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 삶의 즐거움에 첨벙 뛰어든 화가, 88년의 시선을 거두다

2026.06.20


롱블랙 프렌즈 B 

“삶을 사랑하라Love Life.”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편지 끝에 남기던 문장입니다. 그의 그림도 이 문장을 닮았어요. 수영장과 햇살, 친구의 얼굴, 창밖의 봄까지. 평생, 사랑하는 것들을 그려왔죠. 

2026년 6월 11일. 호크니는 89세 생일을 한 달여 앞두고 런던 자택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향년 88세. 그의 홍보 담당자 에리카 볼튼Erica Bolton은 부고를 알리며 호크니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무한한 호기심에 이끌려 지난 70년간 관습에 도전하며, 20세기와 21세기의 가장 생생하고 영향력 있는 작품들을 만든 예술가.”

실제로 그랬습니다. 그가 1972년에 그린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은 2018년 경매에서 9030만 달러(약 1366억원)에 낙찰됐어요. 2019년 한국에서 열린 개인전도 화제였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 약 30만 명이 다녀갔어요. 그해 가장 흥행한 전시였죠.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만으론 그를 전부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삶을 사랑하라”고 권한 화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고 싶었어요. 데이비드 호크니가 남긴 인터뷰와 책을 되짚으며, 그의 88년을 돌아봤습니다.


Chapter 1.
잿빛 도시에서 자라며, 햇빛 세상을 꿈꾸다 

파란 하늘 아래 물결이 찰랑이는 수영장, 키 큰 초록빛 야자수, 새하얀 물보라. 데이비드 호크니 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늘 밝고 선명합니다. 그는 강렬한 원색을 펼쳐 햇빛 아래의 알록달록한 세상을 화폭에 담아냈어요. 보기만 해도 환해지는 그림. 그게 세상이 기억하는 호크니죠.

하지만 그가 나고 자란 풍경은 정반대였습니다. 1937년, 호크니는 영국 북부의 공업도시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났어요. 노동계급 가정의 다섯 남매 중 넷째였습니다. 그가 사는 곳은 잿빛 도시였어요. 석탄 가루로 건물은 까매지고, 늘 춥고 흐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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