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맥주 대기업이 자신이 내놓은 제품을 ‘진짜 수제 맥주’처럼 느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름난 장인 영입하기? 아니면 소규모 양조장에서 광고 찍기?
이보다 더 영리한 방법으로 미국에서 크래프트 맥주*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브랜드가 있어. 바로 블루문Blue Moon. 뿌연 황금빛 맥주 위에 오렌지 한 조각이 꽂혀 나오는, 그 맥주 맞아.
*작은 양조장이 독립적으로 만든 개성 있는 맥주를 뜻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수제 맥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블루문을 만든 곳은 미국 3대 맥주 대기업 중 하나인 쿠어스Coors야. 양조장을 세운 인물은 이 회사의 효모 연구원이었고. 한때 이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했어. 런칭 20년이 지났을 때, 한 소비자가 “대기업 제품이란 걸 알리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거든.
하지만 블루문은 위기를 딛고 지금까지 살아남았어. 심지어 “미국의 그 어떤 양조장보다 수제 맥주 마시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냈다”는 평까지 들었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블루문이 시장에 침투한 힘을 파헤쳐봤어.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의 관점도 함께 들어봤지.
Chapter 1.
‘시장에 없는 맛’에 꽂혀 있던 대기업 연구원
먼저 쿠어스가 ‘크래프트 맥주’를 기획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볼까. 시계는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미국의 맥주 시장 구도는 단순했어. 버드와이저와 밀러, 쿠어스 같은 대기업이 ‘라거Lager’로 불리는 맥주를 주로 만들었지. 라거는 맑고 가볍고 시원한 맛이 특징인 술이야. 우리로 치면 ‘호프집 생맥주’ 같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