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카인드 : 인간은 정말 이기적일까? 팩트체크를 하다


롱블랙 프렌즈 B 

‘인간은 이기적이다’. 통념과도 같은 말이죠. 마키아벨리, 홉스, 니체, 존 애덤스, 프로이트. 위대한 사상가들도 입을 모아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책이 있더라고요. 제목은 『휴먼카인드』.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이 썼어요. 책에서 그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지 않다고 주장해요. 근거가 뭘까요? 궁금해서 펼쳐봤어요.


Chapter 1.
진실을 믿는 게 아니라, 믿는 것이 진실이 된다

1999년 여름, 벨기에 보넴 마을의 학교에서 어린이 아홉 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호소했어요. 멀쩡했던 아이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두통, 구토, 두근거림 같은 증상을 보였죠. 선생님이 보기엔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코카콜라 마셨다는 것을 빼고는 특이점이 없었습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어요. 그러자 벨기에 전역은 물론이고, 국경을 넘어 프랑스에서까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나타났죠. 1000명이 훌쩍 넘었어요. 코카콜라는 벨기에에서 1700만 상자의 음료를 회수하고 재고까지 모두 폐기했어요.

반전이 있었어요. 전문가들이 조사했더니 코카콜라엔 아무 문제가 없었죠. 살충제, 병원균, 독성 금속 모두 없었어요. 어린이들의 소변과 혈액 표본 검사도 깨끗했죠. 코카콜라가 원인이 아니었던 거예요. 코카콜라가 병을 유발한다는 믿음이, 아이들을 아프게 한 겁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처럼 우리가 믿든 믿지 않든 진실인 것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가 믿는다면 진실이 될 수 있는 것도 있죠. 의사가 가짜 약을 주면서 병이 나을 것이라고 한다면 정말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플라시보placebo 효과죠. 반대로, 가짜 약을 먹으면서 병이 생길 거라고 믿는다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죠. 노시보nocebo 효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