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 오픈런하는 과일 티셔츠, 좋아하는 일이 브랜드가 되기까지


롱블랙 프렌즈 K 

하얀색 다마스에서 망사 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내려요. 빨간색 과일 바구니를 꺼내죠. 과일을 파나보다 했는데, 바구니 안에는 돌돌 말아놓은 티셔츠만 보여요.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더니, 2시간을 넘게 기다려 티셔츠를 사 가죠.

이 브랜드의 이름은 김씨네과일. 과일은 안 팔아요. 대신 과일이 그려진 티셔츠를 팝니다. <영 크리에이터 위크> 네 번째 인물은 김씨네과일 대표, 김도영 작가입니다. 

갑자기 왜 작가냐고요? 얼마 전 책을 내기도 했지만,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과일가게의 성공 스토리를 현실에서 써 내려간다고 생각하며, 김씨네과일을 운영했거든요. 좋아하는 일로 브랜드의 스토리를 써낸, 김 작가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도영 작가

모든 일은 단 84일 만에 벌어졌어요. 김씨네과일은 원래 플리마켓용 프로젝트였습니다. 관심을 받자, 3일 뒤 다마스를 빌려 보부상을 뜁니다. 2개월 뒤엔 홈쇼핑에 진출했고, 그로부터 한 달 만에 더현대서울 팝업을 열었어요.

오늘 이야기는 그동안의 이야기들과는 좀 다를 거예요. 설익은 이야기이고, 좌충우돌 도전기에 가깝죠. 정치한 논리나 전략은 좀 부족할지 몰라요. 각 잡힌 기획이 아닌, 팬과 케미스트리를 쌓으며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예요. 가장 생생한 요즘 브랜드 기획법이 궁금하다면, 그 실마리가 돼 줄 거예요.

‘브랜드답게 말고 사람답게 행동하자’고 말하는 김도영 작가의 이야기, 이제 시작할게요.


Chapter 1.
길바닥에서 시작한 티셔츠 장사

김씨네과일은 말 그대로 바닥에서 시작했어요. 길거리 플리마켓에서 탄생한 브랜드죠. ‘Started from the bottom.’ 힙합 노래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을, 김 작가는 티셔츠 장사로 보여줬어요.

2022년 5월 김 작가는 패션지 에디터의 추천으로 한 플리마켓에 참여합니다. 재미있는 티셔츠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 과일 티셔츠를 떠올려요. 유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과일 이미지를 골라 티셔츠에 프린팅했죠. 이때 김 작가가 느낀 감정은? ‘귀엽다!’

“의도 없이 만든 옷이에요. 어떤 반응을 예상했다거나 하는 것 없이, ‘과일이 귀여우니까 만들어야지’ 했거든요. 인위적인 계산 없이, 순간순간의 판단으로 만들어서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