할 겁니다. 모두가 당신을 좋아할 순 없어요. 그 한계를 받아들이세요. 진정한 혁신을 이끄는 최고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_션 라일리, 2024년 다윗과골리앗 인터뷰에서
남성용 물티슈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해 유머러스한 마케팅으로 주목 받은 듀드 와입스. 듀드 와입스의 성공 비결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전문을 확인해보세요!

프리다 : 진정성 있는 마케팅으로 대중을 사로잡다.

미국의 육아용품 및 산후 관리 브랜드 프리다Frida. 금기를 깬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단지 논란을 일으켜 관심을 받고자 하는 목적만은 아니에요. 육아의 가장 우아하지 못한 순간을 조명함으로써, 산후 관리와 육아 업계의 내러티브를 바꾸겠다는 나름의 포부가 있죠.
“이제 소비자가 보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빛나고, 열정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_켈리 마이어스 프리다 전략 부사장, 2021년 WFA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2018년 내보낸 맘워셔 제품의 옥외 광고를 볼까요? 프리다는 이런 문구를 썼어요. ‘당신의 질이 당신에게 고마워할 거예요. (Your vagina will thank you.)’ 아주 직접적으로 ‘질’이라는 단어를 썼죠.
이게 논란이 됐어요. 로스앤젤레스와 몬타나 등 몇몇 도시가 이 광고의 게재를 금지했습니다. ‘질'이라는 단어가 ‘모욕적’이라면서 말이죠. 이들 시 당국은 프리다에게 광고 속 ‘질’이란 단어를, ‘몸'이나 ‘하의' 같은 단어로 바꾸라고 했어요. 첼시는 수긍할 수 없었습니다.
“욕설에 대한 검열은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질은 여성 신체의 일부입니다.”
_첼시 허쉬혼, 2018년 투데이 인터뷰에서
광고는 뉴욕시에서만 승인됐어요. 20개가량의 광고판이 지하철역과 거리에 붙었죠. 첼시는 “뉴욕 시장의 의지에 감사하다”고 발표했어요. 이 광고엔 출산 후 여성이 겪는 신체적 변화와 관련해, 솔직한 대화를 유도하려는 프리다의 의도가 깔려 있었거든요.
“이때(출산 후)는 여성의 삶에서 변화가 매우 많은 시기이며, 이때 지식과 준비는 곧 자신감으로 연결됩니다. 소변을 보는 일조차 힘들고, 평범한 사람처럼 앉아 있는 것이 엄청난 성취처럼 느껴지죠. 우리가 이런 대화를 조심스럽게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_첼시 허쉬혼, 2018년 투데이 인터뷰에서

여기서 잠깐 2022년 제작된 프리다의 맘워셔 광고를 함께 살펴볼게요.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여성이 한밤중에 일어나 어기적어기적 화장실로 걸어가요. 회음부가 찢어졌기 때문이에요. 불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변기에 앉은 여성. 찡그린 얼굴로 고통스러워하며 볼일을 봐요. 이어 생리대를 갈고, 병원에서 준 페리 보틀에 물을 채워 넣고, 다시 앉아 질을 세척하려 하지만 잘 안되나 봐요. 자세가 영 불편하거든요.
모성에 관한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대신, 민낯의 순간을 말한 거에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아니라, ‘트루스텔링truthtelling’이죠.
“어떤 브랜드는 스토리텔링 하기보다, 진실을 말함으로써 더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요. 그 진실의 순간이 사람들을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게 하죠.”
_앰비카 파이 프리다 맘 CSO, 2021년 WFA 인터뷰에서
그런데 이 광고,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 중간 광고에서 탈락했어요. “너무 생생하다”는 이유로요. 프리다 역시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ABC 방송과 오스카가 광고 상영을 거부했다는 내용까지 추가해, 광고를 유튜브에 공개해버렸어요.
“우리 광고는 폭력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성적이지 않습니다. 또는 종교적이거나, 외설적이지도 않습니다. 총기 역시 등장하지 않죠*. 그저 이제 막 아이를 낳은, 한 엄마가 등장할 뿐입니다. 우리는 산후 회복과 여성을 돕는 제품을 만들 뿐입니다. 우리는 프리다 맘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지침에 따르면, 총기, 탄약, 성적 노출, 종교, 정치에 대한 광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논란은 결론적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프리다를 한층 주목받도록 했어요. 각계 여성들이 목소리를 냈죠. 프리다가 제품을 파는 브랜드에서, 메시지를 파는 브랜드로 승격된 거에요.
“산후 경험의 현실적인 이미지를 감춤으로써, 사회는 여성이 출산 후 바로 괜찮아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여성의 삶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에 대처할 수 있는 셀프케어 제품을 제공하는 광고가, 시청자에게 ‘너무 생생하게’ 보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가정을 이루려는 여성과 그 배우자가 실제로 겪는 일 즉, 현실이라는 뜻입니다.”
_소니아 모게Sonia Moghe CNN 뉴욕 지국 프로듀서, 2020년 CNN 방송에서
오늘날 많은 브랜드가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되고자 하죠. 그러려면 브랜드에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필요하다는 걸 프리다가 보여주고 있어요. 프리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자세히 확인해보세요!

브랜드가 점점 많아지면서 그만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이슈를 만드는 것도 중요해진 것 같아요.
더 많은 브랜드 스토리와 마케팅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이전 글도 확인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