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C
성공의 비결이 ‘우연’이라 말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그것도 ‘아주 잘 짠 우연’이요. 일본의 전통주 플랫폼 쿠란도クランド, KURAND. 사케부터 소주, 와인, 과실주까지 500종 넘는 수제 술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곳이죠.
특이한 건 술을 내 맘대로 고를 수 없단 거예요. 돈을 내면 무작위로 하나를 받게 되거든요. 그런데도 고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어요. 심지어 쿠란도의 고객 80%는 술을 비교적 덜 마신다고 알려진 20~30대죠.
무려 90년간 주류 납품을 이어온 이 회사, 어떻게 침체된 주류 시장을 뚫고 Z세대*를 사로잡은 걸까요? 오늘은 낯선 술을 ‘우연한 설렘의 이벤트’로 바꾼 쿠란도의 비결을 살펴볼게요.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Chapter 1.
주류 납품업자, ‘자체 기획’에서 미래를 보다
원래 쿠란도는 평범한 ‘동네 주류소매점’이었어요. 1935년 도쿄 아다치구足立区에 문 연 15평짜리 주류소매점 ‘타마야王屋’가 전신이죠.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술을 사들여 인근 식당에 납품했거든요.
하지만 21세기 들어 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었어요. 2003년 주류 판매 규제가 완화되면서, 편의점과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술을 팔기 시작했거든요. 무엇을 팔든 가격 경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였죠.
‘아예 체질을 바꾸겠다’고 나선 사람, 바로 소매점의 4대 후계자 오기와라 야스로荻原恭朗였어요. 경영 컨설팅을 배우다 가업에 합류한 그는 생각했어요. ‘남이 만든 술을 사다 파는 사업엔 한계가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