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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일에 확신이 없다면, 사회 초년생이 읽어봐야 할 책 세 권

직장 동료가 고민 상담을 해왔습니다. 요약하면 “나는 멋진 일을 할 사람인데, 지금 하는 일은 재미없고 시시하다”는 거였죠. 또 누군가는 본인의 일을 너무 사랑하지만 주변에서 걱정하기도 해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The Good Enough Job, 일의 철학. 직장인으로서 첫 걸음을 내딛은 사회 초년생, 혹은 본인의 일에 대해 고민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세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다.

ⓒ사계절


도대체 일이란 무엇일까. 일의 의미는 뭘까?

그 답을 책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 찾았어요. 저자는 일본 구마모토현립극장 관장인 강상중 교수에요.

강상중 교수가 결론 낸 일의 정의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에요. ‘당신을 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합니다’라는 증서, 혹은 ‘여기를 출입해도 좋아요’라는 프리패스와 같은 것이죠.

이런 그의 생각은 출신 배경과 관계가 있어요. 재일 한국인인 강 교수의 부모는 자이니치 커뮤니티의 보호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보통의 일본 사람들처럼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어했죠. 그들은 나름의 직업으로 폐품 팔이를 택했어요.

강 교수는 그런 부모가 부끄럽지 않았대요. 오히려 동아줄 하나도 허투루 묶지 않는 부모의 노동을 지켜보며 아름답다고까지 생각했죠. 그건 부모가 성실하게 노력해 일본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따낸 것이었으니까요.

“빈말로도 결코 깨끗하다고 할 수 없는 일을 자식들을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땀을 줄줄 흘리며 해내는 부모님의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았으니 동아줄 묶는 모습 하나에서도 숙련된 손길을 느꼈으며, 거기에 일말의 아름다움까지 깃들어 있다고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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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사람은 왜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어린 시절 자신의 생각이, 의외로 올바른 답이었음을 나중에 깨달아요. 예를 들어 그는 공항에 갈 때마다 구두를 닦는데, 구두 닦는 분의 솜씨를 보고 10여 분간 넋을 잃고는 한다는 거죠. 회사를 은퇴하고 그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분 나름의 어떤 내적 동기를 갖고 일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요.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일이란 돈 버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와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때문에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실직한 이들은 존엄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사회적 입장권의 상실, 즉 나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좌절일 거예요. 

이렇게 사람은 먼저 사회에 내가 앉을 자리를 만들고자 해요. 하지만 일단 자리가 완성되면, 이제는 거기에 있는 모두와 동일하지 않는 ‘나만의 개성’을 세우고 싶어 합니다. ‘입장권’과 ‘나다움’은 일의 한 세트인 거죠.

여기에서 ‘일의 어려움’이 생겨나요. 단지 입장권을 얻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상관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을 통해서 ‘나다움’도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이죠. 

많은 사람이 일을 구할 때 망설이는 이유도 ‘나다움’ 때문이에요. 일이 곧 나라고 생각하니, 너무 신중해지는 바람에 일할 기회를 놓치기도 해요. 그럼 결과적으로 나다움을 발휘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요.

세상에는 의외로 일을 시작해 보고 나서야 비로소 천직임을 깨닫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어요. 강 교수 본인이 그랬다고 해요. 그가 처음부터 정치학자를 목표로 했던 건 아니에요.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도 대단한 학문적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죠.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재일 한국인이란 이유로 그 어떤 기업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차선책이었지만, 정치학자가 되고 점차 예상하지 못했던 길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해요. 진심으로 학자로서의 삶을 사랑하게 됐고요.

“‘그냥 한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도 일단 공식적인 무대에 입장하면 당연하게도 다양한 제3자와의 만남과 접촉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예전에는 몰랐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일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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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삶의 전부가 아닌 일부다

ⓒSimone Stolzoff


그럼 우린 어떻게 일해야 할까요. 

『The Good Enough Job』의 저자 시몬 스툴조프는 삶의 의미와 개인의 정체성을, 오직 직업에서만 찾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요.

직업에서 삶의 모든 의미를 찾을수록, 기대도 커질 겁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겠죠. 직업에서 의미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언제나 엄청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함정에 빠지는 것 같아요. 마치 산 정상에 오르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죠. 직업이 인생에 초월적인 의미를 줄 수 있다고 기대할 때, 실망은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시몬은 직업을 삶의 전부가 아닌 ‘일부’로 생각하라고 해요. 직업이 아닌 삶이 중심이 되도록 말이죠. 

“직업을 내 삶의 중심에 두고, 나머지 인생이 그 주위를 돌고 있다고 생각하기를 멈춰 보세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이며, 경력이나 직업이 그 삶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일은 ‘경제적 계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하죠. 

“직업은 무엇보다도 경제적 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시간, 에너지를 월급과 교환하는 방법이죠. 물론 그 이상일 수도 있어요. 관심사와 이어지고, 친구를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죠. 하지만 직업은 ‘거래’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워키즘'. 종교인이 신앙에서 의미를 찾듯, 워커홀릭들은 일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단어죠. 시몬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요.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숭배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결국 자신을 잡아먹는다. 아름다움을 숭배하면 자신이 항상 못생긴 것처럼 느껴지고, 돈을 숭배하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버티는 사람이 뜨거운 사람을 이긴다

ⓒ갤리온


그럼에도 유독 길게 느껴지는 하루하루가 있죠. 직장에 몰입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면 “상사가, 직장이, 클라이언트가, 일이 지겹다”면서 투덜대곤 하죠. 모든 열정이 빠져나가 인생이 나날이 시시해지는 기분이 들 때, 어떻게 일에서 의미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나쁜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면, 항상 ‘최악인지, 별로인지’부터 구별해야 해요. 

“만약 당신이 직장에서 혹사당하거나 차별받거나 아니면 법에 어긋나는 일을 강요받는다면, 무조건 비상구를 향해 내달려라. 그런 일을 참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반대로 단지 재미가 없고 무난한 수준의 별로인 상황이라면, 혹은 직장문화가 형편없는 회사라면 버티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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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직장은 빠른 퇴사가 최고이지만, 별로인 직장은 최대한 버티면서 성장 기회로 삼는 편이 더 나아요. 앤절라 더크워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수가 주장하듯, 그릿grit, 즉 버티는 힘은 우리 일과 삶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죠. 버티는 힘이 있는 사람만이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어요.

이때 ‘버틴다’는 말의 뜻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부당함을 무작정 참는 일과는 달라요. 무엇보다 남 탓을 하면서 ‘해결책 없는 투덜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나는 멍청해” “나는 소심해” “나는 게을러” 같은 자기 부정적인 이야기를 퍼뜨리는 염세주의자가 되는 것도 피해야 해요. 버틴다는 것은, 곧 학습과 배움에 초점을 두고,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겁니다. 

반복하지만 현실주의자가 되세요. 버티는 힘이 있다면 아무리 지루하고 시시한 일터라도, 어떻게든 흥미로운 인생 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어요. 저자들은 말해요.

“호기심과 관심을 키우고, 한 분야와 주제의 대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며, 자신보다 더 위대한 무언가를 목적으로 정하고, 희망을 잃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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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도 있어요. 예술처럼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죠. 시인이나 화가의 업무 만족도는, 대부분 내적 만족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상황이나, 시스템 등에 의존적이에요. 당신의 열정을 끌어내는 일터나, 상사, 동료를 만날 확률은 별로 높지 않아요. 처음부터 내게 딱 맞는 일을 만날 가망성도 크게 높지 않아요. 

열정도 생겨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요.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대부분 몇 년을 견디면서 일을 경험하고,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은 후에야 알 수 있어요. 3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일이 편안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성공에는 열정이 필요하지만, 열정은 끈질기게 버티면서 시간을 쌓아 이룩하는 거예요. 언제나 성공엔 열정보다 끈기가 더 중요해요. 버티는 사람이 뜨거운 사람을 이겨요.

일에서 행복을 찾고 싶다면 무엇보다 철학이 중요해요. 낭만적 직업관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출발하면서, 대안을 탐색하고 실천하는 현실주의자가 되세요. 그래야 비로소 중요한 일을 성취할 수 있어요.

“당신의 인생 설계는 평생 끝나지 않는다. 인생은 절대로 완벽해지지 않을 테니. 하지만 그래도 인생은 훌륭하다. 때로는 매우 훌륭하다. 우리가 확신하는 진리는 하나다.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만 버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삶에 몰입하지 않기에는 삶이 무척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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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해준 책들이 여러분의 직장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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