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4 : 미나리·문라이트를 알아본 독립영화사, 비주류 스토리를 흥행시키는 비결



롱블랙 프렌즈 L 

어우,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눈물 쏙 뺐네. 다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봤어? C가 추천해줬는데 감동적이더라. 예고편만 보면 양자경*이 이마에 눈알 스티커를 붙이고 있고, 멀티버스 얘기를 하고… 뭔가 싶었는데 의외로 절절해. 또 볼까 고민 중이잖아.
*「와호장룡」, 「게이샤의 추억」 등의 주연을 맡은 1980년대 홍콩의 대표 여배우.

C에게 또 영화 추천해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배급을 맡은 미국의 독립 영화사 A24 얘기를 하더라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대. 국내에 소개된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건 「미나리」와 「문라이트Moonlight」. A24는 처음 듣는데, 나 이 두 영화 다 봤더라고? 꽤 흥행한 작품이기도 하잖아. 

확 흥미가 생겼어. 독립 영화 시장이 크지 않은데, 어떻게 흥행작을 줄줄이 만들어냈는지 말이야.


Chapter 1.
지금 가장 트렌디한 영화사, A24

A24는 2012년 뉴욕에서 출발한 인디 영화 스튜디오야. 할리우드 5대 배급사와 비교하면 매출은 소소해. 2021년 기준 연 매출 1억2330만 달러(약 1737억2970만원). 매출 1위 배급사 소니 픽쳐스Sony Pictures 연 매출의 10분의 1 수준*이지.
*2021년 소니 픽쳐스 연매출은 약 11억 68만달러(약 1조5508억원)다. 소니 픽처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워너 브라더스 픽처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가 할리우드 5대 배급사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영향력만큼은 5대 배급사에 뒤지지 않아. 2017년 「문라이트」는 그해 최고 흥행작인 「라라랜드La La Land」를 제치고,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어. 2020년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데 이어,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지. A24가 미국 방송사 HBO에서 방영한 드라마 「유포리아Euphoria」는 에미상*에서만 9개 부문을 수상했고 말이야.
*영화의 아카데미(오스카), 음악의 그래미, 공연의 토니와 함께 미국 공연·엔터테인먼트 분야의 4대 메이저 상 가운데 하나인 방송 분야 최고상이다. 흔히 ‘방송의 오스카’로 불린다. 

혹시 흥행은 안 되는데 작품성만 뛰어난 콘텐츠들 아니냐고? 드라마 「유포리아」의 평균 시청자 수는 시즌1이 660만명, 시즌2는 무려 1630만 명을 기록했어. 

최근 국내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A24에 역대 최대 매출을 벌어다 줬어. 글로벌 매출 1억 달러(1405억5000만원)를 달성했지. 흥행 성적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기록했어. 지난 4월 1위 「수퍼 소닉 2Sonic the Hedgehog 2」, 2위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에 이어, 미국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어. 국내에는 지난 10월 개봉했는데 4주간 누적 관객 20만을 모으며, 조용히 흥행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