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책이 아니라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한 사람의 사유와 철학이 담긴 서재를 통째로 내어주죠. 서울 강북구 수유동 더숲 아카데미하우스의 ‘인물 도서관’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어령’이라는 서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법륜스님’, ‘최재천’이라는 서가도 있네요. 그 아래엔 이들이 직접 읽고 밑줄 그었던 손때 묻은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책은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장르로 나뉘어 있지 않아요. ① 인물이 직접 집필한 책 ② 인물이 영향받으며 즐겨 읽은 책 ③ 인물이 지금의 우리에게 권하고 싶은 책과 문장. 세 갈래로만 분류돼 있죠.
중앙에 놓인 기둥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의 세계가 보입니다.”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기획자인 탁무권 더숲문화재단 대표에게 만남을 청했어요.

탁무권 더숲문화재단 대표·문화공간운동가
서울 4호선 수유역에서 마을버스로 20분. 종점에 내려 언덕길을 5분쯤 걸어 오르자, 아카데미하우스 정문이 보였습니다. 북한산 자락 1만 평 숲속, 일곱 채의 건물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죠.
올해 일흔인 탁무권 대표가 만든 공간은 이곳이 처음이 아닙니다. 1994년 노원구를 대표하는 노원문고를 시작으로 더숲, 초소책방, 소전미술관까지. 30년 넘게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을 만들어왔죠.
그런 그를 ‘문화기획자’로 소개하려 한다고 말하자, 탁 대표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