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버스 : 매일 건네는 인사가 다른 커피 가게, 도쿄의 카페 신을 바꾸다

ⓒ오니버스
뉴욕타임스는 오니버스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만약 당신이 도쿄에서 36시간을 보낸다면 이 커피숍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오니버스 나카메구로점은 지난주와 어제, 오늘의 대화가 다 달라요.
“오니버스 커피 처음이세요?” “오늘 컨디션은 어떠세요?” “오늘 날씨엔 이런 커피도 추천 드려요.” 접객 멘트 대신 진짜 대화가 오갑니다.
서로의 인생을 공유하는 사이. 사카오 아츠시 오니버스 대표가 정의하는 손님과 직원의 관계입니다. 짧은 순간이 조각조각 모여 인생을 만들어 간다는 거죠.
“1인 가구라면 친구나 가족보다, 카페 직원 얼굴을 더 자주 볼 확률이 높죠.
직원들에게 강조해요. 30초든, 1분이든, 손님과 우리는 서로 인생을 공유하고 있다고. ‘다녀오세요’라든가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라는 말을 주고받자고요.”
_사카오 오니버스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오니버스
2012년 첫 매장을 열었을 때, 사카오 대표 혼자서 일했어요. 손님과 일대일로 가까워졌죠. 그렇게 친해진 손님이 또 다른 손님을 데려왔어요. 가볍고 담백한, 일상의 관계가 늘었습니다.
“당시 도쿄의 커피숍들은 하나같이 화려했어요. 빌딩 7층에 있을 법한, 고급스럽고 근사한 이미지였죠.
편하게 가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는 아니었죠. 이런 스타일 자체는 없었으니까, 어쩌면 1부터 시작한 셈이죠.”
창업하고 11년이 지난 지금. 오니버스는 일본 커피 신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을 듣습니다. 커피 맛이나 공간이 주는 매력도 크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주인공이니까요.

ⓒ오니버스
“예전엔 ‘어떤 드립커피를 드릴까요?’ 물으면 ‘아무거나 주세요’ 하는 분이 많았어요.
요즘은 손님이 먼저 말씀하세요. ‘오늘은 이런 기분이니까, 이런 드립을 주세요.’ 취향을 찾아가는 커피 문화가 자리 잡았어요.”
도쿄로 떠나기 전, 진심을 다해 환대를 전하는 오니버스의 이야기를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리로드 : 도쿄 빈티지 천국의 2층 상가, ‘옛 동네’의 감각을 되살리다

도쿄의 젊은 세대라면 한 번쯤 찾는 ‘빈티지 천국’이 있습니다. 시모키타자와.
인스타그램에서 영어로 ‘shimokitazawa’를 검색하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70만 개 이상. 일본어 해시태그(下北沢)는 248만 개가 넘습니다. 친구들끼리 말할 땐 줄여서 시모키타라고 불러요.
요즘 시모키타가 더 주목받는 이유가 있어요. 2021년 6월 문을 연 상업공간 리로드reload 덕분입니다. 베이지색 2층 분동형 쇼핑몰에, 24개 로컬 브랜드가 오밀조밀 들어가 있습니다.

리로드를 만든 공간 기획자 세키구치 마사토는 리로드에 옛 상점가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24개 테넌트를 콘텐츠로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임대차 계약도 직접 했습니다. 땅 소유자인 오다큐 전철로부터 건물 전체를 빌린 다음, 공간을 쪼갰어요.
“효율을 따지면 구획을 크게 나누는 게 좋습니다. 대중적인 브랜드는 쉽게 들어오겠죠. 반면 개인은 예산이 부족해 입점이 어려울 겁니다.
작지만 개성이 있는 테넌트를 오게 하고 싶었어요. 사라지는 옛 상점가를 살리고 싶었거든요.”
_세키구치 마사토 그리닝 CEO, 롱블랙 인터뷰에서
먼저 발견한 가게는 스태블러입니다. 시모키타의 상징과도 같은 빈티지 의류로 내부를 채웠어요. 그런데 메인 메뉴는 옷이 아닌, 고기 샌드위치입니다. 스테이크를 세 겹이나 쌓아 두께감을 자랑하죠.

서서 먹는 선술집도 있어요. 이름이 재밌습니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일어서면 천국입니다立てば天国.’ 작은 접시에 한입 요리와 각종 지역 술을 맛 볼 수 있답니다.
바리스타가 일대일로 붙어 원두를 추천하고, 고객이 로스팅과 추출까지 체험 가능한 카페, 오가와 커피 실험실도 있습니다.
정통 빈티지 숍도 보입니다. 포레스티에라는 가게는 오래된 명품만 파는 곳입니다. 리로드에만 있는 곳이죠. ‘올드 에르메스’, ‘올드 구찌’ 같은 빈티지 제품을 시즌에 따라 큐레이션 합니다.
꽃 가게, 이발소나 요가 스튜디오는 주민들도 즐겨 찾아요.
리로드를 주로 찾는 건 2030 여성들입니다. 쇼핑도 하고, 색다른 음식을 먹곤 하죠. 외국인 역시 적잖아요.
마침 2022년 10월 영국 매거진 타임아웃이, 그해 세계에서 가장 멋진 지역 10곳 중 7번째로 시모키타를 소개했거든요.
지역의 맥락을 담은 콘텐츠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곳 ‘리로드’. 기획자 세키구치가 말하는 공간 기획법을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왈츠 : 도쿄의 작은 카세트테이프 가게, 구찌가 인정한 트렌드 세터가 되다

도쿄 나카메구로는 서울로 치면 ‘홍대입구’ 쯤 되는 동네입니다. 소란스러운 거리에서 주택가로 15분 정도 걷다 보면, 한적한 골목길에 음반 가게가 하나 보여요. 물류창고를 개조한 바닐라색 건물에 큼지막하게 통유리가 나있죠.
안에는 카세트테이프와 바이닐 레코드판 수백장이 진열돼 있습니다. 대부분 20~30년 전에 출시된 테이프에요.
메모지에는 이런 경고 문구가 적혀 있어요. ‘테이프가 늘어나 음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니, 제품 하나에 약 2만원에서 10만원인데 불량 위험이 있다뇨.
그런데도 발길을 돌리기 아쉬워요. 희귀한 앨범 자켓이 가득하거든요. 라디오헤드, 너바나, 토니 베넷같은 아티스트의 음반들이요. 지금은 단종돼 CD로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죠.
구찌가 ‘영감을 받은 장소’로 소개하고, 일본 아티스트들이 카세트 테이프 제작을 의뢰하러 오는, 이곳은 ‘왈츠Waltz’입니다.

왈츠를 만든 츠노다 타로는 일부러 도심에서 떨어진 골목에 매장을 냈어요. 자동차 경적, 사람들의 발소리 같은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방문객이 온전히 음반을 고르는 데 집중하도록 했죠.
“누구나 쉽게 찾는 곳이 아니길 바랐어요.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과, 음악을 좋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은 경험의 농도가 다르거든요.
열심히 찾아 온 사람이 음반을 집중해 고르기에도 좋은 환경이어야 했고요.”
_츠노다 타로 왈츠 점장, 2019년 IT미디어 인터뷰에서
매장 전면에 통유리창을 넓게 낸 것도 전략이에요. 낮엔 채광이 넓게 들어오고, 밤엔 노란색 조명이 멀리까지 퍼집니다. 형광등에 의존하는 지하 레코드숍과 차별화를 둔 거예요. 모든 카세트테이프에 채광이 깃들도록 했죠.

매장을 나무 가구로만 채운 것도 그래서입니다. 진열대부터 카운터 매대까지 전부요. 채광과 가장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츠노다는 확신했어요.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들어가고 싶은 가게’를 만든다고.
공간 한가운데를 꽉 채운 직사각형 책상도 인상 깊어요. 마치 ‘카세트테이프 전시실’같은 느낌을 줍니다. 모든 카세트테이프가 일정한 간격으로 띄워져 있어요. 카세트 옆엔 제목과 아티스트, 추천 이유가 적힌 메모지가 붙어있죠.
츠노다가 도쿄의 음반 가게를 돌며 깨달았거든요. ‘테이프가 바구니에 모여있으면 싸구려 물건처럼 보인다’는 걸요. 헌 테이프를 묶음으로 파는 게 보통이었거든요.
“보통 헌 물건을 산다고 하면, 허름한 진열대 위에 정돈되지 않은 제품이 무더기로 놓인 걸 상상해요. 헌 책방이나 중고 레코드 가게가 그렇죠.
왈츠는 달라야 했어요. 매장 테이블 위에 카세트와 여백을 5:5 비율로 놓아봤어요. 캡션까지 붙이니 싸구려 제품이 아니라 ‘아트’처럼 보이더군요.”
_츠노다 타로 왈츠 점장, 2019년 IT미디어 인터뷰에서
왈츠는 공간뿐 아니라 판매 전략도 남달랐습니다. 입문자부타 마니아까지, 츠노다가 직접 맞춤형 음반을 추천해주거든요.
자세한 판매 전략, 그리고 구찌 플레이스가 왈츠를 주목한 결정적인 이유까지.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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