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록스 : 모래밭에서 태어난 못난이 신발, 오스카의 레드카펫을 밟다


롱블랙 프렌즈 L 

이런 반전이 있을까? ‘최악의 발명품’ ‘플라스틱 말발굽’이라 놀림당하던 신발이, 세계 10대 풋웨어 브랜드(비운동화 기준)가 됐어. 감이 오지? 맞아. 13개의 구멍이 뚫린 고무신 ‘크록스Crocs’ 이야기야. 한국에선 2007년부터 판매돼 이제는 ‘초등학생 필수템’이 됐지.

점점 많이 보인다 싶더니 2018년부터 매출이 두 자릿수로 상승 중이래. 2022년엔 가장 빨리 성장하는 미국 브랜드 2위였어(미국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 선정).

팬데믹 효과 아니냐고? 글쎄, 비대면 시대에 ‘휘뚜루마뚜루 아이템’으로 뜬 건 맞아. 하지만 엔데믹에도 기세가 여전해. 크록스의 주가는 2022년 6월부터 1년간 두 배 넘게 올랐거든. 비결이 뭘까?

Chapter 1.
‘젖어도 편한 신발’, 역발상으로 주목받다 

크록스는 2002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탄생했어. 20주년이었던 2022년의 연 매출은 36억 달러(약 4조6566억원). 누적 판매량은 8억5000만 켤레야. 소셜미디어에서도 인기지. 틱톡,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팔로워가 무려 958만 명!

창업자는 세 친구야. 린든 핸슨Lyndon Hanson, 스콧 시맨스Scott Seamans, 조지 베덱커George Bedecker.

2002년 세 친구가 서핑하러 간 날, 스콧이 해변에서 신발을 꺼냈어. 투박한 고무 나막신 ‘폼 클로그Foam Clog’였지. 린슨과 조지는 못생긴 신발이라고 놀리다가 신어보곤 놀랐어. 편하고 튼튼했거든. 방수도 되고 안 미끄러졌지. 단점은 고정되지 않아 잘 벗겨진다는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