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초록으로 물든 풍경이 늘어난 요즘, 저는 걷는 속도를 늦추곤 해요. 하늘과 꽃, 가지의 이파리들을 눈에 담으며 ‘아름답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여기, 저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생각을 한 사람이 있어요. 미국의 식물생태학자 로빈 월 키머러Robin Wall Kimmerer. 그는 서비스베리* 덤불에서 베리를 따다가, 울새 한 마리가 베리를 먹는 모습을 봤어요. 그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요.
*북미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로, 보통 4~5월에 흰 꽃이 피고 여름을 앞두고 블루베리와 비슷한 자줏빛 열매가 열린다. 한국에선 준베리Juneberry라고도 불리며, 우리말로는 ‘솜털채진목’이라는 이름이 있다.
‘나와 울새는 이 열매를 얻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베리는 여기에 선물처럼 있다.’
이 깨달음은 ‘선물 경제’라는 개념을 다룬 책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 이어졌어요. 그는 식물을 보며 왜 경제까지 논하게 됐을까요? 그가 우리에게 전하려 한 깨달음을 하나씩 알아볼게요.
*원제는 『The Serviceberry』로, 2024년에 출간됐다.
Chapter 1.
사람 대신 ‘식물 어른’에게서 세상을 배우다
로빈 월 키머러는 삶의 스승을 ‘식물’이라고 말하는 학자예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할 정도죠.
“세상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나의 질문들을 물어볼 어른들이 없었어요. 대신 저는 숲에게 물어볼 수 있었죠. 숲은 제게 있어 문화로 들어가는 문이었어요. 제겐 인간 어른은 없었지만, 식물 어른Plant Elders들이 있었죠.”
_로빈 월 키머러 작가, 2016년 On Being 팟캐스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