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B
저는 무인양품이란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제가 물티슈 대신 사용하는 무인양품의 순면 행주. 방직공장에서 나온 자투리 솜을 편직해 만들어요. 즐겨 입는 슬립웨어는 색도, 소재도 힘을 빼서 처음부터 오래 입어 온 듯 편안하죠.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브랜드 철학 그대로입니다.
이상한 일이에요. 무인양품 제품을 쓰다 보면, 단지 소비를 넘어 제가 그 철학에 동참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제품과 브랜드를 가르는 건, 이처럼 ‘정서적 가치’를 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겠죠.
그렇다면 그 정서적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브랜드의 철학을 단단히 세우고, 그 철학을 전파하는 스토리를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처음엔 브랜드가 스토리텔링을 하지만, 어느 순간 팬과 대중이 그 브랜드를 말하는, 브랜드텔링의 단계가 될 때까지요.
<롱블랙 스토리 컨퍼런스 2024> 마지막 세션의 주제는, ‘스토리의 시대에, 브랜드가 말을 거는 법’입니다. 김아린 비마이게스트 대표, 김명수 매거진 『B』 대표,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의 인사이트로 전할게요.
Chapter 1.
브랜드여, 고객 마음속에 전설로 남아라
먼저 브랜딩 전문가인 김아린 비마이게스트 대표가, ‘브랜드에는 왜 서사가 필요한가’에 대해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오설록, 성심당, 카펠라 양양, 백미당,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방까지 100여 개의 브랜드의 서사를 만들어온 전문가예요.
김 대표는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내 브랜드가 남달라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브랜드텔링’에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먼저 스토리와 서사의 차이부터 짚었어요.
“스토리는 우리 인생에도, 이 세상에도 너무나 많아요. 사과 하나를 사도, 이 사과가 어디에서 자랐는지 스토리가 있죠. 그런데 그 브랜드 스토리에 어떤 감동까지 있을 때, 저는 이를 ‘서사’라고 명명해요.”
_김아린 비마이게스트 대표
‘서사’는 영어로 내러티브narrative입니다. 사전적 정의는 ‘스토리를 담아 소통하는 형식’,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서술 방식’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과 ‘고유한’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