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 : 기꺼이 힘들어하고 버티어내, 마침내 장르가 되다


롱블랙 프렌즈 C  

주말에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 다녀왔어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와인을 마시며 듣는 재즈란! 청명한 하늘 아래 즐긴 낮 공연도 좋았지만, 저녁 8시 마지막 공연이 특히 좋았어요.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가수 선우정아의 음색이 흘러나온 순간.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까지 들었거든요. 마침 정시우 작가님이 선우정아의 이야기를 들고 롱블랙을 찾아왔어요.


정시우 작가 

선우정아와 만날 날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그녀의 음악을 달고 살았습니다. 글을 쓸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잠들기 전에도. 재즈, 팝, 록, R&B, 레게, 힙합. 그녀의 음악이 적재적소에 튀어나와, 그날의 기분과 정서를 깊이 감싸 안아주더군요. 새삼 놀랐습니다. ‘이게 정말, 한 사람에게서 나온 음악이라고?’

활동 반경은 더욱 종잡을 수 없습니다. 2006년 데뷔 후, 언더와 오버의 경계를 자기만의 촉으로 넘나들며 ‘메이드 인 선우정아’ 스타일을 구축했어요.  

싱어송라이터, 재즈보컬리스트, 프로듀서, 음악감독을 넘어 배우*로도 얼굴을 갈아 끼우는 변신의 화신. “난해하다. 자극이 없다. 안 섹시하다.”고 말하는 대중에게 “억울하다. 편견이다. 이해는 한다.”고 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적 신념으로 설득해 내고야 마는 아티스트.
*2023년 5월 공개된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에서 묵언수행을 하는 캐릭터 ‘정아’를 연기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우정아는 선우정아다. 그녀를 만나기에 앞서 일단, 백견이 불여일청. 준비됐다면 들어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