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프렌즈 C
유난히 휴일이 많던 5월이었어요! 어쩌다 보니 세 번의 휴일 모두 성수동에 갔어요. 매주 팝업스토어에서 증정품을 한가득 안고 돌아왔죠. 그런데 막상 기억에 남는 건 없더라고요.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팝업스토어, 효과 있는 거 맞아?’
이 질문에 답해 줄 사람을 만났어요. 프로젝트 렌트Project Rent의 최원석 대표. 익숙한 이름이라고요? 맞아요, 2년 전 ‘팝업 붐’을 이끈 주인공으로 롱블랙에 등장했죠.
명성은 여전해요. 도쿄까지 진출한 ‘가나 초콜릿 하우스’와 비건 카페를 콘셉트로 한 ‘어메이징 오트 카페’,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팝업스토어까지. 모두 최원석 대표의 머리와 손에서 완성됐어요.
다시 만난 그는 공간 기획에 관한 책 『결국, 오프라인』의 출간을 앞둔 참이었죠. 할 말이 많다고요.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
“요즘 성수동은 대형마트 푸드코트예요. 체리슈머Cherrysumer*의 관점으로 보면 그렇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관련 혜택만 챙기는 ‘체리피커’와 ‘컨슈머’를 합친 단어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일컫는 단어.
“사장님이 그래요. ‘우리도 팝업 한번 해 보자.’ 근데 팝업이 뭔지는 몰라요. MZ들이 좋아한다니까 하는 거지.”
처음부터 몰아치는 매운맛 인터뷰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어요. 세 시간 동안 더 날카롭고 신랄한 지적이 이어졌거든요.
그렇지만 알 수 있었어요. 이 매운맛 인터뷰에는, 공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집념이 담겨 있다는걸. 사무실만 봐도 알 수 있었죠.
온갖 팝업 관련 자료와 사진이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어요. 아크릴 벽에는 회의 내용이 빼곡했고요. 진심으로 공간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Chapter 1.
오프라인의 본질, 편의점에서 찾다
최원석 대표는 ‘팝업 열풍의 주역’이라고 불려요. 정작 그는 이렇게 말해요. “팝업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아직도 팝업을 물성이라고 생각해요. 실은 콘텐츠인데 말이죠. 패션 브랜드 스탠드오일은 두 달마다, 성수 매장의 비주얼을 바꿔요. EQL 성수도 매장 면적의 30~40%를 2주마다 바꿔요. 이들도 의미상으로는 다 팝업이에요.”
과거 공간 개발은 하드웨어, 즉 건물 자체에 집중하는 비즈니스였어요. 최원석 대표는 그 점이 불만이었죠. ‘왜 공간의 98%를 물리성에 기반해서 쓸까?’
“옛날에는 일단 멋지게 만들어 놓으면 땡이었어요. 처음 봐서 신기하니까 사진 찍고.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어요. 본질이 바뀌었죠. 소프트웨어가 먼저예요. 공간을 유기적으로 채우고, 지속 가능하게 운전해 나갈 에너지가 필요해요.”
알듯 말듯 쉽게 와닿지 않아요. 알쏭달쏭한 제 표정을 읽은 최원석 대표가 물었어요. “편의점에서 생수 사고 나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는 것만 생각하면 얼마나 걸려요?” 음, 15초도 안 걸리지 않을까요? “그런데 편의점 들어가면 진짜 물건만 사고 나오나요?” 슬며시 고개를 저었어요. 다른 물건들도 구경하느라 2분은 훌쩍 넘기는 게 일상이었죠.
“누구나 그래요. 재밌잖아요, 구경하는 게. 요즘 사람들은 쇼핑하기 위해 공간을 찾는 게 아니에요. 재미를 발견하고 모험하기 위해서 가죠. 이제 오프라인이 팔아야 할 건, 발견의 즐거움이에요. 무의식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새로고침하고, 숏츠 밑으로 내리는 거랑 똑같아요. ‘재밌는 거 하나만 걸려라’하는 거죠.”
발견의 즐거움을 팔아야 한다는 말, 이제 알겠어요. 그런데 그런 공간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Chapter 2.
목적 : 판촉 말고, 대화부터 하세요
“멋진 팝업을 만드는 비기가 있나요?” 제 질문에, 최원석 대표가 대답했어요.
“(사람들한테) 무슨 말을 할지 고민도 안 하고, 어떻게 멋진 팝업을 만들어요? 우선 내가 할 말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걸 한마디로 압축할 줄 알아야죠. 그래도 알아들을까 말까예요. 그런데 짬통처럼 모든 얘기를 쏟아놓으면, 그걸 무슨 수로 알아들어요?”