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김민형 : 체계 없는 공부, 마침내 명료한 수식이 되다


롱블랙 프렌즈 B 

해를 거듭할수록 사는 게 만만찮습니다. 뭐라도 읽으면 힌트를 얻을까 싶어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어요. 그러다 제 마음에 박힌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40년 동안 수학을 공부한 내게 남은 인생 교훈이 있다면, 세상사 어느 것 하나도 결론 내리기 너무 어렵다는 사실이다.”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 수리과학 석좌교수의 말입니다. 그동안 저는 수학자가 문제를 풀어 답을 잘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론을 내리는 게 어렵다니, 무슨 말일까요. 

김 교수는 서울대 최초 조기 졸업생이자, 한국인 최초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정교수가 된 인물입니다. 수학계 최고난도로 꼽히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를 일반화하는 난제를 풀 수 있는 이론도 만들었죠. 수학자로서 꽃길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도대체 그는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건지, 화상으로 만난 그에게 물었습니다.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 수리과학 석좌교수

수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동시에 공부하는 학생이죠. 수학을 연구하면 할수록 뚜렷한 정의를 내리기가 더 어렵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이해하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달아요. 몇 년을 노력해 뜻을 명료하게 만들고, 논리를 확실히 세우려 해도 불분명한 부분이 남거든요.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삶의 무엇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깊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