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형석 : 107세 선배에게 묻다, “인생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2026.04.05


롱블랙 프렌즈 B 

‘격변’이라는 단어를 요즘처럼 많이 말하는 때가 있을까요.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는 AI의 실력,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믿고 싶은 전쟁의 참상까지. 매일 아찔한 파도 위에 떠 있는 기분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제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누군가 남긴 ‘지혜의 문장’을 붙잡는 것. 문장에 심긴 진심을 발견했을 때 하루를 살 힘을 얻거든요. 오늘도 그런 문장을 건네는 한 사람과의 대화를 기록하려 합니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1920년에 태어나 올해로 107세가 된 인물입니다. 그는 일제강점기부터 지금의 AI 시대까지 통과하며 인문·철학 분야의 글을 써왔어요. 2024년엔 책 『김형석, 백 년의 지혜』로 최고령 저자 기네스북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듬해엔 『김형석, 백 년의 유산』으로 그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죠. 

107년간 세상의 파도를 넘나든 선배는 지금의 격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문장들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2026년 3월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주택에서 김형석 교수를 만났습니다. 은은한 분홍색 셔츠에 진한 분홍색 넥타이를 한 모습이었죠. 셔츠 위엔 회색 조끼를, 그 위엔 빳빳하게 다림질된 진회색 재킷까지 입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단정한 차림이었어요. 

김 교수는 동반인의 부축을 받으며 인터뷰장으로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앉을 자리를 안내한 뒤, 그에게 물 한 잔을 건넸어요. 이어 “질문지를 살펴보겠다”던 김 교수. 펜을 들고 종이 속 문장들을 한참 읽었습니다. 어떤 단어엔 동그라미를 치고, 몇몇 질문 옆엔 짧은 메모를 남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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