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C
내 일상을 심플하게 만들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죠. 바로 집 정리! 롱블랙과 LG유플러스가 진행한 「심플의 발견」 설문에서도, 삶이 복잡할 때 먼저 손대고 싶은 영역이 ‘물건과 소비’라고 나왔어요. ‘심플한 삶의 첫걸음은 물건 정리’라는 거죠.
그런데 이게 쉽진 않아요. 어디서부터 정리할지도 모르겠고. 정리를 해도 곧 어질러지잖아요.
그래서 ‘정리왕’으로 유명한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을 만났어요. 2017년 대구에서 공간 정리 회사 ‘새삶’을 창업하고, 유튜브 ‘정리왕’과 tvN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집을 바꿔온 사람이에요. 그에게 내 공간을 심플하게 만드는 법을 물어봤죠!

이지영 공간 크리에이터·새삶 대표
이 대표에게 먼저 제 고민을 털어놨어요. 지금 제 집, 꽤 복잡하거든요. 저희 집 안방엔 침대와 책상만 있어요. 옷방에 화장품과 옷 등 나머지 짐을 몰아넣었죠. 그게 깔끔하잖아요.
문제는 화장을 늘 안방 책상에서 한단 거예요. 안방이 화장실 옆이라 씻고 나오면 바로 들어가게 되거든요. 가방도 옷방이 아니라 책상 옆에 내려놓게 되고요. 화장품과 가방을 옷방으로 돌려놓았다가, 다음 날 다시 가져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죠.
제 얘기를 들은 이지영 대표는 의외의 답을 했어요.
“화장을 책상에서 하는데 화장품이 거기 있으면 왜 안 돼요? 가방을 꼭 옷방에 둘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가방을 늘 내려놓는 곳이 가방 자리인 게 맞죠. 그 동선이 편해서 거기에 놓는 거니까요.”
이지영 대표는 “심플한 집은 물건이 적은 집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을 고르고, 내가 원하는 일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는 집이라고 했죠.
Chapter 1.
정리를 좋아하지 않는 정리왕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이지영 대표는 한 가지를 강조했어요. ‘정리는 삶의 목적이 아니다.’ 사실 그도 정리 자체를 좋아하진 않는다고 했죠.
“저는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정리된 상태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걸 좋아하죠.”
이 대표는 쓰레기봉투를 반듯하게 접어두지 않아요. 냉장고 속 재료를 모두 같은 통에 소분하고 라벨을 붙이지도 않고요. 수건과 옷의 모서리를 칼같이 맞추는 데도 관심이 없죠.
“쓰레기봉투는 결국 쓰레기통에 들어갈 거잖아요. 대충 넣어도 되는데 오래 접고 있을 필요가 있나요. 정리하느라 에너지를 다 쓰면, 정작 중요한 일을 못 해요.”
생활을 편하게 하려고 시작한 정리가 또 하나의 노동이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에요.
이 대표는 ‘정리를 참 잘한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컸어요. 학급 미화도 늘 도맡았어요. 줄자를 대지 않아도 크기가 다른 그림을 게시판에 몇 장 붙일 수 있을지, 간격을 어떻게 둬야 균형이 맞을지 한눈에 보였거든요.
하지만 그에게 정리는 ‘반듯하게 놓기’만은 아니었어요.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시험지 채점을 맡겼어요. 이지영은 채점한 시험지를 높은 점수 순서대로 정리했어요. 그리고 또 100점대, 90점대, 80점대로 나눠, 점수대를 구분하기 쉽도록 색지를 끼워 넣었죠.
시험지를 받아 든 선생님은 그에게 “넌 참 배려심이 뛰어나다”고 칭찬했죠.
“저는 그냥 제가 보기 편하려고 정리한 거였어요. 그런데 그때 처음 알았죠. 다른 사람이 다음 일을 편하게 하도록 해두는 정리는 배려가 된단 걸요.
정리는 다음 행동을 쉽게 만들어요. 아침마다 열쇠를 찾지 않게 하고, 가족이 리모컨 때문에 다투지 않게 하죠. 정리해 둔 부엌은 다음 사람이 쓰기 쉽죠. 그다음 사람이 내일의 내가 될 수도 있고요.”

Chapter 2.
복잡한 집과 삶을 정리해 주다
정리를 못 하면 집만 어수선해질까요. 이지영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했어요. 물건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면, 생활도 함께 꼬이거든요.
그가 이 문제를 처음 마주한 건 서른일곱, 새 일을 찾던 때였어요. 이 대표는 13년간 보육교사로 일한 뒤 육아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에 들어갔어요. 정규직이 될 거란 말을 믿고 일했지만, 2년 뒤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계약이 끝났죠.
의욕이 죄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대요. 길을 잃은 채 반년을 보냈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종이를 펼쳤어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하나씩 꺼내 적었죠. 여행, 그림, 인테리어, 사람 만나기, 정리.
가장 눈에 띈 게 ‘정리’였어요. 남들보다 곧잘 하기도 했고, 마음이 복잡하면 서랍을 비우고 가구를 옮기며 기분을 풀곤 했거든요. 하지만 의문이 들었어요.
“정리는 누구나 하는 일 아니야? 돈을 내고 맡기겠어?”
이 대표는 직접 알아보기로 했어요. 대구 지역 맘카페에 밥 한 끼만 주면, 무료로 집을 정리해 주겠단 글을 올렸죠. 신청이 빗발쳤어요.
첫 의뢰인은 어린아이를 혼자 키우는 젊은 엄마였어요. 복지시설에서 자라 자기 방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죠. 아이를 낳은 뒤 미혼모 지원 시설에서 집을 얻어줬지만, 아이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줄 사람은 없었어요.
집에는 그 막막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어요. 물기가 밴 바닥에 쌀 포대가 놓여 있었고, 뜨거운 밥솥은 낮은 선반에 있었죠. 높이 180㎝짜리 책장의 위쪽엔 아이의 책과 장난감이 쌓여 있었고요.
이 대표의 정리는 물건을 반듯하게 놓는 데서 끝나지 않았어요. 엄마와 아이가 안전하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물건의 자리를 다시 잡았죠.
쌀과 밥솥은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겼어요. 높은 책장은 옆으로 눕혔어요. 아이가 스스로 책과 장난감을 꺼내고 다시 넣을 수 있도록요.
“새 가구를 산 게 아니에요. 책장을 눕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거죠. 엄마와 아이가 생활하기 편하게 바꾼 거예요.”
네 시간 동안 집을 정리하고 짜장면을 얻어먹은 뒤 돌아가려는데, 의뢰인이 그를 붙잡았어요. 주머니에서 3만원을 꺼내 내밀었죠.
“됐다고 했는데 제 손에 계속 쥐주시더라고요. 형편이 넉넉한 분도 아니었어요. 그때 알았죠. 이 일이 누군가에겐 돈을 내서라도 받고 싶은 도움이구나.”
다른 집에서도 돈을 건네거나 주변 사람을 소개했어요. 수요를 확인한 이 대표는 2017년 사업을 시작했죠.
“저는 누구나 정리할 줄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리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는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Chapter 3.
모두 꺼내야, 중요한 것을 고를 수 있다
이지영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2017년, 정리 시장의 중심은 ‘수납’이었어요. 물건을 잘 접고 빈틈없이 넣는 방법이 인기였죠. 하지만 물건의 양이 그대로라, 깔끔한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어요.
“업체가 나간 순간에는 정말 예뻐요. 그런데 빨래 한 번 하면 다시 돌아와요. 가족 모두가 새로운 빨래 개는 법을 배워야 하죠. 정리가 또 숙제가 되는 거예요.”
결국 집을 단순하게 만들려면 물건을 비워야 해요. 그렇다고 “왜 이것도 못 버리느냐”고 다그쳐선 안 된 대요. 물건을 놓지 못하는 데도 이유가 있거든요.
“물건이 귀했던 시대를 산 분들은 멀쩡한 걸 버리면 죄책감을 느껴요. 낭비라고 배웠으니까요.
요즘 사람들은 반대예요. 물건도 선택지도 너무 많아요. 통장 하나를 만들 때도 비교해야 하고, 어디를 갈 때도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골라야 하죠. 밖에서 이미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돌아왔는데, 이 옷을 내년에 입을지까지 판단하려니 하기 싫은 거예요. 정리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결정할 힘이 남지 않은 거죠.”
이 대표는 독하게 마음먹기보다, 결정을 작게 나누라고 해요. 그 방법을 제게 알려줬죠.
서랍 한 칸만, 전부 꺼내라
집 전체를 정리하려 하면 시작도 전에 지쳐요. 방 하나 혹은 선반 하나, 선반도 크다면 서랍 한 칸만 고르면 돼요.
범위를 정했다면 안에 든 물건을 전부 꺼내기. 빈 서랍의 먼지와 머리카락을 닦고, 물건을 한눈에 펼쳐놓는 거예요.
“서랍 한 칸을 열어서 안에 있는 걸 확 부어보세요. 깨끗해진 서랍을 보고 나면 일단 시원해요. 그때부터 하나씩 고르는 거예요.”
꺼내놓으면 그제야 보여요. 언제 만날지 모르는 사람의 명함, 나오지 않는데 다시 넣어둔 볼펜,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많은 집게가요.
물건은 쓰임새에 따라 세 갈래로 나눠요. 지금 실제로 쓰는 건 ‘필요’, 꼭 필요하진 않아도 좋아서 간직하고 싶은 건 ‘욕구’, 나는 쓰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잘 쓸 수 있는 건 ‘나눔’이에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물건은? 미련 없이 버리는 거죠!
처음에는 서랍 한 칸을 고르는 데도 오래 걸려요. 하지만 한 칸, 두 칸 반복하다 보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놓아줄지, 자기만의 기준이 생기거든요.
이 대표는 그래서 정리를 ‘선택하는 힘을 기르는 법’이라고 말해요.
“정리는 버리는 기술이 아니라, 선택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에요. 물건을 꺼내고 무엇을 남길지 결정하는 일을 반복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생각도 명쾌해지고, 시간의 우선순위도 빨리 보여요.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무엇부터 할지도 고를 수 있게 되죠. 저는 그 선택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비운다고 생각해요.”

Chapter 4.
남긴 물건이 ‘지금의 나’를 보여준다
물건을 모두 꺼내고 현재의 나를 기준으로 고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복해 온 소비 패턴과 미뤄둔 욕망까지요.
한 의뢰인은 옷장을 보며 “버릴 옷이 없다”고 했어요. 이 대표는 “버리지 않아도 좋으니, 잘 입지 않는 옷만 꺼내보자”고 했죠.
태국에서 산 코끼리 바지, 여행지에서 사 온 모자와 옷이 한 보따리 나왔어요. 현지에서는 특별해 보였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 한 번도 입지 않은 것들이었죠.
“그분이 옷더미를 보더니 ‘나는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계속 쓰레기를 사 왔네요’라고 했어요. 앞으로 여행지에서는 옷을 사지 않겠다고 했죠. 물건을 정리하면서 다음 소비의 기준을 만든 거예요.”
쓰지 않고 쌓아둔 물건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이었나’를 보여주기도 해요. 운동복과 운동 기구가 유난히 많다면? 내 몸을 건강히 돌보고 싶었던 거죠.
저도 뜨끔했어요. 집에 사놓고 쓰지 않은 노트가 여러 권 있었거든요. 언젠가는 무언가를 빼곡히 적을 것 같아 샀지만, 대부분 첫 장조차 펼치지 않았죠.
그 이야기를 들은 이 대표가 말했어요.
“빈 노트가 많다는 건 글을 쓰고 싶다는 뜻일 수 있어요. ‘왜 또 샀어요’라고 나무랄 게 아니라, 정말 쓰고 싶은 노트 한 권을 골라 잘 보이는 곳에 두면 좋아요. 내가 원하던 걸 잊지 않도록요.”
이 대표도 책장을 정리하다 잊고 있던 취향을 발견했어요. 어느 날 가진 책을 모두 꺼내봤죠. 경영과 마케팅, 자기계발서는 수북했지만, 예전부터 좋아하던 소설과 시집은 한 권도 없었어요.
“사업을 잘하려고 읽는 책, 저를 계속 채찍질하는 책만 있는 거예요. 제가 좋아서 읽는 책은 하나도 없었어요.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나 너무 열심히 살았네. 그런데 여기에 내가 없구나’ 싶었죠. 그렇게 다시 소설을 사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정리는 현재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무엇을 되찾고 싶은지 알고, 다음 삶을 계획하게 하죠.
“정리는 단순히 비우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일이에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아가는 일이죠.”

Chapter 5.
물건의 자리는 ‘움직임’이 정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물건을 골랐다면, 이제 물건의 자리를 정할 차례예요. 기준은 물건의 종류가 아니에요.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는지예요. 내 삶의 동선을 보는 거죠.
“아버지의 집을 정리해 달라”고 연락해 온 딸이 있었어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고, 혼자 사는 아버지가 걱정된다면서요. 특히 “침대 옆 테이블이 복잡하다”며 깨끗이 치워달라고 했죠.
테이블에는 전기포트와 차, TV 리모컨, 메모장과 필기구, 사탕이 놓여 있었습니다. 주방용품과 문구, 간식이 뒤섞여 있으니 어수선해 보일 만했죠.
하지만, 이 대표의 눈에는 아버지의 하루가 보였어요.
“아침에 일어나 TV를 켜고, 물을 끓여 차를 드시는 거예요. 기억할 내용이 나오면 메모하고, 사탕도 하나 드시고요. 그 테이블 하나에서 아침에 필요한 일이 다 해결되는 거죠.”
전기포트를 주방으로, 메모장을 책상으로 옮기면 겉보기에는 단정해져요. 대신 아버지는 물건을 쓸 때마다 일어나 집 안을 오가야 하죠.
“남의 눈에 복잡해 보여도 괜찮아요. 심플한 공간은 물건이 적거나 반듯한 집이 아니에요. 내가 움직이는 방식에 맞게 물건의 자리가 잡힌 집이죠.”
실제로 이지영 대표의 현관 신발장엔 양말이 있어요. 샌들을 신으려다 운동화를 신기로 마음을 바꾸는 날이 있잖아요. 이때 양말을 가지러 옷방까지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죠.
또 그의 침대 옆 서랍엔 책과 돋보기안경, 메모지와 면봉, 연고가 들어 있어요. 침대에서 책을 읽다 메모하고, 누웠을 때 눈에 띈 상처에 연고를 바르기 위해서예요. 종류는 달라도 모두 잠들기 전 침대에서 쓰는 물건들이죠.

가구보다 무거운 건 생각이다
심플한 생활을 방해하는 건 물건만이 아니에요. ‘원래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문제죠.
한 의뢰인의 집에는 건조기가 거실 TV 옆에 있었어요. 건조기를 돌리면 그 소음에 TV 소리가 안 들렸어요. 의뢰인은 세탁실에서 젖은 빨래를 꺼내 거실까지 들고 와야 했고요. 그런데도 아무도 옮길 생각을 못 했대요. ‘처음에 그 자리에 설치됐다’는 이유로요.
정작 세탁실은? 쓰지 않는 김장 도구와 선반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가족은 이제 김장을 하지 않고, 김치는 사 먹는데도요.
이 대표는 김장 도구를 버리고 선반을 걷어냈어요. 그 자리로 건조기를 옮기자, 빨래를 들고 거실까지 오갈 일도, 소음 때문에 TV를 못 볼 일도 사라졌죠.
우리는 전기포트는 주방에, 양말은 옷장에, 가전은 처음 설치한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자리가 내 생활을 불편하게 한다면? 바꾸면 돼요.
“가구보다 무거운 건 생각이에요. 가구는 밀면 움직이는데, ‘원래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 움직이지 않거든요. 남들이 정한 자리가 아니라, 내가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곳을 찾으세요.”

Chapter 6.
정리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이렇게 싹 정리를 마친 집, 다시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이지영 대표는 명쾌하게 말했어요.
“돌아와요. 습관이 바뀌지 않았는데 어떻게 안 돌아오겠어요. 다만 좋은 상태를 한 번 경험하면 ‘여기까지 가면 안 되겠다’는 걸 알게 되죠.”
처음 정리를 할 땐 꽤 오래 걸려요. 정리를 반복할수록 그 시간은 짧아지고, 단정한 상태로 지내는 시간은 길어지죠.
그래서 이 대표는 “정리법은 쉬워야 한다”고 말해요. 몇 가지 팁도 알려줬죠.
첫째, 옷은 계절보다 입는 빈도로 나눠요. 요즘 자주 입는 옷은 손이 쉽게 닿는 곳에, 가끔 입는 옷은 옷장 안쪽이나 위쪽에 두는 거예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전체를 뒤집을 필요가 없죠.
둘째, 불필요한 동작을 줄여요. 셔츠나 티셔츠는 옷걸이에 걸어 말린 뒤 그대로 옷장에 넣습니다. 옷걸이에서 빼고, 개고, 다시 수납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거예요.
셋째, 반듯한 모양에 집착하지 않아요. 양말은 칼같이 접어 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짝만 맞춰 한 곳에 모아두면 돼요. 쉽게 꺼내고, 사용한 뒤 바로 돌려놓을 수 있으면 충분하죠.
“정리가 삶의 1순위는 아니잖아요. 내게 중요한 일을 잘하려고 정리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정리하는 데 힘을 다 쓰면 안 돼요.”

Chapter 7.
비운 자리에 다시 삶을 담다
이지영 대표가 잊지 못하는 의뢰인이 있어요. 사회적으로 성공해 큰 집과 많은 것을 가졌지만, 오랫동안 깊은 우울에 빠져 있던 사람이었죠.
이 대표와 직원 12명은 사흘 동안 집을 정리했어요. 첫날, 의뢰인은 무기력하게 멀리 떨어져 앉아 모든 결정을 맡겼어요.
“다 알아서 해주세요. 괜찮아요.”
첫날에는 물건을 비우고, 다음 날에는 가구를 옮겼어요. 마지막 날에는 커튼을 달고 남긴 물건으로 집을 꾸몄죠.
그런데 집이 달라질수록 의뢰인이 바뀌었어요. 이틀째부터 옆에 와서 작업을 지켜보더니, 마지막 날에는 물건을 둘 자리까지 직접 제안했죠.
작업을 마친 뒤, 의뢰인은 정리를 신청한 이유를 털어놨어요. 오래 고민하다 이제 삶을 끝내려 했다고요. 그런데 자신이 떠난 뒤 사람들이 어질러진 집을 보게 되는 게 두려워, 집부터 정리하려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사흘 동안 집이 달라지는 걸 보며 마음이 움직였대요. 취향에 맞는 새 커튼을 고르고, 물건의 자리를 고민하면서요. 나도 모르게 ‘이 집에서 새롭게 살아갈 다음 날’을 생각하게 된 거죠.
마지막에 그분이 그러셨어요. ‘몇 년 동안 수없이 고민해도 바뀌지 않던 마음이 사흘 동안 집을 정리하면서 달라질 줄 몰랐어요. 잘 살아 볼게요.’”
이 대표는 공간을 바꾼다고 우울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말해요. 다만 물건과 일상에 뒤덮여 있던 내 삶이 다시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죠.
이 대표가 회사 이름을 ‘새삶’이라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정리된 집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곳에 사는 사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바랐거든요. ‘새삶’을 풀어 읽으면 ‘새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정리하는 건 물건이지만, 결국 다시 보게 되는 건 내 삶이에요. 정리라는 건, 공간에 묻혀 있던 사람을 꺼내, 다시 살아가고 싶은 자리를 만드는 일이죠.”


롱블랙 프렌즈 C
모든 정리가 삶을 극적으로 바꾸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물건 하나의 자리를 바꾸는 일이, 내가 원하는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죠.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화장품은 책상 옆에, 가방은 늘 내려놓는 자리에 뒀어요. 바뀐 건 두 물건의 자리뿐인데, 아침에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니지 않게 됐죠. 그제야 집을 돌아보게 됐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심플한 공간인지요.
롱블랙 피플의 집은 심플한 공간인가요? 만약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오늘의 노트가 도움이 되었길 바라요!
<심플의 발견> 다음 편에선 일본의 사상가이자 경영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와 함께, 지금 시대가 왜 복잡한지, 그 복잡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알아볼게요.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