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런던 : 도시인에 자유를 선물한 영국 자전거, 패션이 되다

이 노트는 브롬톤 런던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위드롱블랙을 더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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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B 

봄이 오고 일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자전거로 회사를 오가고 있거든요. 혜화동 집에서 을지로입구역 회사까지 자전거로 약 20분. 지하철을 탈 땐 몰랐던,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있어요. 

창경궁 길을 지날 때 그랬습니다. 담벼락의 이끼 낀 돌, 길가의 연녹색 은행나무, 열린 궁궐 문 사이로 빛나던 진분홍색 홍매화 나무.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주면 볼 수 없는 풍경일 테니까요.

자전거 위에선, 행인들의 표정도 더 생생하더군요. 청계천을 달리다 강아지와 걷는 아주머니를 마주쳤어요. 제가 속도를 줄이자, 입가의 미소로 인사하셨죠.

한참 바람을 느꼈습니다. 때론 페달을 힘차게 밟고, 때론 발을 떼면서요.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죠.

자전거를 더 자주 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편한 옷도 사고 싶었죠. 검색하다 흥미로운 소식을 발견했어요. 영국의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Brompton이 의류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겁니다. 2023년 7월에 탄생한 ‘브롬톤 런던Brompton London’이에요.

자전거 브랜드의 옷이라니. 얼핏 몸에 붙는 사이클복을 떠올렸는데, 전혀 아니에요. 편안한 니트 가디건과 단정한 데님 재킷, 체크 셔츠… 사무실에서 입어도 딱 좋을 느낌입니다. 

아이보리와 베이지, 차분한 초록과 오렌지의 색감이 기억에 남더군요.

이 패션 브랜드,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론칭했습니다. 영국 브롬톤 본사가 더네이쳐홀딩스The Nature Holdings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거든요.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마크곤잘레스를 잇달아 성공시킨 패션 회사입니다.

두 회사는 어떻게 손을 잡게 됐을까요. 왜 사이클복이 아닌, 일상복을 만든 걸까요.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어요. 브롬톤 런던 팝업스토어 오픈을 맞아,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의 CEO 윌 버틀러 애덤스Will Butler-Adams 회장이 한국을 찾은 겁니다. 덕분에 윌 회장과 브롬톤 런던의 한은주 디자인실장을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Chapter 1.
자연을 사랑한 모험가, 브롬톤을 만나다

“헬로오우Hello!” 영국 억양의 첫인사는 톤이 높고 경쾌했어요. 서울 성수동 골목으로 자전거를 탄 키 큰 남자가 들어섰습니다. 갈색 곱슬머리에 푸른 눈, 웃는 입매가 시원한 윌 버틀러 애덤스 회장이었어요.

4월 19일, 브롬톤 런던의 팝업스토어 오픈일. 윌 회장은 용산의 더네이쳐홀딩스 본사에서 자전거를 타고 성수동으로 넘어왔습니다. “25분밖에 안 걸렸다”며 활짝 웃더니, 타고 온 자전거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보였어요. 브롬톤이 얼마나 가벼운지 보여주겠다는 것처럼요.

윌은 2008년 대표직에 오른 이후 16년 동안 브롬톤을 이끌어 왔어요. 그와 브롬톤의 첫 만남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습니다.

윌은 모험을 사랑하는 공학도였어요. 영국 북부 교외에서 말, 닭과 어울려 자랐습니다. 열여덟엔 혈혈단신 스페인으로 떠났고, 스무 살엔 아마존을 8주 동안 탐험하기도 했대요. 원숭이와 뱀, 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요. 아르헨티나의 해발 7000미터 산 아콩카과Aconcagua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고요.

그가 브롬톤을 알게 된 건 2002년이었어요. 당시 윌은 화학 엔지니어로 일하다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준비하던 중이었죠. 한 버스 여행에서 윌은 옆자리 남자와 자전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브롬톤의 CEO였던 팀 기네스Tim Guinness였어요.

“제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묻더니, 딱 저 같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공학과 경영을 모두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요. 자전거를 만드는 작은 회사인데, 한번 공장으로 놀러 오라고 했죠.”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브롬톤이 궁금해진 윌. 창업자 앤드류 리치Andrew Ritchie를 만나러 런던의 브롬톤 공장을 찾아갑니다. 그가 살던 영국 북부의 미들즈브러Middlesbrough에서 네 시간 거리였죠. 

공장은 작고, 체계가 없었어요. 1975년 브랜드가 설립되고 27년이 지난 무렵이었는데도요. 당시 한 달 자전거 생산량은 겨우 60대. 모든 공정을 창업자 앤드류가 직접 지휘하고 있었죠.

작은 공장에 실망하려던 윌. 그러나 앤드류가 펼쳐 보인 자전거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정말 작게 접혀있던 자전거가 꽤 크게 펼쳐지는 걸 보고 놀랐어요. 몸체는 매끈하고, 바퀴는 조그마한 게 확실히 예쁘더군요. 처음엔 제게 너무 작은 게 아닌가 싶었어요. 전 190cm가 넘으니까요. 그런데 길에 나가 한번 자전거를 타보니… 와우, 너무 가볍고 민첩했어요. 이 일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윌은 MBA 진학 준비를 접고 브롬톤에 합류했어요. 공장은 작고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는 확신했대요. “이 일로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겠다”고요. 버스에서 시작된 대화가 그의 인생을 바꾼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제가 운이 좋았다고들 해요. 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행운이란 건, 우리 주변을 매일같이 지나가고 있어요. 손을 뻗어서 그걸 잡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에요. 위험을 감수하면서요. 

버스의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그의 열정에 반해서 네 시간 거리의 공장을 찾아가는 것, MBA 진학 대신 작은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 행운을 잡는다는 건 그런 거예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용기를 내서 쟁취해야 해요.”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팝업스토어 앞에서 한 손으로 자신의 브롬톤 자전거를 들어 보이는 윌 회장. 그는 지난 4월 19일 브롬톤 런던 팝업스토어 오픈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롱블랙

Chapter 2.
도시의 자유를 찾아 탄생한 자전거 

브롬톤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윌 회장은 “브롬톤을 타면 ‘도시의 자유Urban freedom’가 뭔지 알게 된다”고 말해요.

도시의 자유. 1975년 브롬톤이 탄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엔지니어 앤드류 리치는 런던의 출퇴근 길이 힘들어 이 자전거를 만들었거든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접어들 수 있고, 복잡한 도시를 누비기 좋게 아담하죠. 정장에도 어울리게 디자인은 미니멀하고요. 

특히 접는 방식이 혁신이었어요. 앤드류는 핸들 앞에 하나, 안장 쪽에 또 하나, 두 개의 경첩을 달았어요. 자전거 몸통 밑으로 두 바퀴가 모두 들어가는 거예요. 다 접으면 겨우 16인치 휠* 하나 크기죠.
*지름이 40.64cm인 바퀴

세상에서 가장 작게 접히는 자전거입니다. 접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 무게는 약 10kg이에요.

첫 시제품이 나오는 데만 1년이 걸렸습니다. 1200여 개의 자전거 부품 하나하나를 전부 직접 설계했거든요. 윌 회장은 앤드류 리치를 ‘완벽주의자perfectionist’라고 표현했어요.

“그런 완벽주의자는 본 적이 없어요. 트레이싱 페이퍼tracing paper*에 손으로 수천 장의 그림을 그려서 브롬톤을 만들었죠. 제가 합류하던 때까지도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고, 모든 공정과 제품을 다 컨트롤하고 있었어요.”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설계, 디자인에 사용되는 반투명 종이

브롬톤 자전거를 들고 있는 젊은 시절의 앤드류 리치와 초기 설계 도면. 런던 외곽의 브롬톤 성당의 종소리가 들리는 아파트에서 첫 브롬톤이 탄생했다. ⓒ브롬톤

브롬톤은 지금도 런던 그린포드Greenford 지역의 공장에서 조립됩니다. 부품의 70%를 자체 생산하고요. 547평의 공장 바로 위 2층이 브롬톤 본사죠. 50년 가까이 늘 같은 품질을 유지한 비결입니다.

2002년 합류한 윌 회장은 공장의 생산성을 올렸어요. 일부 공정을 자동화하고, 제작 매뉴얼도 정리하면서요. 완벽주의자인 앤드류가 이런 변화를 허락했을까요?

“앤드류에게 말하지 않고 일을 시작했어요. 물어보면 안 된다고 할 테니까요. 허락을 받는 대신, 일을 성공시켜 증명해 보였죠.”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윌 회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2008년 CEO가 됐어요. 그가 합류할 때 35명이던 직원은 이제 800명이 조금 넘습니다. 200만 파운드(약 34억원)가 채 되지 않던 연 매출은, 1억3000만 파운드(약 2225억원)로 늘었죠. 이제 110만 대의 브롬톤 자전거가 전 세계 도시를 달리고 있습니다.

브롬톤 자전거는 모두 런던 그린포드 본사에서 만들어진다. 부품의 70%를 자체 제작하며, 수십 년 동안 품질을 지켜오고 있다. ⓒ브롬톤

Chapter 3.
노팅힐을 달리며, 브롬톤 런던을 꿈꾸다

완벽주의자가 발명하고 모험가가 키워낸 브롬톤. 이 이야기를 옷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는, 한 통의 메일로 시작됐어요. 

윌 회장에게 메일을 보낸 이는 더네이쳐홀딩스의 박영준 대표. “브롬톤의 의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브롬톤 자전거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에요. 장인 정신이 담긴 하나의 명품입니다. 브롬톤 팀의 품질에 대한 집착, 브롬톤이 상징하는 자유와 도시적인 감각이 곧 패션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단단한 헤리티지가 있기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도 보였습니다.”
_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 롱블랙 서면 인터뷰에서

첫 번째 메일에는 답장하지 않았던 윌 회장. 두 번째 메일을 보고 더네이쳐홀딩스가 궁금해졌대요. 2022년, 박영준 대표는 윌 회장에게 말합니다. “런던에 직접 가겠다”고요. 

“전 갈수록 에드워드(박영준 대표의 영어 이름)가 궁금해졌어요. 저 역시 손을 뻗었기 때문에 행운을 잡을 수 있었잖아요. 위험을 감수하는 그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런던에 도착한 박 대표를 맞이한 건 자전거를 든 윌 회장이었어요. 그들은 기차를 타고 노팅힐Notting Hill에 내렸어요. 런던 중심부의 하이드 파크Hyde Park를 시원하게 달렸죠. 양복 차림으로요. 또 한 번의 영화 같은 만남이었죠. 

“정말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저녁이 되고, 공원 문이 그만 닫혀버린 거예요. 우리는 공원 담장 위로 자전거를 넘기고, 서로를 끌어올려 울타리를 넘었어요. 너무 웃긴 광경이었죠. 우리는 서로 편해졌고, 저녁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난 여전히 더네이쳐홀딩스를 잘 몰랐지만, 적어도 에드워드에 대해선 잘 알 수 있었어요.”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패션 기업의 이름이 ‘더네이쳐홀딩스’라는 것도 윌 회장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자연을 지킨다”는 뜻이잖아요. 대표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대왕고래Blue whale 로고를 보며 ‘이 회사라면 브롬톤과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대요.

“자전거를 타다 보면 늘 자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길가의 나무와 풀이 더 가까이 보이고 소중해지거든요. 브롬톤이 만드는 옷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브롬톤의 정신을 옷에 담아야 하니까요. 지속가능한 패션을 꿈꾸는 회사와 손잡고 싶었어요.”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브롬톤 런던 성수 팝업스토어 전경. 2023년 7월 브롬톤의 의류 브랜드 ‘브롬톤 런던’이 론칭됐다.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의 헤리티지와 감각을 패션으로 풀어냈다. ⓒ브롬톤 런던

Chapter 4.
자전거 타는 삶을 옷에 녹인다는 것

브롬톤의 정신을 옷에 담을 사람. 한은주 실장만큼 이 일에 어울리는 사람은 드물 거예요. 박영준 대표가 1년 동안, 브랜드 론칭을 미루면서 찾은 사람이죠.

한은주 실장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패션으로 확장해 본 경험이 있었어요. 이탈리아 여행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덕Mandarina Duck의 패션 라인을 2018년 론칭해 5년 동안 키웠거든요.

그는 “자전거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첫 직장인 삼성물산(구 제일모직)에서 빈폴의 진 캐주얼 브랜드 ‘빈폴 진’을 론칭하기도 했거든요.

브롬톤이 옷으로 탄생하는 걸 상상하며 그는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합니다.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삶을 옷으로 표현한다는 게 더 설렜다고 해요. 

“옷을 만들 땐 그 옷을 입을 사람들을 상상해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너무 멋지잖아요. 건강과 환경에 관심이 많을 테고, 브롬톤을 탄다면 섬세한 취향이 있을 테고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이미 좋은 생각과 행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_한은주 브롬톤 런던 디자인실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것. 이미지 스케치로 시작할 것 같지만, 사실은 키워드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2022년 8월, 아직 아무도 합류하지 않은 사무실에 혼자 앉아, 한은주 실장은 포스트잇에 단어를 적어 넣기 시작했어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일상을 떠올리며 키워드를 뽑았어요. 환경을 생각할 테니 아마도 텀블러를 들고 다닐 거고, 어디든 마음 내키면 멈춰 설 수 있으니, 동네의 작은 가게들에 관심이 많을 거예요. 건강에 관심이 많을 테니 직접 장을 보고, 자주 요리를 할 것 같고요.”
_한은주 브롬톤 런던 디자인실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한은주 실장의 컨셉 아이디어 보드. 그는 브롬톤 런던 론칭 준비 과정에서 키워드가 떠오를 때마다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찾아갔다. ⓒ한은주

페르소나의 일상을 떠올리면 구체적인 옷의 기능이 떠오르기도 했죠. ‘야간 라이딩 시 안전을 위해 빛을 반사할 것(reflective)’, ‘두 손이 자유로울 것(hands-free)’ 같은 메모가 붙어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키워드는 훨씬 추상적이에요. ‘여유’와 ‘자유’, ‘여행’ 같은 단어들이 보드를 수놓았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영국(British)’과 ‘헤리티지(heritage)’였어요.

“기능성 의류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중요한 건 두 가지였어요. 자유로운 일상이 녹아들 것, 영국의 헤리티지가 엿보일 것. 기능은 이 두 가지 요소를 도와줄 뿐이죠.”
_한은주 브롬톤 런던 디자인실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영국의 무드를 어떻게 녹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한은주 실장은 매년 한 차례 열리는 브롬톤 월드 챔피언십(BWC) 행사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브롬토너들이 모여 라이딩을 즐기는 이 행사에선, 독특하게도 참석자 대부분이 블레이저를 입고 자전거를 타요. 깃이 없는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거의 없죠.

“처음엔 ‘왜 이렇게 멋을 내고 자전거를 타지’ 생각했어요. 생각해 보니 이게 런던 도심에서 쉽게 마주치는 풍경이겠더라고요. 브롬톤은 시티 라이프를 좀 더 자유롭게, 편리하게, 멋지게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요. 그걸 생각하니 어떻게 브랜드에 런던 풍경을 녹여 넣을지가 떠올랐어요.”
_한은주 브롬톤 런던 디자인실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라펠이 달린 블레이저 ‘바이크 재킷’은 가장 브롬톤스러운 옷 중 하나입니다. 비즈니스 미팅에 어울릴 정도로 단정하지만, 기능성 원단이라 신축성이 있어요. 바람이 불면 단추로 라펠을 여며 목을 가리고, 라펠 아래 후드를 꺼내 쓸 수 있죠. 밤에 빛을 받으면 안전하게 반짝이고, 마치 브롬톤 자전거처럼 아주 작게 접을 수도 있어요.

“일상에서 멋스럽게 입지만 자전거를 탈 때도 불편함이 없는 옷, 자유로운 옷을 생각하며 디자인했어요.”
_한은주 브롬톤 런던 디자인실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자전거의 기능성을 옷에 담은 ‘바이크 재킷’. 단추로 라펠을 여며 목을 가릴 수 있으며, 후드도 탈부착이 가능하다. ⓒ브롬톤 런던

1975년을 기억하며 

브롬톤의 헤리티지가 가장 선명한 컬렉션은 ‘브롬톤 1975 라인’입니다. 공장의 워크웨어를 닮은 데님 재킷과 바지, 앤드류 리치의 작업복을 복각한 점프수트 등으로 구성됐어요.

1975 라인. 한은주 실장이 런던 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에게 영감을 받았대요. 캠페인 화보도 브롬톤 직원들이 컬렉션을 입고 찍었어요. 공장에서 자전거를 조립하는 모습,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 등 그들의 일상을 담았어요. 

“옛날 사진을 봤어요. 앤드류 리치가 기름칠 범벅의 작업복을 입고, 브롬톤 자전거를 들고 있는 사진이었죠. 공장을 둘러보는데 그 시절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자전거 조립 공정은 200개가 넘어요. 그 모든 공정에서 땀 흘리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이들의 모습이 곧 브롬톤의 헤리티지라고 생각했죠.”
_한은주 브롬톤 런던 디자인실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2023 FW시즌 캠페인 화보는 ‘브롬톤 피플’이란 컨셉으로, 런던 브롬톤 본사 직원들이 모델이 되어 찍었다. ⓒ브롬톤 런던

Chapter 5.
브롬톤 런던의 성적표는 5년 뒤에 나온다

성수동 브롬톤 런던의 팝업스토어에는 2024년 SS시즌의 컬렉션이 전시됐어요. 윌 회장은 앞면에 브롬톤 로고가 크게 새겨진, 오렌지빛 니트 스웨터를 매만졌어요.

“이 옷, 정말 마음에 들어요. 소재가 아주 좋아요. 오래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네이쳐홀딩스와 함께 옷을 만들며, 브롬톤 영국 본사가 되풀이한 당부는 한 가지였다고 합니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자고 했어요. 패션은 지속가능하기가 쉽지 않은 산업이에요. 너무 많은 옷이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버려지죠. 그런 옷을 만드는 건 브롬톤의 정신에 맞지 않아요. 우리 고객들이 10년, 20년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옷도 그렇게 오래 입었으면 좋겠어요.”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브롬톤 런던 팝업스토어에 전시된 옷을 살펴보는 윌 회장. 그는 클래식한 오렌지색 니트가 가장 브롬톤스러워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롱블랙

윌 회장은 코듀로이 깃이 달린 코튼 재킷을 보여주며 말했어요.

“오래 입으려면 이 옷처럼 클래식해야 해요. 유행을 따라 디자인되면 안 되죠. 브롬톤 런던이 처음 생각한 대로 출시됐냐고 물었죠? 그 답은 5년 뒤에나 알 수 있을 거예요. 올해 우리 옷을 산 고객이 5년 뒤에도 그 옷을 입고 있는지 아닌지에 달렸죠.”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오래가는 패션 브랜드. 한은주 디자인실장의 목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브롬톤 런던이 브롬톤 같은 클래식한 브랜드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시그니처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1975 컬렉션인 데님 라인이 바로 그 역할을 합니다. 반듯한 라인의 데님 재킷과 넉넉한 핏의 데님 팬츠. 시즌마다 같은 디자인으로 선보이고 있어요. 데님의 색깔만 인디고에서 연그레이, 베이지로 조금씩 바꾸면서요.

“브롬톤 자전거의 디자인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어요. 저는 그게 놀랍고 멋졌어요. 좋은 디자인을 만들고, 그걸 사람들이 좋아하면 클래식이 된다는 걸 보여줬잖아요. 

명품이라 불리는 유럽의 패션 브랜드들은 고유한 디자인이 있어요. 그러니 오래가는 브랜드라면 시그니처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브롬톤 런던에도요.”
_한은주 브롬톤 런던 디자인실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브롬톤 런던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데님 라인. 2023년 FW시즌엔 인디고 색상을, 2024년 SS시즌엔 연그레이 색상을 출시했다. ⓒ브롬톤 런던

Chapter 6.
자전거는 스포츠가 아닌 일상이다

성수동의 팝업스토어에서 윌 회장의 눈은 수시로 빛났어요. “여러 사람의 꿈이 모여,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을 좋아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자신과 앤드류 리치, 박영준 대표와 한은주 실장, 그리고 많은 이들의 꿈이 모여서 브롬톤 런던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는 얘기였어요. 

브롬톤이라는 브랜드로 옷을 만드는 것을 그는 왜 꿈꿨을까요.

“자전거는 스포츠가 아니라 일상이니까요. 자전거는 레이싱이나 운동을 위한 도구가 아니에요. 마치 걷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생활이죠. 그걸 더 많은 이들이 깨달았으면 해요. 

브롬톤 런던은 디자인을 통해서 그걸 알려주고 있어요. 자전거는 일상 그 자체라고요. 이 옷을 입을 일상의 모든 순간에 자전거가 어울린다고요. 브롬톤 자전거 한 대를 선뜻 사긴 어려워요. 하지만 이런 티셔츠를 통해서도 사람들은 ‘자전거 타는 삶’을 상상하게 될 거예요.”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자전거를 타는 삶. 브롬톤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가치입니다.

“자전거를 타면 삶이 바뀌어요.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누구의 표정도 관찰하지 않고, 앞만 보면서 이동해요. 언뜻 편안해 보이지만, 어떤 멋진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어떤가요? 나무와 풀을 보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 사람들과 인사하고, 때론 잠깐 멈춰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든 발 닿는 곳에서 계절과 공간을 즐기죠.

우리는 이런 자유를 선물하는 회사예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거죠. 지금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자동차예요. 우리는 더 노력할 거예요. 도시가 더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말이에요.”
_윌 버틀러 애덤스 브롬톤 회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성수 팝업스토어에 전시된 ‘브롬톤 1975 라인’ 제품 앞에 선 윌 회장과 한은주 디자인실장.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B

자전거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옷 브롬톤 런던. 그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여유롭고, 친밀한 삶의 방식이 있다고, 계속 말을 건네는 거죠.

“제가 브롬톤 공장에 갔을 때, 벽에 ‘우리는 공동체다 We are community’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어요. 자전거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하고,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혔어요.”
_한은주 브롬톤 런던 디자인실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롱블랙 피플, 이번 주엔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누벼보는 건 어떤가요.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이 곳곳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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