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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 : 침대 없는 광고, 힙hip함이 매출까지 올렸을까


롱블랙 프렌즈 L 

청담동에 그로서리 스토어 다녀왔어. 뭐 샀냐고? 폰케이스랑 볼펜이랑 수세미. 이렇게 얘기하니까 어디 다녀왔는지 알겠지? 맞아, 2월에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시몬스 힙한 건 인정이야. 글쎄, 매장에 침대는 그림자도 없더라. 유럽 정육점 컨셉 인테리어에 삼겹살 모양 수세미, 조각 케이크 곽에는 그물 가방… 그 굿즈들 사려고 줄 선 걸 보니 저절로 감탄사 나오더라고. 와우, 브랜딩 끝내주네.

문득 궁금하더라. 우리가 “시몬스 잘 하네” 한 지가 벌써 몇년 됐잖아? 그런데 진짜 잘하는 거 맞아? 그래서 최정우 대표와 파헤쳐봤어. 시몬스의 회계장부도 핫한지 말이야.


최정우 뷰티앤케이 대표, 회계사

2018년에 경기 이천시에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가 들어설 때만 해도 “괜찮다” 정도였거든. 그 즈음부터 TV CF도 보통 감각이 아니다, 싶었고. 2020년 성수동에 연 공장 컨셉의 팝업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가 대박을 치더니, 최근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까지. 이 정도면 넘사벽 브랜딩이지.

대세 브랜드가 된 시몬스. 그런데 사업 감각도 탁월할까? 회계 장부를 열어봤어. 우선 알아둘 게 있어. 시몬스의 2021년 사업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 최근 3~4년의 추세를 분석해줄게. 4월쯤 시몬스의 2021년 장부가 공개될 때, 관전 포인트를 알게 될 거야!

Chapter 1.
매출로 에이스 추격하는 시몬스, 왜 영업이익은?

침대 마케팅의 원조는 사실 에이스침대지. 내 세대가 아니어도 이 카피는 다 알 거야.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1993년, 이 카피 하나로 에이스는 부동의 매트리스 시장 1위 브랜드가 돼. 최근에 공개한 2021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스침대는 3454억원의 매출을 올렸어. 전년(2890억원) 대비 19.5% 증가한 수치야.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매트리스 시장에서 절대적 1위야.

이 뒤를 바짝 따라붙는 게 시몬스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1년 매출액은 3000억원대 초반이 될 걸로 업계는 추산해. 지난해 기준으론 아직 에이스침대 매출을 앞서지 못한 거지. 그런데 2022년은 알 수 없다는 전망이야. 최근 2년 매출 성장세는 시몬스가 더 좋거든. 

2019년만 해도 시몬스 매출액은 2037억원에 불과했어. 2년 만에 1000억원 정도 매출이 뛴 거지. 에이스침대의 2019년 매출은 2774억원, 최근 2년 매출 증가액은 약 680억원이고 말이야.

왜 자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를 비교하냐고? 크,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 일단은 에이스침대가 업계 1위, 시몬스가 바짝 뒤를 따라붙는 2위이기도 하고. 또다른 이유는, 에이스침대 안성호 대표와 시몬스 안정호 대표는 친형제 간이거든.

에이스침대는 1963년 창업자 안유수 회장이 금호동에서 연 천막 공장에서 출발했어. 미군 잡역부로 일하던 안 회장은, 미군 부대에서 처음 침대를 보고선 침대 사업에 뛰어들었대. 손으로 스프링을 감고, 나무를 깎아 매트리스를 만든 걸로 유명하지.

안 회장은 1993년 미국 시몬스 본사에서 한국 법인 상표권을 인수해. 2001년에 시몬스를 차남인 안정호 대표에게, 2002년 에이스를 장남인 안성호 대표에게 물려줬어. 형제가 1, 2위 브랜드를 운영하며 침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서 독과점 논란이 일기도 했지.

영업이익률 5%에 불과한 시몬스, 왜

그런데 형제가 운영하는 두 침대 브랜드는 최근에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걸로 보여. 브랜드 마케팅부터 유통 구조까지 완전히 다르거든. 

이 차이는 재무제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결과적으로만 보자. 시몬스가 에이스의 매출액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했지? 그런데 영업이익은 아니야. 시몬스 영업이익은 2020년 기준 147억원. 같은해 에이스침대의 영업이익(503억원)에 한참 못 미쳐. 영업이익률도 에이스침대 17.4%, 시몬스 5.4%로 크게 차이나지.

2020년만 그런 것도 아니야. 에이스침대의 영업이익이 2017년 314억원대에서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동안, 시몬스의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150억원을 넘어선 적이 없거든.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비슷한 매출액의 두 침대 회사. 그런데 영업이익은 왜 이렇게 차이나는 걸까. 시몬스가 뭔가 단단히 잘못하고 있는 걸까. 분석해보니 이유가 있었어. 

시몬스는 152년 역사의 미국 브랜드다. 하지만 에이스침대가 1993년 미국 브랜드의 한국 법인 상표권을 완전히 인수하면서 독자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시몬스


Chapter 2.
광고 맛집의 비결, 장부에 드러날까

롱블랙 피플은 언제 ‘시몬스 힙하네’하고 생각했어? 난 2018년 경기 이천시에 시몬스 테라스가 들어섰을 때. 우리나라 가구 브랜드치고 고급스러운 복합 문화공간을 꾸몄네, 하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생각해 봐. 그런 공간이 어느날 짠, 하고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 아냐. 

내가 알아보니 실제로 시몬스가 바뀌기 시작한 건 2015년이더라고. 이때 무슨 일이 생겼냐고? 시몬스가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어. 그리고 디자이너들과 브랜드·콘텐츠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시작하지. 미국 제냐 본사 출신의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인 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도 이 무렵 입사했고 말이야.

취재를 종합해보면 2001년부터 시몬스를 이끌어 온 안정호 대표의 2015년 당시 고민은 이랬던 것 같아.

‘시몬스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다. 기능을 강조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경험이 부족한 유통 매장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없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부터 유통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

사실 그 전에 시몬스는 뭘로 유명했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잖아. 기능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지. 모두 알겠지만 럭셔리 브랜드는 기능을 강조하지 않아. 우리가 물건이 많이 들어가서 샤넬 백을 사는 게 아니잖아.

영입된 전문가들은 2016년부터 시몬스를 조금씩 바꿔가기 시작했어. 우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바꿨지.

시몬스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세 가지로 나눴대.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비쥬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 

이 중 비쥬얼 커뮤니케이션이 우리가 보는 광고·마케팅 콘텐츠에 해당해. 언제인가부터 TV 틀면 시몬스 광고가 젤 힙하게 느껴졌잖아? 2016년부터 디자인·브랜딩 전문가들이 들어오면서 광고의 ‘깔’을 바꾼 거지.

‘크리에이터 그룹’으로 불리는 디자인 스튜디오 인력이 이 작업을 주도해. 지금도 10여명의 디자이너가 이 스튜디오에 소속돼 있는데, 프로젝트에 따라 스튜디오 인원은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해 최대 50명까지로 유연하게 움직인대. 

2017년 혼네Honne 음악이 배경에 깔리면서 화제가 된 TV CF부터 2019년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시리즈, 올해 1월에 나온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 시리즈까지. 시몬스의 콘텐츠 대박 행렬이 이때부터 시작됐지. 특히 OSV 캠페인은 1월에 유튜브에 오픈한 뒤 한달도 안 돼 조회수 2000만 뷰를 넘었어. 2월 첫째주 동안 TV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말이야.
*멍 때리기를 주제로, 볼수록 무의식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영상. 시몬스 측은 1960년대 히피 운동이 강조한 ‘멘탈 헬스Mental Health’에서 영감을 받아 비디오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대박 캠페인을 많이 했으니 광고선전비를 꽤 많이 썼을 것 같지? 그런데 아니더라고. 나도 놀랐어. 장부를 보면 시몬스의 광고선전비는 2017년 253억원에서 2020년 266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어. 서울영상광고제 은상을 수상한 2019년엔 오히려 광고선전비가 215억원으로 확 줄었고 말이야. 어떻게 된 걸까. 

“광고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1년 12달 내내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1년에 딱 5달, 성수기를 겨냥해서 광고를 세게 하고 사라집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기억할만한 강렬한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또 하나의 팁은 반스텝 빠르게 광고하는 거예요. 보통 가구 브랜드들이 혼수철을 맞아 3월에 광고를 많이 해요. 저희는 2월부터 광고합니다. 더 빨리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위해서죠.”
_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시몬스가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광고선전비 대신 크게 늘린 지출이 있어. 바로 인건비야.

시몬스의 장부에서 2017년 이후 급여 현황을 볼까? 2017년만 해도 한해 급여가 108억원대에 불과했는데, 2020년 294억원의 급여를 지출했어. 3년 사이에 3배로 급여가 뛴 거야. 업계 1위 에이스침대의 2020년 급여액은 171억원에 불과한데 말이야. 시몬스가 어마어마하게 사람에 돈을 쏟고 있는 거야.

도대체 왜 이렇게 급여가 많이 는 걸까. 브랜드와 유통을 확 바꾸기 위해서 젊은 직원들을 대거 뽑기 시작했다고 해. 시몬스는 현재 임직원이 600여명인데 이 중 200명이 최근 2년 사이에 들어왔을 정도야. 업력이 수십년 된 회사인데, 임직원 평균 연령이 34세로 젊지.

시몬스가 2019년 전개한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캠페인. 미국의 유명 아트디렉터 듀오 ‘싱싱 스튜디오’와 함께 제작했다. ⓒ시몬스

굿즈 맛집 팝업스토어, 실제 투입 비용은

화제가 된 시몬스의 공간들은 대부분 이런 MZ 직원들의 감각으로 채워져. 시몬스 테라스와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등 말이야.

“모든 직원들이 시몬스의 브랜드 포지셔닝과 소셜 트렌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게 전제가 되면 나머지 디테일들은 모두 MZ 세대 직원들의 감각에 맡깁니다. 그래서 화제가 되는 공간들이 나올 수 있었어요.”
_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그럼 이런 팝업 스토어 관련 비용은 재무제표 중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고민을 하면서 알게 됐는데, 시몬스의 공간 이벤트들은 대부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대. 

예를 들어 2020년에 시몬스 창립 150주년을 맞아 성수동에서 연 하드웨어 스토어 있지. 3개월 동안 팝업을 연 비용이 채 1억원이 들지 않았다고 해. 공간 임대료는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았고, 굿즈 개발 비용은 굿즈 매출로 충당이 된대. 지난 2월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시몬스 부스가 화제가 됐거든. 이 페어에 시몬스가 쓴 돈도 0원이었대. 리빙페어 부스 비용만큼 굿즈와 침대가 팔린 거지.

지난 2월 중순에 청담동에서 연 그로서리 스토어도 마찬가지야. 이 팝업 스토어는 한달 만에 1만8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면서 굿즈 매출만 1억원 가까이 올렸어.

시몬스는 굿즈 매출을 올리려고 팝업 스토어를 하는 걸까. 물론 아니야. 엄연히 비용을 충당하는 정도지, 굿즈로 큰 돈을 벌 순 없으니까. 시몬스는 애착을 통해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 팝업을 연대. 누구나 제품을 사면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생기잖아. 그런데 침대는 자주 사는 제품이 아니지. 애착이 생기기 어려워. 소비자들에게 작은 물건을 계속 사게끔 해서,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심어준다는 거야.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은 건축·인테리어를 잘하는 것과 달라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전시와 굿즈를 계속 바꾸면서 소비자들이 시몬스가 창조하는 문화를 소비하게끔 합니다.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고, 그걸 통해서 제품을 소비하게 돼요. 제품을 소비하면 애착이 생기죠. 그게 팬덤을 만드는 순서예요.”
_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 롱블랙 인터뷰 중에서

시몬스가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맞아 2020년 4월 성수동에서 3개월 동안 열었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굿즈 매출 덕분에 실제 투입 비용은 채 1억원이 되지 않았다. ⓒ시몬스


Chapter 3.
250개 매장을 140개로, 유통망 정비 실험 통할까

광고선전비도, 팝업 스토어 운영비도 크게 쓰지 않는 시몬스. 인건비만으로는 시몬스의 영업이익이 왜 낮은지가 다 설명되지 않지. 살펴보니 2017년 이후 크게 치솟은 비용이 두 가지 있더라고. 바로 임차료와 감각상각비야. 둘 다 시몬스의 판매망 정비에 따른 비용이었어.

시몬스의 임차료는 2017년만 해도 한해 20억원에 불과했어. 그런데 2020년에 84억원으로 빠르게 치솟아. 감가상각비도 마찬가지야. 2017년 12억원대였던 감가상각비는 2020년 62억원대로까지 늘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앞서 얘기했지. 시몬스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고 싶어했다고. 그래서 바꾼 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말고 또 있어. 바로 유통이야. 

국내 가구 브랜드는 대부분 대리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팔아. 대리점주들이 가구단지 등에 매장을 열면,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물건을 납품하지. 어디에 매장을 열지, 인테리어에 얼마를 투자할지를 대리점주가 결정해. 판매 방식이나 최종 할인 폭도 대리점주의 재량에 따라 조금씩 바뀌곤 하지. 그러니 브랜드 경험을 일관되게 전달하기가 어려워. 

생각해 봐. 럭셔리 브랜드들은 모두 매장을 직영으로 내잖아. 바로 이런 한계 때문이야. 시몬스는 2017년부터 유통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해. 대리점을 없애고 모든 매장을 직영 또는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하지. 

직영 매장은 알겠는데, 위탁 매장은 뭐냐고? 본사가 직접 대리점을 빌리고 인테리어를 해. 제품도 본사 돈으로 들여놓지. 매장을 운영할 사람을 찾아 운영만 맡기는 거야. 운영자가 판매 수익의 일부를 나눠 가져. 매장의 입지와 인테리어, 운영 방식을 본사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대리점과 다른 점이야.

시몬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해. 영세 대리점을 확 줄이고 중요 상권에 위탁 매장 ‘시몬스 맨션’을 주로 낸 거지. 대부분의 가구 거리에서 매장을 뺐어. 대신 삼성·LG의 가전 매장과 수입차 전시장이 밀집한 지역을 택했어. 2017년 이후 3년 동안 장부 상의 임차료가 4배로, 감가상각비가 5배로 치솟은 건 모두 매장 투자 비용이야. 인테리어에 투자된 돈은 조금씩 가치가 사라져서 감가상각비에 포함되는 것, 알고 있지?

시몬스의 매장 수는 2018년 250여개에서 2020년 150여개로 확 줄었어. 이 기간 시몬스 매출액이 700억원 이상 늘어난 거 기억해? 점당 효율은 엄청 좋아진 거지. 매장 당 연간 매출액은 2018년 약 7억9000만원에서 2020년 약 18억1000만원, 두배 이상으로 늘었어. 2022년 초 기준 시몬스 매장은 전국에 140개라고 해.

에이스침대는 시몬스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어. 에이스침대의 판매는 대부분 대리점 또는 ‘에이스 스퀘어’라고 하는 본사 직영점에서 일어나. 그런데 매장을 빌리지는 않아. 에이스 스퀘어는 대부분 에이스침대가 소유한 부동산에 열거든. 그러다보니 에이스는 장부 상 임차료가 제로에 가까워. 매출 3400억원이 넘는 회사의 2021년 임차료가 2억5572만원에 불과하거든.

완전히 다른 두 회사의 유통 방식. 일단 현재로선 에이스침대의 방식이 실속이 있는 건 확실해. 매장에 대한 투자를 본사가 맡을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만큼 위험도도 낮지. 장기적인 매장 투자를 통해 브랜드 프리미엄을 얻겠다는 시몬스의 전략이 과연 먹혀들지, 궁금해지네.

시몬스는 2017년 이후 대리점을 없애고 직영·위탁점만 운영한다. 2021년 경기 의왕시 롯데 타임빌라스에 입점한 시몬스 매장. ⓒ시몬스


Chapter 4.
유통 혁신 끝난 시몬스, 2022년 장부는 달라질까

아직 시몬스의 2021년 장부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2022년도 한 분기가 지나갔어. 시몬스 측은 2022년 실적에 자신있다는 입장이야. 유통 혁신에 대한 투자가 끝났기 때문에, 올해 영업이익률은 크게 좋아질 거란 기대가 있다는 거야. 브랜드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매출은 더 가파르게 오를 거라고 자신하고 있고 말이야.

그냥 자신감은 아닌 것 같아. 최근 새로 연 백화점들에선 사실 시몬스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긴 해. 2021년 2월 여의도에서 오픈한 더현대 서울, 2021년 8월에 연 대전 신세계 엑스포점과 롯데백화점 동탄점. 이들 매장에서 다 시몬스가 가구 브랜드 첫달 매출 1위를 했거든.

난 시몬스 장부를 뒤지면서 다른 생각을 했어. 내가 진짜 잘한다고 생각했던 시몬스의 브랜딩 활동들 말이야. 엄청난 화제가 된 광고 캠페인이나, SNS에 엄청 바이럴되고 있는 팝업 스토어 같은 거. 이런 것들이 사실 장부 상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구나, 하는 걸 느꼈어. 한마디로 말하면 꼭 돈이 많아야 힙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란 걸 배웠달까.

그럼 힙한 마케팅을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일단 시대를 잘 읽어야 한대. ‘멘탈 헬스’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시리즈처럼 말이야. 시대의 요구가 잘 반영된 마케팅을 하면 저절로 소문이 난다는 거지. 

그리고 해야 할 것보다 하지 않을 것들을 정하고, 그 외엔 젊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 

“예를 들어 시몬스가 150주년 기념으로 하드웨어 스토어 프로젝트를 벌일 때가 그랬어요. 우리 150주년 기념으로 세 가지만 하지 말자고 했죠. 첫번째, 샴페인. 두번째, 갈라 디너. 세번째, 기념 출판회.

하지 않을 것만 정하고 나면 나머진 자유예요. MZ세대의 디자인 스튜디오 크루들이 알아서 내부를 채워요. 해도 된다, 안 된다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까 삼겹살 모양 수세미가 나오더라고요.”
_김성준 브랜드전략부문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2022년엔 과연 시몬스가 이 대세감으로 ‘형님 브랜드’를 제칠지 궁금해지네. 우리 한 가지만 꼭 기억하자. 대세감은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거 말이야.

지난 2월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한달 만에 1만8000명의 소비자가 다녀간 명소가 됐다. ⓒ시몬스


롱블랙 프렌즈 L

시몬스 영업이익률이 낮다고 해서, 역시 광고에 돈 좀 쓰나 했더니 아니었어! 브랜드 경험 관리를 위해서 유통 매장을 확 바꾸고 있었구나. 광고가 바뀌면 눈에 확 띄지만 유통점 변화는 서서히 눈에 띄지. 4월에 공개될 시몬스 장부가 기대되는 걸. 

오늘 노트 요약해볼게. 

1. 침대 업계 2위인 시몬스는 1위 에이스침대의 매출액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 그런데 영업이익률은 5%대로 에이스침대의 3분의 1도 되지 않아.
2. 힙한 광고와 팝업스토어로 유명한 시몬스지만, 광고선전비는 최근 4년 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 팝업스토어는 굿즈 매출로 투입 비용이 제로에 가깝고 말이야. 최근 2년 간 젊은 직원 200여명을 뽑으면서 인건비가 크게 오르긴 했지.
3. 시몬스가 가장 큰 비용을 투자한 부분은 바로 유통망 혁신이야. 대리점을 없애고 모든 매장을 직영·위탁점으로 바꾸면서 임차료와 감가상각비가 크게 늘었어. 이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야.
4. 유통 부문 투자가 거의 끝난 만큼, 2022년 실적은 크게 개선될 거라는 게 시몬스 측의 기대야. 

시몬스, 과연 브랜드만큼이나 장부도 힙해질까? 롱블랙 피플, 시몬스와 에이스침대의 유통 전략을 어떻게 보고 있어? 여러분은 둘 중 어떤 회사가 좋은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해? 슬랙 커뮤니티에서 얘기해보자!

위드 롱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