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덴마크 사람들은 첫 월급으로 의자를 산다고 해요. ‘몸을 편히 둘 곳’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래요.
덴마크 왕실 국고에 보관된 한국 디자이너의 의자가 있어요. 문승지 디자이너의 ‘이코노미컬 체어Economical Chair’. 합판에 열을 가해 곡선을 살린 이 의자는,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를 최소화했어요. 2019년 덴마크 왕세자비 부부가 방한했을 때 청와대가 국빈 선물로 전했죠.
<영 크리에이터 위크> 마지막 주인공은 문승지 디자이너입니다. 그를 눈여겨본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와 함께 만났어요.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
1991년생 문승지. 가구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레이블 ‘팀바이럴스TEAMVIRALS’의 디렉터예요. 22세부터 패션 브랜드 COS*의 러브콜을 받았고, 삼성전자, 까르띠에, 블루보틀과 협업했어요.
*H&M의 프리미엄 SPA 브랜드.
상쾌한 가을날, 문 디자이너가 일하는 팀바이럴스 사무실로 향했어요. 샤넬, 로로피아나 플래그십 스토어와 가까운 청담동에 있어요. 그런데 문 디자이너는 스스로를 ‘뼛속까지 촌놈’으로 소개해요.
Chapter 1.
제주 소년, 무작정 상경해 디자인 회사를 차리다
문승지 디자이너는 제주 한림에서 태어났어요. 협재해변에서 뛰놀고, 옹포항에서 친구들과 다이빙하며, 그렇게 땡볕 속에서 자랐어요. 물놀이 말고도 취미가 하나 있었답니다.
“폐품을 주워 조립하길 좋아했어요. 나무든 페트병이든 죄다 모아 붙이니까 엄마한테 혼났죠.”
초등학생 땐 과학상자에 푹 빠졌어요. 중학생 땐 모터로 기어다니는 거북이를 만들어 전국 과학 경진 대회에서 상도 받았어요. 뭐든 직접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소년은 섬이 좁다고 느낍니다.
“다들 제주에 오면 가슴이 뻥 뚫린다는데, 저는 바다에 갇힌 기분이었어요. 서울에 가는 게 꿈이었죠. 드라마 주인공처럼 카페에서 맥북으로 일하고, 한강에서 맥주 마시는 상상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