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지난 주말, L이 만나자고 한 곳은 팀홀튼 삼성역점이었습니다. 들어서면서 멈칫했어요. 예전의 팀홀튼과는 완전히 달랐거든요. 빨간 체크무늬 천으로 감싼 소파, 벽에 가지런히 걸린 나무 액자, 노란빛을 뿜는 테이블 램프. 캐나다 어느 시골집의 거실에 들어선 기분이었어요.
L이 시킨 메뉴가 나왔는데 또 놀랐습니다. 팀홀튼의 상징인 크룰러 도넛* 위에 인절미 가루와 쑥 가루가 소복했어요. L이 팥이 가득 올라간 아이스캡**을 내밀면서 웃더군요. “팀홀튼, 너무 파격적이지 않아?”
*세로 주름이 잡힌 동그란 링 모양의 도넛. 일반 도넛보다 가볍고 바삭한 팀홀튼의 대표 메뉴.
**팀홀튼이 1999년부터 판매해 온 슬러시 형태의 커피 음료.
팀홀튼 코리아, 5월 중순에 ‘논-오리지널 아이스캡Non-Original Iced Capp’ 캠페인을 시작했더군요. 여름 대표 메뉴 ‘오리지널 아이스캡’에 각각 팥과 애플망고, 흑임자, 토마토, 말차를 넣은 다섯 가지 신메뉴를 출시했죠.
그런데 이 파격, 제대로 먹히고 있습니다. 팀홀튼 코리아의 전체 아이스캡 매출은 3배 이상 늘었고, 매장 방문객*도 덩달아 31% 증가했어요.
*출시 이후 10일간, 출시 전 동일 기간 대비.
그런데 더 뜨거운 반응은 본고장 캐나다에서 올라왔어요. ‘논-오리지널 아이스캡’ 출시 소식에 “캐나다에도 이 메뉴를 내달라”는 캐나다인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한 거예요. 급기야 6월 초, 캐나다 토론토의 본사 CEO가 벤치마킹을 위해 한국 지사를 찾기로 했답니다.
팀홀튼이 한국에 처음 상륙한 게 2023년 12월. 다소 잠잠하던 초기 화제성을 이렇게 뜨겁게 반등시킨 비결이 뭘까요. 2025년 9월 부임한 팀홀튼의 최고사업책임자 안태열 전무를 만났습니다.
Chapter 1.
120명 고객 인터뷰 : 문제는 가격이 아니었다
연하늘색 셔츠에 얇은 뿔테 안경. 모범생 이미지의 안태열 전무는 이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몇 차례나 위기에 빠진 브랜드를 살려낸 적이 있거든요.
이랜드에서 일하던 2016년엔 노무 이슈로 흔들리던 외식 브랜드 애슐리 사업을 맡아 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1년 만에 매출을 1.5배 키웠어요. 이후 위기에 빠진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에 합류, APAC 대표가 되고선 또 6개월 만에 회사를 흑자로 돌렸어요. 2023년엔 GFFG로 옮겨 노티드를 비롯한 사업 전체를 흑자 전환시키기도 했어요.
2025년 여름, 팀홀튼 코리아의 사업을 맡아보겠냐는 제안에 그는 솔직하게 말했대요. “잘할 자신은 없지만, 꼭 해보고 싶다”고요.
“어쩌다 보니 구원투수 같은 이력을 갖게 됐는데, 사실 늘 운이 따라준 덕분이라 생각했거든요. 제 의도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실적이 반등한 경우도 있었고요. 이번에도 그런 운이 따를지는 알 수 없지만, 팀홀튼이라서 꼭 맡아보고 싶었습니다. 팀홀튼의 창업 스토리와 분위기를 예전부터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1964년 캐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가 만든 국민 카페. 저렴한 커피와 도넛, 편안한 분위기로 캐나다의 상징이 된 브랜드.
그런데 팀홀튼 코리아는 줄곧 찬사만 받지는 못했습니다. “팀홀튼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거든요. 2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초기의 뜨거운 관심도 사그라들었고요.
9월에 부임한 안태열 전무, 현황부터 파악하기로 했대요. 한 달 내내 전체 매장을 돌았어요. 120여 명의 고객과 대화했죠. 여기 자주 오시나요, 맛은 어떠셨어요, 다음에 맛보고 싶은 메뉴가 있으세요, 질문을 던지면서요.
“애슐리와 노티드에서 배운 게 있다면, 고객과 직접 대화를 해야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거예요. 컨설팅 보고서나 기사에는 진짜 목소리가 다 담기지 않거든요.”
고객의 목소리에서 그는 세 가지 문제점을 뽑아냈어요.
첫째, 브랜드 식별력이 부족하다.
“한 50대 여성 고객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유명하다고 해서 왔는데, 사실 파스쿠찌, 할리스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요. 모두 키 컬러key color가 빨간색이니 비슷비슷해 보였던 거죠. 팀홀튼만의 식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눈에 구분되는 정체성이요.”
둘째, 메뉴 다양성이 부족하다.
“다음에 오시면 뭘 먹어보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답이 자주 돌아왔어요. 당시 팀홀튼 메뉴는 음료와 베이커리류를 합치면 95가지였어요. 많아 보이지만 경쟁 카페들의 메뉴는 200가지 안팎이었거든요. 궁금해지는 메뉴가 끊임없이 나와야 ‘다음에 올 이유’가 될 거라 생각했죠.”
셋째, 가격을 내리기보다 공간 경험을 올려야 한다.
“한국의 팀홀튼이 캐나다에 비해 비싸다는 언론의 지적이 있었죠. 하지만 정작 고객들 중에선 아무도 ‘비싸다’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딱히 캐나다스럽지 않다’는 지적을 더 많이 하셨죠. 프리미엄 카페는 결국 커피가 아니라 공간의 경험을 파는 거잖아요. 공간의 감도를 고객이 원하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진단 끝에, 2025년 10월 팀홀튼 코리아의 변신이 시작됐습니다.

Chapter 2.
양탄자와 벽난로 : 글로벌 브랜드의 에센스를 찾는 법
안태열 전무가 다음으로 집중한 것, ‘팀홀튼의 에센스’를 찾는 것이에요. 팀홀튼에 식별력을 부여할 정체성, 결국 ‘캐나다스러움’에 대한 팀홀튼 코리아의 답이 필요했던 거죠.
안 전무는 사람들을 만나며 ‘캐나다’라는 단어를 주고 연상되는 이미지를 물었어요. 그는 이랜드 시절, 뉴발란스의 현지화 전략을 짜며 이 조사의 힘을 느꼈대요.
“사람들에게 ‘뉴발란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져오라 했더니, 러닝·퍼포먼스·착화감 같은 기능적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보스턴과 관련된 여러 감성적 이미지들이 나왔죠. 바로크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아메리칸 헤리티지의 옷차림, 백발의 할아버지 같은 이미지들이었어요. 보스턴의 클래식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뉴발란스와 연관 짓고 있었던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것. 그 무의식 속 이미지를 굳이 바꾸지 않는 겁니다. 반대로 그 이미지를 활용하는 거죠. 뉴발란스는 ‘클래식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모델을 변경했어요. 실버 모델 화보를 찍으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그럼 그가 발견해 낸 ‘캐나다’의 이미지는 어떨까요? 여러분도 아마 비슷하게 상상하고 있을 겁니다. 양탄자와 벽난로, 빨간 체크무늬 식탁보와 나무 액자, 빈티지 가구… 따뜻하고 아늑한 시골집의 풍경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원하는 캐나다스러움이 공간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빨간색을 바꾸기보다 텍스처를 바꾸기로 했죠. 캐나다의 시골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남 미사점과 삼성역점이 실험 무대가 됐습니다. 패브릭 소파와 나무 가구로 빈티지한 분위기를 냈죠. 좌석 배치도 바꿨습니다. 1인석을 줄이고,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을 늘렸죠. 회전율은 떨어지지만,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란 팀홀튼 고유의 정체성을 전하려 했던 거예요.
“사실 캐나다의 실제 팀홀튼 매장은 인테리어가 훨씬 단순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외양을 흉내 내는 게 아닙니다. 팀홀튼이 지난 60년 동안 쌓아온 정서를 이해하는 거죠. ‘동네 사람들이 언제고 편하게 모이는 카페’.
그런 정서가 각 나라의 이해도에 맞게 연출되는 게 바로 현지화localization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Chapter 3.
12배로 늘린 신메뉴 : 비즈니스는 횟수 싸움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에센스를 파악한다. 현지에 맞게 그 에센스를 연출한다.
이 현지화 법칙은 메뉴 개발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다만 안태열 전무의 메뉴 개발 전략엔 또 하나의 공식이 있습니다. “확률이 아니라 횟수로 승부한다.” 맞아요. 새로운 메뉴를 아주 빠르게 소개하는 겁니다.
신메뉴 개발 속도전. 이 전략은 애슐리에서 그가 검증한 공식입니다. 당시 애슐리에선 시즌 메뉴가 출시될 때마다 매장 방문객이 확 늘었대요. 이 그래프를 본 안태열 전무, 1년에 네 번 나오던 시즌 메뉴를 11번으로 늘렸죠. 매출 곡선이 떨어질 틈을 주지 않은 거예요.
“외식이나 카페 사업에서 신메뉴 출시만큼 강력한 트리거는 없습니다. 새로운 메뉴로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이 식기 전에 또 새로운 메뉴가 나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니까요.”
팀홀튼 코리아의 신메뉴개발팀(이하 NPD)은 분주해졌어요. 분기에 한 번 있던 신메뉴 품평회가 매주 열렸거든요. NPD 팀원은 고작 6명. 그런데 매주 80~90개의 신메뉴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해요. 그중 20여 개가 품평회에 올라오고, 실제로 제품이 되는 건 한두 개에 불과하죠. 잠깐. 이렇게 자꾸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아이디어가 마르진 않을까요?
“반대예요. 창의성이란 건 한정돼 있는 자원이 아니거든요. 매주 신제품 아이디어를 나누면 샘솟듯 떠오르는 영감을 모두 논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요. 또 늘 신제품 논의가 오간다는 걸 아니, 마케팅이나 운영팀에서도 계속 신메뉴 아이디어를 던져주기도 하고요.”
이렇게 나온 신메뉴 중 대표적인 히트작이 ‘시티 캠페인’ 시리즈입니다. 캐나다 주요 도시를 상징하는 음료 신메뉴 시리즈를 2025년 하반기부터 더욱 강화해 선보인 거죠. 초콜릿 크림에 피칸 프랄린을 더한 묵직한 라떼 ‘토론토’, 그린티 라떼에 라벤더 풍미의 크림을 얹은 ‘빅토리아 부차드 가든’…
이들 메뉴의 공통점은 분명했어요. 한국인들이 ‘캐나다’ 하면 떠올리는 정서를 음료에 담아냈다는 겁니다. 그 창의성이 주목받으며, 2026년부턴 팀홀튼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도 이 시리즈를 글로벌 캠페인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죠.
물론 모든 신메뉴가 이렇게 대박을 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태열 전무는 신메뉴 속도전을 두고 ‘잃을 게 없는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고객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메뉴는 주문하지 않으면 그만이잖아요. 그러니 메뉴 종류가 많은 것은 고객들에게 전혀 손해가 아니에요. 회사 입장에서는 물론 더 많은 시도를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시도할 횟수가 늘어나는 건 결국 이익이 됩니다.
비즈니스는 확률의 싸움이 아니거든요. 횟수의 싸움입니다. 적중률이 낮아도 횟수가 늘면 더 많이 적중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시도가 늘어날수록 적중률도 높아지죠.”

Chapter 4.
논-오리지널 아이스캡 : 정서가 통하는 시그니처 메뉴란
공간을 바꿨습니다. 신메뉴 출시 주기도 빨라졌고요. 그런데 팀홀튼 코리아에는 아직 숙제가 남아 있었어요. 바로 시그니처 메뉴.
팀홀튼 본사에서 그 답은 간단했어요. 팀홀튼의 시그니처는 단연코 ‘오리지널 아이스캡’이라는 것. 달콤한 카페라떼 맛의 슬러시 음료였죠.
문제는 한국 시장의 반응이었어요. 2025년 여름 대대적인 캠페인 때 오리지널 아이스캡의 매출이 반짝 올랐지만, ‘시그니처’라고 할 만큼 이어지진 않았대요.
“캐나다인들에게 ‘오리지널 아이스캡’은 추억의 맛이에요. 워낙 오래 마셔와서, 여름이 되면 당연히 마시는 음료죠. 하지만 한국 고객은 그런 추억이 없잖아요. 맛으로만 따지면 큰 차별화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고요.”
안태열 전무는 곰곰이 생각했대요. 오리지널 아이스캡이 캐나다에서 처음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달콤하고 시원해서, 여름이 생각나는 맛을 선물했던 것 아닐까. 그걸 편안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즐겁게 마시던 느낌이 좋았던 것 아닐까. 그럼 그 정서만 살리되, 맛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개발하면 되는 것 아닐까.
“사실 팀은 조금 지쳐있기도 했어요. 우리가 무엇을 하든 ‘캐나다 팀홀튼하고 다르다’는 비판에 시달렸으니까요.
회의실에서 장난삼아 이런 말들이 오갔어요. ‘그래. 어차피 가짜라고 혼날 거 진짜가 아니어도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보여주자. 오리지널에 매달리지 말고, 한국에서 만든 논-오리지널이 얼마나 창의적인지, 그래서 얼마나 오리지널을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는지 보여주자’고요. 결국 ‘정서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새롭게 해석해 내자’는 쪽으로 방향이 굳어진 거죠.”
그렇게 나온 2026년 여름 시그니처 메뉴가 ‘논-오리지널 아이스캡’입니다.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도발적인 이름, 팀홀튼 코리아가 잡은 방향성에 대한 선언이기도 해요.
맛은 더욱 도발적이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빙수를 떠올리며 개발했거든요. 흑임자와 팥, 애플망고와 말차, 토마토로 알록달록 색동의 색깔을 표현했습니다. 인절미·흑임자·쑥 맛의 크룰러도 함께 내놨고요. 제품 출시 영상에선 캐나다의 마스코트 ‘그리즐리 베어’가 한국의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손을 잡고 등장합니다.
‘팀홀튼이 이렇게까지 한국적으로 간다고?’ 싶은 이 메뉴, 역대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캐나다인들은 한국 팀홀튼의 SNS 계정에서 본사 계정을 소환하며 “이걸 캐나다로 가져와요Please bring these to Canada” “캐나다엔 언제 들어오나요When is it coming to Canada!!” “우리도 이걸 먹고 싶어요We need this in Canada”라고 댓글을 달기 시작했죠.
팀홀튼 코리아가 토론토 본사에 찾아가 현지 직원과 소비자들에게 메뉴를 소개했을 때도 같은 반응이 나왔어요. “오리지널을 해친다”는 의견은 전혀 없었대요. “너무 창의적이고 맛있다” “캐나다에서 팔아도 좋겠다”는 반응이 나왔죠. 결국 6월에 토론토 본사와 싱가포르의 아시아태평양 오피스의 핵심 임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한국을 찾기로 했대요.
“매출보다 더 기쁜 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우리가 어떻게 움직여도 ‘캐나다와 왜 다르냐’고 하던 분들이, 이제는 ‘팀홀튼이 새로워져서 좋다’고 하시거든요. 결국 근본인 정서만 공유하면, 그 정서를 연출하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은 지극히 한국 고객에게 맞춰져야 한다고 느낀 계기가 되었어요.”
Chapter 5.
빨강머리 앤의 주방 : 스토리텔링은 발견이다
캐나다스러운 공간, 한국 입맛에 맞춘 신메뉴. 안태열 전무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팀홀튼을 강하게 구분 짓는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공식은 같았어요. ‘캐나다스러운 정서를 구현한다’는 것. 팀홀튼이란 브랜드의 식별력을 올리기 위해서였죠.
마케팅팀에 얘기했대요. “한동안은 SNS 좋아요 수나 댓글에 매달리지 말자”고요. 자극적인 콘텐츠나 이벤트를 내세우기보다, 브랜드의 정서에 맞는 서사를 활용해 보기로 한 거예요.
그 첫 소재가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이에요. 팀홀튼 코리아는 3월 중순, ‘앤의 키친Anne’s Kitchen’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원작은 소설 『빨강머리 앤』. 소설의 원제는 『Anne of Green Gables』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 쓴 고아 소녀의 성장 이야기로, 캐나다의 섬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가 배경이다.
“「빨강머리 앤」의 여러 장면은 현대인에게도 격려가 되는 메시지들이에요. 그 이야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새로운 메뉴들을 제안해 보기로 했어요. 이야기 주요 장면에서 9가지의 신메뉴를 뽑아냈죠.”
매슈의 초록 지붕 집으로 향하는 앤의 부푼 마음을 표현한 ‘Green Gable_솜사탕 말차 라떼’, 교회 주일학교에서 앤이 만들어 쓴 화관을 닮은 ‘Flower Crown_플로럴 밀크티 케이크’, 친구 다이애나에게 산딸기 주스라며 포도주를 따라준 사건에서 착안한 ‘Dear Diana_라즈베리 코디얼 아이스티’ 등이에요.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면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들 생각하잖아요.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캐나다스러움’이란 정서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발견’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고객 역시 몰랐던 새로운 서사를 발견해 나가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거죠.”
소위 ‘발견이 이끄는 스토리텔링Discovery Driven Storytelling’입니다. 재밌는 건, ‘앤의 키친’ 캠페인 역시, 캐나다 소비자의 관심을 적잖이 받았다는 거예요. “이런 천재적인 콜라보레이션이 캐나다 팀홀튼에도 필요하다”거나 “왜 캐나다엔 이런 콜라보레이션이 없냐”는 항의성 댓글이었죠.
팀홀튼 코리아는 다음 스토리텔링도 이미 준비하고 있대요.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노란색 곰이 주인공이라고 하네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사실은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기만 해도, 사람들은 그리움과 따뜻함을 느끼죠. 이게 팀홀튼과 가장 잘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어요.”

Chapter 6.
팀홀튼, 만만한 카페가 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팀홀튼 코리아. 그런데 안태열 전무의 진짜 목적은 “화제에서 벗어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해요. 화려한 주목을 받지 않는, 쉽고 만만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화제가 됐던 브랜드들은 그 화제가 식는 순간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많은 글로벌 카페 브랜드들이 초기에 반짝 주목을 받다 어려움을 겪는 건 그래서예요.
일상의 선택지가 되려면, 쉽고 부담 없고 만만해야 합니다. 습관처럼 들어가는 공간이 되어야 하죠. 그게 바로 팀홀튼이 1960년대 캐나다에서 구현한 정서이기도 하고요.
팀홀튼은 늘 말끔하고 세련된 공간이 아니었어요. 조금 촌스럽지만 편안한, ‘도심 속 또 하나의 집’ 같은 곳이었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안태열 전무가 처음 F&B 사업에 발을 들일 때 품었던 미션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는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고급 호텔에서 무급 인턴으로 일하며 호텔 일과 영어를 배웠죠.
그 호텔에서, 그는 미국 사회의 극과 극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최고급 호텔의 환대를 누리는 부자들과 그 뒤에서 호텔을 떠받치는 빈곤층을 보았죠.
“저는 청소하는 분들과 친하게 지냈어요. 그분들 중 누구도 고급 호텔에서 자 본 사람은 없더군요. 저는 돈을 안 받는 대신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거든요. 하루는 스페인계 싱글맘 하우스키퍼가 제게 부탁하시더라고요. ‘네 방에서 우리 아이를 하룻밤 재울 수 없을까? 아이가 호텔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해해’ 하고요.”
그 다섯 살 아이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안 전무, 그때 꿈을 품었대요. 가난한 사람들이 누구나 여행과 외식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게 돕고 싶다고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가장 돈이 없는 사람들도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갈 수 있고, 3개월에 한 번은 호텔에 가볼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은 외식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요.
저는 좋은 공간이란 모두가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 그게 팀홀튼의 정신이라고도 생각해요.”


롱블랙 프렌즈 B
팀홀튼 매장을 나오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를 한국에 들이는 건 결국 번역과 닮았다는 걸요. 중요한 건 똑같이 옮기는 게 아니에요. 정서를 옮기되, 표현은 그 나라 사람의 마음에 맞게 고쳐 써야 하죠.
혹시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실까요. 팀홀튼 코리아의 지난 9개월 실험이 작은 답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무엇이 에센스라고 생각할까요. 우선 그 에센스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러고 나면 훨씬 더 자유로워질 거예요.
롱블랙 피플, 팀홀튼과의 협업을 기념해 두 가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하나, 팀홀튼 위드롱블랙 노트를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을 스크랩해 보세요. 스무 명을 추첨해 팀홀튼의 마켓백을 선물로 드립니다.
둘, 팀홀튼이 롱블랙 셀렉션에 들어옵니다. 롱블랙 샷으로 팀홀튼이 내놓은 ‘논-오리지널 아이스캡’을 30% 할인된 가격에 마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