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C
곱슬머리의 한 남자가 수첩을 들고 공항에 도착해요. 수첩엔 여행지에서 72시간을 보낼 사람의 자기소개가 적혀 있죠. 떨리는 마음을 안고 오른 삿포로행 비행기. 옆자리 여자가 이어폰을 낀 채 똑같이 생긴 수첩을 꺼내요. 그 순간, 남자는 설렘 가득한 얼굴이 되죠.
영화가 아니에요. 연애 프로그램(이하 연프) 「72시간 소개팅」의 한 장면이죠. 2025년 10월에 첫 공개된 이 프로그램, ‘인디 연프*’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어요. 시즌1 종료 6개월 만에 시즌2가 만들어졌고, 최근 공개된 ‘괌 1부’는 일주일 만에 조회수 50만 회를 넘겼죠.
*방송 채널이나 OTT가 아닌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으로, 기존의 연프 문법을 깨 붙은 별명이다.
자극적인 미션과 편집으로 채워진 연프들이 늘어나는 시대. 「72시간 소개팅」은 반대로 갔어요. 카메라는 딱 4대. 영상은 주로 두 사람의 대화와 여행으로 채워져요. 그런데도 공개되는 족족 흥행하죠. 댓글엔 “내가 본 올해 최고의 로맨스 영화”라는 내용이 남겨질 정도예요.
이 역설을 만든 사람은? 유규선 블랙페이퍼BLACKPAPER 대표예요. 어떤 기준으로 콘텐츠를 만들었길래, 사람들을 사랑에 빠지게 했을까요? 서울 용산구에서 그와 6시간 동안 대화하며 그 답을 찾았어요.

유규선 블랙페이퍼 대표
저를 맞이한 유규선 대표는 해맑게 웃는 얼굴이었어요. 한때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속 유병재 씨의 매니저로 등장해 미소 짓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죠.
유 대표는 5년 차 CEO*면서 콘텐츠 제작자이기도 해요. 매니저 시절엔 코미디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했고, 창업 후엔 동료들과 「72시간 소개팅」과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했거든요.
*블랙페이퍼는 코미디언 유병재와 이은지, 방송인 조나단과 파트리샤, 유튜버 원의독백 등을 두고 있는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회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