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요즘 저는 ‘민폐民弊’라는 단어를 종종 떠올립니다.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죠. 그래서 길을 걸을 땐 누구와도 부딪치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이따금 식당에서 나도 모르게 크게 웃으면, 주변을 둘러보기도 해요. 필요하면 미안함을 표현하려고요.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배려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너무 예민해진 걸까요. 기준을 단언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더 자주 하게 됐다는 것.
이 고민을 앞서 파고든 사람이 있습니다. 구마시로 도루熊代亨. 일본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예요. 그는 20년 넘게 진료실에서 사회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질문 하나를 품었어요. ‘편리해진 사회가 왜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가.’
그 답을 담아 2020년 펴낸 책이 『건강하고 청결하며, 도덕적인 질서 있는 사회의 부자유함에 대하여』*입니다. 그는 지금의 세상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이 안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면 좋을지 묻고 싶었습니다. 화상으로 그를 만났어요.
*『健康で清潔で、道徳的な秩序ある社会の不自由さについて』, 2026년 2월 한국에서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으로 번역·출간됐다.

구마시로 도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화면 속 구마시로 도루에게 물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민폐’가 더 부각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