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여러분은 유튜브 영상을 몇 배속으로 보시나요. 고백하자면 저는 2배속으로 보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3시간짜리 영화를 20분으로 요약한 영상도 밥친구처럼 즐겨 보고요.
이 습관은 영상에서만 끝나지 않더군요. 글이 길어지면 저도 모르게 핵심부터 찾고, 두꺼운 벽돌책을 보면 ‘요약본을 찾아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저, 괜찮은 걸까요?
불안한 마음에 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응용언어학자 김성우 박사. “AI 시대일수록 직접 읽고 써야 한다”고 말하는 인물이에요. 그가 2024년 펴낸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바꿀까』는 2년 만에 10쇄를 찍었습니다. 비문학 장르에서는 드문 일이었죠.

김성우 응용언어학자·서울대학교 강사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첫 질문을 건넸습니다. “인공지능이 뭐든 요약해 주는데, 왜 굳이 직접 읽고 써야 할까요.” 그는 책에 쓴 문장을 인용해 이렇게 답했어요.
“요약이 필요할 때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뭐든 요약하려 드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 사람들이 ‘지름길을 알려달라’고 하진 않을 겁니다. 다른 길이 아닌 산티아고를 찾는 마음은 요약하려는 욕망과 대척점에 있으니까요.”
순례길을 직접 걸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듯, 읽기와 쓰기도 직접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김 박사와 세 시간 동안 나눈 대화,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Chapter 1.
우리의 ‘말’은 각자의 삶으로 물든다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아마 각자 떠오르는 장면이 다를 겁니다. 10대의 내가 생각한 사랑과, 30대의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다를 수도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